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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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도종환 시인의 열 번째 시집으로, 2011년 창비에서 발간되었다. 삶에 대한 성찰과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솔한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집을 통해 저자가 지난 시간 걸어온 삶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명상하고 정리한다. 더불어 산속 생활이 세계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저자가 생각하는 진보적 미래상의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수록된 시

  •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 지진
  • 인포리
  • 황홀한 결별
  • 맨발
  • 가을 오후
  • 막차
  • 발치
  • 풍경
  • 나무에 기대어
  • 별 하나
  • 나무들
  • 못난 꽃
  • 첫 매화
  • 구인산
  • 하현

외 46편

유명한 시 소개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 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 줄 것이다

아직은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지진

우리가 세운 세상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

찬장의 그릇들이 이리저리 쏠리며 비명을 지르고

전등이 불빛과 함께 휘청거릴 때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줄 몰랐다

우리가 지은 집 우리가 세운 마을도 유리잔처럼 산산조각 났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폐허만이 곁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황망함 속에서 아직 우리 몇은 살아남았다

여진이 몇 차례 더 계곡과 강물을 흔들고 갔지만

먼지를 털고 일어서야 한다

사랑하는 이의 무덤에 새 풀이 돋기 전에

벽돌을 찍고 사원을 세우고 아이들을 씻겨야 한다

종을 울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숲과 새와 짐승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좀 더 높은 언덕에 올라 폐허를 차분히 살피고

우리의 손으로 도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노천 물이 끓으며 보내던 경고의 소리

아래로부터 옛 성곽을 기울게 하던 미세한 진동

과거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워야 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단 말은 그만하기로 하자

충격과 지진은 언제든 다시 밀려올 수 있고

우리도 전능한 인간은 아니지만

더 튼튼한 뼈대를 세워야 한다

남아 있는 폐허의 가장자리에 삽질을 해야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로 등을 밝히고

떨리는 손을 모두어 힘차게 못질을 해야 한다

세상은 지진으로 영원히 멈추지 않으므로


관련항목

RDF

주어(A) 목적어(B) 관계 설명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시집 이다 A는 B이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도종환 ~에 의해 집필됐다 A는 B에 의해 집필됐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2011 발행됐다 A는 B에 발행됐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창비 출판했다 A는 B에서 출판했다.

온톨로지

세시에서 온톨로지.png

작성자

오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