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

한성대학교 미디어위키
이동: 둘러보기, 검색

천지간

요약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여자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근원의 문제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핵심 정리

저자 윤대녕
장르 현대소설, 단편소설
발표년도 《문학사상》(1996년 4월호)
수상 이상문학상(1996)

작품해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윤대녕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사회 변혁에 대한 열정으로 들끓었던 1980년대를 지나고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 통일, 소련의 붕괴로 이어지는 일련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1990년대의 문학은 역사, 민족 등 거대서사에서 개인과 일상의 문제가 부각된 시대적 특징을 담아내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윤대녕은 1990년대의 시대적 특징을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작가’(장석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단편소설 「천지간」은 그의 대표작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우연과 필연, 검은색과 백색, 심청가의 한 대목인 범피중류(泛彼中流) 등 다양한 서사적 장치를 통해 보여주면서 삶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외숙모의 부음을 전해들은 ‘나’는 문상을 가는 길에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엿본 ‘나’는 여인을 따라 완도의 외딴 마을 구계등(九階嶝)으로 향한다. 낯선 여인을 따라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화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래도 타인임을 빌미로 애써 외면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 한데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생에 대한 저 한 가닥 미련의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면? 뭐 문상을 가던 길이 아니었냐고? 그래, 죽음 앞에 납작 엎드리러 가다 나는 산[生] 죽음과 서로 어깨가 부딪힌 거야.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내 목숨을 구한 일이 있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설정을 화자인 ‘나’는 여인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보았고 어린 시절 친구가 자신을 구해주었듯이 자신도 그녀의 목숨을 구해야 된다는 의무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상을 가기 위해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갖춰 입은 ‘나’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여인을 따라 낯선 곳으로 향한다. 서울에서 남도의 끝자락까지 이어지는 여로 속에서 ‘나’는 어린 시절 죽음의 순간과 마주쳤던 기억을 회상하며 여인의 뒤를 초조하게 뒤쫓는다.

소설은 낯선 여인을 따라 길을 떠난다는 여로형 구조 속에서 여인의 사연과 구계등을 찾은 소리꾼이 부르는 판소리 심청가의 한 대목인 ‘범피중류’, 그리고 소리꾼의 자살, 여인과 ‘나’ 관계 맺기 등의 서사를 통해 인간 생명의 소중함과 그에 대한 연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우연처럼 찾아간 구계등에서 ‘나’는 전국을 정처 없이 떠돌다가 5년 전 정착해 횟집을 겸한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 사내와 마주한다. 주인 사내의 입을 빌려 작가는 “천지간 사람이 하나 들고나는 데 무슨 자취가 있을까”라고 말한다. 생명의 덧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주인집 사내의 발화는 오히려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연민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죽음을 결심하고 구계등 행을 선택한 여인을 살리기 위해 주인집 사내가 ‘나’와 함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제목인 ‘천지간(天地間)’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란 결국 소중한 것이라는 생명에 대한 연민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자는 임신 4개월이었고 3개월 전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 구계등에서 첫 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결혼을 약속한 남자는 한 달 전 여자의 곁을 떠나버렸다. 실연의 고통 속에서 여자는 죽음을 생각하며 구계등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나’를 본 순간 여자는 자신이 죽으러 가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의 뱃속에 아이가 자라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소설의 후반부에 ‘나’는 여자와 하룻밤 관계를 맺게 된다. 이는 여자가 전 남자와의 인연에서 벗어나게 됨을, 그리고 뱃속의 아이를 통해 새로운 재생의 삶을 선택하게 됨을 보여준다. 즉, 여자는 ‘자신의 전생을 지우기 위해 나와의 관계를 원했고’ 그럼으로써 ‘아이는 살리되 아이의 아비에게서는 놓여 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 백색과 ‘범피중류’라는 시각과 청각적 상징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작품을 ‘비범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백색의 미학’(정호웅)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화자인 ‘나’가 죽음의 문턱에 가닿았던 순간마다 환한 백색의 빛을 보고 살아나기 때문이다. 백색은 결국 죽음의 순간 직면하게 되는 강렬한 삶에 대한 의지이자 죽음의 기운을 생명의 따뜻함으로 돌려놓은 색채인 것이다.

