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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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박재삼(朴在森)의 첫 시집으로 1962년 신구문화사에서 간행하였다. B6판. 64면. 총 30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져 있다.

내용

1부에 「수정가(水晶歌)」·「자연」 등 10편, 2부에 「봄바다에서」·「광명」 등 10편, 3부에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조국 사람」 등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원래 이 시집에 실린 작품의 일부는 1956년 11월부터 『현대문학(現代文學)』에 ‘춘향(春香)이 마음’이라는 부제(副題)를 달고 연재된 연작시들로, 1957년 시인에게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가난에서 비롯된 눈물과 한(恨)을 ‘흥부’를 통해 형상화하고, 구원의 임을 ‘춘향’을 통해 구축하고 있다. 즉, “가장 슬픈 것을 노래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시인의 생각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우물집이었을레’·‘아니었을레’(「수정가」), ‘실로 언짢달 것가’·‘기쁘달 것가’(「봄바다에서」), ‘눈물나고나’(「울음이 타는 가을 강」)와 같은 말투의 어미를 구사하여, 슬픔의 정서를 환기하여 주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일반적으로 시인의 초기 대표작에 해당하는 작품들로 평가되고 있으며, 민족의 전통이라고 설명될 수 있는 슬픔의 미학(美學)을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 즉, 한의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슬픔과 울음을 지극한 아름다움으로 응결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한(恨)」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감나무쯤 되랴/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이라고 읊고 있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간직하고 있는 사랑의 열매를 ‘감나무’와 ‘노을빛’이라는 시각적인 자연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간직하고 있는 정서는 ‘서러운’ 것임을 밝히고 있다. 시인은 이런 시를 통하여 슬픔을 동반하는 우리 인간들의 삶의 본질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해설

각 부마다 10편의 시가 연작시 형태로 실려 있으며 하나의 중심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시인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좀더 강하게 전해주고 있다. 박재삼은 이렇게 연작시 형태로 이루어진 『춘향이 마음』에서 자신 특유의 어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작품들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이 시집은 박재삼의 초기 시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한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춘향전」에서 모티브를 취한 「춘향이 마음 초(抄)」연작 가운데, 「수정가」, 「바람 그림자를」, 「매미 울음에」, 「자연」, 「화상보」, 「포도」 등이 그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춘향이의 이야기를 시화(詩化)하는 일은 곧 설화의 시적 차용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시인이 춘향이라는 상처받은 한 애달픈 처녀의 한에서 그의 시적 모티브를 얻고 있는 것이 된다. 이때 한이란, 춘향이라는 개인의 사적인 정서가 아니라 우리의 근원적인 전통 정서이자 정신적인 모형으로서 우리에게 유전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박재삼은 자연과 설화, 전통에 대한 이런 친화적 태도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거기에 서정적 긴장을 부여하는 절제를 보여준다.

그 절제는 구어체 어조를 다채롭게 활용하는 그 특유의 문체에 근거하는데, 그 점 때문에 그는 단지 자연을 노래하기만 하고 토속적 분위기를 드러내는데 그치고 만 재래의 서정시와 자신의 시를 구별 가능하게 했다. 『춘향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주제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 가져다 준 한의 세계이다. 그런데 그는 그 한을 원한과 증오와 같은 공격적 정서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울음’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적으로 승화시킨다. 한을 다루고 한을 극복하는 중요한 의미론적 장치로써 이 ‘울음’을 내세울 수 있었다는 점이, 그가 세련된 어법만을 구사하는 기교의 시인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과 재능을 갖춘 시인임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관련 연구

