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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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나는 이러한 광경을 보며 주머니 속의 케이크를 꺼내 베어 물었다. 그것을 다 먹고 났을 때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꾸역꾸역 토해냈다. 단 케이크는 한없이 한없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까닭모를 서러움으로 눈물이 자꾸자꾸 흘러내렸다.


오정희가 1981년에 낸 단편소설으로, 해방 후 한국 여성소설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유년의 뜰은 '중국인 거리'로 이어진다. '중국인 거리'는 '나'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을 다루고 있다. 두 작품 다 작가의 유소년기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오정희는 후퇴하는 국군을 따라 남하하여 충남 홍성에서 피난 생활을 했으며, 제2국민병으로 징집되었던 아버지가 돌아와 석유회사 인천 출장소에 취지간 1955년부터 인천에서 생활한 바 있다.

내용

아버지가 없는 피난살이가 길어진다. 읍내로 일하러 나가는 어머니의 외박이 잦아지고 이러한 어머니의행실에 반발하는 오빠는 밤 외출을 즐기는 언니에게 무서운 매질을 가한다. 멍청이에 뚱보 취급을 받는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과 가족이 변한 것처럼 아버지도 변했으리라고 생각하며, 상실감을 메울 수 없을 것임을 예감한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는 자리에서 케이크를 집어삼킨 '나'는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언니를 보며 먹었던 것을 토해낸다.

의의 및 평가

이 작품은 성인이 된 '나'가 과거 회상을 통해 일곱살 소녀가 겪었던 상처와 왜곡된 성장을 보여 줌으로써 전쟁의 아픔과 가족의 고통을 드러내고 있는 성장 소설이다.아버지의 부재(不在)와 어머니의 부정, 큰오빠의 폭력과 할머니의 도둑질, 언니의 일탈이라는 가족들의 왜곡된 모습을 보면서, 일곱 살 '노랑눈이' 역시 거짓말과 도둑질을 하는 등 왜곡되고 굴절된 모습으로 성장해 간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유년기에 겪은 혼란과 삶의 상처를 통해 삶에 대한 비극적 전망을 그리고 있다.

1990년대 여성소설에는 가출하거나 바람 피는 여자들, 미친 여자들이 활보했다. 들은 광기에 사로잡히거나 가정을 파괴하고 불륜에 빠져들었다. 모두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의 굴레를 벗어던지려는 도전이자 몸부림이었다. 이들 소설에서 펼쳐지는 일탈적인 성(性)의 향연은 가부장제의 규범에 짓눌린 여성들이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길을 떠나는 강렬한 자기 선언이었다. 오정희의 ‘유년의 뜰’은 길 떠나는 여자들이 탄생하는 원초적 장면을 보여준다.

오정희의 '유년의 뜰'에서는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원하건 원치 않건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할당한 천사같은 아내와 헌신적인 어머니, 착한 딸이라는 제한된 역할을 벗어던진다. 이 바람난 여자들의 파행적인 삶의 형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존재는 아버지다. 아버지가 돌아오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이 엇나가는 여자들은 가부장의 복귀를 두려워한다.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거부한다.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나'는 욕지기가 치밀고 구토를 참을 수 없다. 이는 아버지의 귀환에 대한 신체적 거부반응이다. 왜 아버지의 귀환을 거부하는가?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저질렀던 자기들의 일탈적 행동에 대한 처벌의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숨어 있는 것은 여성의 관능적 욕망이 가부장제의 규범에 의해 억압받는 현실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다.[1]

관련 연구

제목 연구자 링크
전쟁의 시공간에서 형성된 여성 정체성의 불연속성 -오정희의 「유년의 뜰」, 「중국인 거리」를 중심으로 문화(서울대학교) 링크
‘말’의 수행 양상을 통해 본 피난민 가족의 몰락과 저항의 가능성-오정희의 「유년의 뜰」 주지영(군산대학교) 링크
색채 심리학으로 바라본 오정희 소설-「유년의 뜰」을 중심으로 김민옥(부산외대) 링크
여성과 토폴로지-오정희의 「옛우물」, 「저녁의 게임」, 「유년의 뜰」을 중심으로 양윤의(고려대학교) 링크
오정희 소설에 나타난 ‘여성’ 정체성의 체화와 수행-〈유년의 뜰〉, 〈중국인 거리〉, 〈저녁의 게임〉을 중심으로 김지혜(이화여자대학교) 링크

기타

작성자: 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