특히 구계등 여관을 찾은 소리꾼이 ‘범피중류’를 부르는 대목은 전통적 슬픔과 한의 정서를 창조적으로 변주해내고 있다. ‘범피중류’는 시경의 국풍 편에 ‘범피백주’라는 구절에서 기원한 것으로 심청이 인당수에서 몸을 던질 때 부르는 판소리 대목 중 하나이다.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심청의 슬픔과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안타까움을 ‘범피중류’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다. [1]

등장인물

나 : 외숙모의 부음을 듣고 문상을 가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우연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여인을 만나 남도의 낯선 여관으로 향한다. 우연한 인연 끝에 죽음을 결심했던 여인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여자 : 약혼자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결심하고 전라남도 완도의 구계등으로 향한다. 임신 4개월째인 그녀는 우연히 ‘나’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약혼자와의 인연에서 벗어난다.
주인 사내 : 완도 구계등에서 횟집을 겸한 여관을 운영한다. 여자가 여관을 찾아오자 예전 자신의 여관에 묵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와 함께 여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2]

줄거리

‘나’는 외숙모의 부음을 듣고 문상을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여자를 만난다. ‘나’는 예기치 않은 인연의 힘에 이끌려 여자의 뒤를 따라 완도행 버스를 타고 외딴 바닷가 구계등에 이른다. 그곳에서 세상사를 통달한 듯한 주인집 사내를 만난다. 여관에는 소리꾼들이 득음(得音)을 위해 묵고 있었다. ‘나’는 새벽 소리꾼이 부르는 ‘범피중류’ 한 대목을 듣는다.

‘나’는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그날 새벽 소리꾼이 바다에 몸을 던진다.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지기 위한 굿을 지켜보던 ‘나’는 여자가 보이지 않자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날 새벽 ‘나’의 방으로 여자가 찾아오고 두 사람은 관계를 맺는다. 여자는 3개월 전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 구계등 여관에서 관계를 가졌고 아이를 임신했다. 하지만 약혼자는 한 달 전에 여자의 곁을 떠나버렸다. 여자는 광주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있던 ‘나’를 보고 자신이 죽으러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자신의 전생을 지우기 위해 나와의 관계를 원했고 그래서 아이는 살리되 아이의 아비에게서는 놓여 날 수 있었다고 중얼거리며 잠이 든다. 다음 날 여자는 먼저 떠나고 ‘나’는 인연이 되면 또 만날 것이라는 주인 집 사내의 말을 들으며 구계등을 나온다.

작품 속의 명문장

 범피중류, 나는 여자의 몸 위에서 아뜩한 현기증을 느끼며 마치 물 한가운데로 떠가는 듯하다가 뇌가 하얗게 비어 버릴 찰나 용암 같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순간 왜 느닷없이 감성돔 회 빛깔이 떠올랐던 것일까. 그 미묘한 백색이 말이다. 나는 여자의 배 위에 손을 올려 놓고 잠꼬대라도 하듯이 뭐라 뭐라 웅얼거리고 있었다. 여자는 내 손끝을 쥐고 사이사이 한숨을 내쉬며 내 말에 대꾸하기도 했다. 나는 심청이와 인당수 밑에 누워 두런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나는 손금에 걸린 달을 보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자는 벌써 떠나고 없었다. 잊은 듯 홱 이불을 걷어 보니 요 위에 그녀가 흘린 머리카락이 몇 올 남아 있었다. 섬뜩한 느낌······ 아, 그렇다면 이제 넋이라도 건져진 것인가. 허나 못할 짓을 한 사람처럼 나는 되게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주인공인 ‘나’는 여자와의 우연한 만남 끝에 하룻밤 관계를 맺게 된다. 죽음을 결심한 여자는 ‘나’와 관계를 맺고 요 위에 머리카락 몇 올만 남기고 떠난다. 그것은 여자가 죽음으로부터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심청가의 한 대목인 ‘범피중류’와 생명의 색을 의미하는 ‘백색’의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연민을 서정적인 문체로 드러내고 있다.[3]

RDF 및온톨로지

RDF

  • RDF
Domain Relation Range 설명
천지간 윤대녕 창작되다 A는 B에 의해 창작되다
천지간 현대소설 장르이다 A는 B의 장르이다
천지간 단편소설 장르이다 A는 B의 장르이다
천지간 구계등 배경이다 A는 B가 배경이다
천지간 문학사상 출판되다 A는 B에서 출판되다
천지간 1996년 출판되다 A는 B에 출판되다
천지간 이상문학상 받다 A는 B를 받다
천지간 등장한다 A에 B가 등장한다
천지간 여자 등장한다 A에 B가 등장한다
천지간 주인 사내 등장한다 A에 B가 등장한다

온톨로지

  • 온톨로지

천지간온톨로지.jpg

작성자 및 기여자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