창작 당시 시대 상황

박재삼이 1955년 23살의 나이로 문단의 추천이 완료되었을 때는 6․25 로 인해 모든 것이 초토화된 시기였다. 그리고 전후의 무질서와 분단의 현실은 이 땅의 문학인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개척해 나갈 것을 운명 적으로 요구하였다. 6․25는 전쟁 자체만으로도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주었지만, 종결된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의식에도 지울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모든 사람의 삶을 철저하게 이데올로기로 무장시 켰으며, 그 결과로 상상력과 의식에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였고, 그 파장인 문학적인 대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문학은 이런 부정적인 현실에 고뇌하면서도 우리의 정신문 화를 지키고자 노력했으며, 시문학에 있어서도 인간과 현실에 대한 폭넓은 성찰을 행하려고 노력했다. 이 시기에 널리 유행된 실존주의는 전쟁을 통하여 실존적 위협을 경험한 시대적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시문학에 있어서 문제되고 있는 모더니즘과 초현실주의 또한 새로운 문명과 접촉하게 됨으로써 빚어지는 갈등과 심층적 심상을 표현하고자 했던 시대 의식과 연관된 사조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춘향이 마음』의 서정적 특질

  • 유년 시절의 체험이나 일상, 그리고 자연물을 대상의 시

박재삼의 『춘향이 마음』에 실린 작품 들의 서정적 특질을 살펴보면, 50년대의 어지러운 시대상황 속에서 도시사회의 단편화되고 소외된 인간경험을 형식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담아 내고자 하는 모더니즘 시에 대한 반발로 대부분의 그의 시는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 어렵게 짜여져 있지 않으며, 어려운 비유나 상징이 잘 쓰여지지 않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정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우리 마음을 비추는 한낮은 뒷숲에서 매미가 우네
그 소리도 가지가지의 매미 울음.
머언 어린날은 구름을 보아 마음대로 꽃이 되기도 하고 친한 이웃 아이 얼굴이 되기도 하던 것을.
오늘은 귀를 뜨고 마음을 뜨고, 아, 임의 말소리, 미더운 발소리, 또는 대님 푸는 소리로까지 어여삐 기뻐 그려낼 수 있는 明明한 明明한 매미가 우네.
-「매미 울음에」 전문-

위의 작품은 제1부 「춘향이 마음」에 실린 작품으로 시인은 매미라는 자연물을 통하여 작품 속의 인물의 심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1연에서는 어린 시절, 동심이 머무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나 있을 한가로운 여름 한낮의 풍경을 연상케 해 준다. 2연과 3연은 현재 사랑의 몸살을 앓고 있는 작중화자의 심정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임을 기다리는 춘향이에게 매미의 울음소리는 점점 현실화되어 가까워지고 있다. 예사롭게 들리던 매미의 울음소리가 임의 말소리에서 미더운 발소리로 옮겨와 대님 푸는 소리로까지 발전을 했다. 3연의 마지막 행인 “明明한 明明한 매미가 우네”는 1, 2 ,3연의 정서를 집결해 놓았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춘향에게 다가와 대님 푸는 소리로까지 발전했듯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임이 매미의 울음소리처럼 언젠가 자기를 찾아와 줄 것을 확실한 믿음의 표현으로 ‘明明한’을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그 뜻을 더욱 강조하였다. 정리해 보면 박재삼은 이 작품을 통하여 우리가 흔히 대할 수 있는 어느 한가로운 여름 한 낮의 풍경을 춘향이란 인물을 통하여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서정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통하여 시인이 의도한 바를 충분히 나타내려면 평범한 일상을 평범 이상으로 볼 수있는 감성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본다.

위에서 인용한 작품 외에도 대부분의 박재삼의 시들은 어려운 비유나 수식이 없고 난해한 작법이 없어 쉽게 읽혀질 수 있도록 씌어져 있다. 이렇게 시인은 어려운 말과 비유나 상징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체험과 감성을 그의 작품에서 충분히 표현해 냄으로써 서정성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년 시절의 체험이나 일상, 그리고 자연물을 대상으로 시를 쓰면서 시인의 의도를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 특이한 문체
 집을 치면, 精華水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 생기는 물방울의 신선한 우물 집이었을레. 또한 윤이 나는 마루의, 그 끝의 平床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레.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울 따름, 그 옆에 順順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이 아니었을레.
 
하루에 몇 번쯤에 푸른 산 언덕들을 눈 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때마다 일렁여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山神靈은 그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水晶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水晶歌」 전문-

이 작품은 『춘향전』의 설화적 모티프를 도입하여 사랑하는 임을 기다 리는 한 여인의 끊임없는 염원을 산문 형식을 빌어 시로 나타낸 작품이다. 1연에서는 임을 향한 춘향의 애절한 마음은 마루에서 시작하여 온 집안으로 점층되어 나아가고, 바람같이 불안하게 시작된 이도령과의 사랑이 바람 처럼 사라졌듯이 어느 때고 바람처럼 다시 찾아오기를 염원하는 춘향이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2연은 기다림에 지친 춘향의 마음이 이제 원망으로 변해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에서 이제 춘향은 그러한 염원과 기다림이 원망으로 바뀌어 산신령의 존재까지 부정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특징은 독특한 어미의 사용에 있다. 시가 전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이몽룡을 향한 춘향의 사랑이다. 그 사랑은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나타나고, 그리움과 기다림에 지친 춘향이의 마음은 원망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결코 이도령을 포기하지 않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단정적 종결어미 ‘∼이다’보다는 ‘∼었을레’나 ‘∼을까나’의 추측이나 짐작을 나타내는 종결어미가 적절 하게 쓰이고 있다. 또 고어도 아니고 확실한 지역 방언도 아닌 표현을 사용한 것 모두가 작품의 소재가 되는 설화 속의 인물인 춘향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을 사용한 것은 시인이 고전 속의 인물인 춘향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춘향이의 심정을 객관화하기 위한 것이다.

『춘향이 마음』에 실린 작품을 보면 30편 전부의 소재가 과거의 일이 다. 또 18편의 작품에서 서술형 종결어미인 ‘∼다’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나머지 12편도 대부분이 1행이나 2행 정도 서술형 종결어미를 사용하였다. 또 대부분의 작품들이 4음보의 율격을 지키려고 노력하였고, 고어나 방언을 사용한 작품들도 보인다.

여성 편향성

박재삼의 시에서 여성 편향성은 그의 시 전반에 걸쳐서 발견되지만, 특히 그의 첫 시집인 『춘향이 마음』에 실린 30편의 작품 중 춘향 10편, 남평 문씨 부인 4편, 누님 2편, 어머니 1편 등 총 17편의 작품에서 여성 인물을 그리고 있어 여성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의 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성들은 타인에게 억압받고 행동의 자유가 없으며, 항상 희생을 당하는 그런 인물들로 부각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년기의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의 정신적 의지처로도 나타나고 있다. 또 그의 시에 나타난 어조나 어미 구조도 여성적 인물 설정과 상당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있다.

이런 때, 천지는 입덧이 나 후덥지근하고, 
笞杖 끝에 피멍진 賤妾 춘향의 全身滿身 캄캄한 살 위에도 병생기는 아픔을……
만일에도 이 한밤 당신이 서서 계신다면은
어느 별만 우러러 아프게 반짝인다 하리오.
-「綠陰의 밤」 부분-

춘향은 절대약자로 표현되고 있다. 자기의 주장은 전혀 무시되고 육신의 자유마저 구속당하며 오로지 사랑하는 임을 향한 마음 하나로 버티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도령은 찾아오질 않고 춘향이 마음 속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쌓여 한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그 한은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무 것도 할수 없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한탄이고 불행한 처지를 탓하는 탄식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인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한을 가장 한스럽게 표현해 내기 위해서 힘이 없고 나약하며 자신의 육신마저도 마음대로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설화 속 여인을 끌어들인 것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들의 절개와 순종을 요구하는 전근대적 발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춘향을 통하여 여성의 나약하고 무능함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어떠한 물리적 압박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성 특유의 절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면적 미덕을 통해 춘향이 신분적 제약을 넘어서는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지닌 존재 임을 보여준다.

참고 문헌

  • 박재삼의 『춘향이 마음』 연구, 순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송한홍 (2001)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1]

RDF 및 온톨로지

  • RDF
Domain(A) Range(B) 관계 설명
춘향이 마음 박재삼 집필되다. A는 B에 의해 집필되었다.
춘향이 마음 신구문화사 출판되다. A는 B에서 출판되었다.
춘향이 마음 1962년 발행되다. A는 B에 발행되었다.
춘향이 마음 3부 나뉘다. A는 B로 나뉘어있다.


  • 온톨로지
춘향이마음 온톨로지.jpg

작성자

작성자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