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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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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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여기 한 명이 더 살아 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 그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저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하여 완성해낸 작품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하는 동시에 그간 한국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위안부의 존재. 20만 명이 강제 동원되었고 그중 겨우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왔고 2016년 현재, 그분들 중 40명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한 이 소설 작품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80여 년 전 열세 살 소녀였던 그녀는 마을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간다. 그날 이후, 강제로 끌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당하는 성적 학대와 고문을 당한다. 새 고무신도 주고 흰 쌀밥도 배불리 먹여준다고, 간호사를 시켜준다고, 야마다공장에 실을 풀러,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따라간 데가 지옥일 줄 소녀들은 까맣게 몰랐다.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아픈 기억을 영원히 짊어진 채 고향으로 되돌아오지만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끔찍한 트라우마는 그녀에게 수치감과 모욕감만을 남겼고, 이미 죽은 자로서 긴 세월 자기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잊은 채 숨죽이고 살아가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티브이를 통해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녀는 이제야말로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겠다고 결심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는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데……


출간일

2016년 08월 05일


출판사

현대문학

목차

  • 한 명 -- 009
  • 해설 기억의 역사, 역사의 기억 박혜경 -- 269
  • 작가의 말 -- 280


소설의 줄거리

시간이 흘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뿐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한 이 소설 『한 명』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밝히지 않고 살아온 어느 ‘한 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80여 년 전 열세 살 소녀였던 그녀는 마을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간다. 그날 이후, 강제로 끌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육신을 난도당하는 성적 학대와 고문을 당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아픈 기억을 영원히 짊어진 채 고향으로 되돌아오지만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끔찍한 트라우마는 그녀에게 수치감과 모욕감만을 남겼고, 이미 죽은 자로서 긴 세월 자기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잊은 채 숨죽이고 살아가게 한다. 자신의 과거가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형제들까지도 피해 홀로 힘겹게 살던 그녀는 조카의 부탁으로 재개발 예정 구역에 기거하며 이름도 없는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티브이를 통해 공식적인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녀는 이제야말로 세상에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지금껏 숨겨왔던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겠다는 용단을 내린다. 마침내 닫혔던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그녀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사경을 헤매는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가는 길 위에서 그녀는 삼인칭으로만 존재해온 ‘한 명’에서 마침내 “풍길”이라는 열세 살 때 지녔던 제 이름을 찾게 된다. 그녀가 마지막 생존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동안 자신을 놓아주지 않던 과거와의 만남이자 그 시절로 돌아가 위안소에서 희생된 그 모든 ‘한 명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그녀가 비로소 이름을 지니게 되고 지금까지 존재해온 이유에 답하는 순간이자 진정한 새로운 좌표를 찾게 되는 순간이다.


책 속으로

“군인 백 명을 상대할 자가 누구인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군인 백 명을 상대합니까.” 작지만 야무지던 석순 언니가 따지고 들자, 중대장이 병사들을 시켜 석순 언니를 앞으로 끌어냈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군인들은 닭 껍질을 벗기듯 석순 언니의 몸에서 옷을 벗겼다. 석순 언니의 몸은 깡말라 사내아이의 몸 같았다. 겁에 질린 소녀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소녀들을 한 명 한 명 씹어먹을 듯 바라보는 중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얼른 고개를 떨어뜨렸다. 막사 뒤에서 수십 개의 못을 동시에 박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곧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 p.18


위안소에 있을 때 그녀는 몸뚱이가 하나인 것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하나인 몸뚱이를 두고 스무 명이, 서른 명이 진딧물처럼 달려들었다. 하나인 그 몸뚱이도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것이 아니던 몸뚱이를 부려 그녀는 이제껏 살아왔다. --- p.38


사람들은 그녀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당하고 왔는지 모른다. 어쩌다 보니 남의 집 식모로만 떠돌다 혼기를 놓친 줄로만 안다. 신세를 지는 것도 아닌데, 혼자 사는 그녀를 짐스러워하고 못마땅해하는 여동생들에게조차 그녀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남자라면 몸서리가 나서 싫다고.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펑 쏴버리고 싶도록. 그녀는 누가 시집가라는 소리만 하면 두드려 패고 싶었다. --- p.44-45


군인들이 다녀갈 때마다 그녀는 식칼로 아래를 포 뜨는 것 같았다. 군인이 열 명쯤 다녀가고 나면 포를 하도 떠 아래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래는 무시로 바늘 들어갈 구멍도 없이 훌떡 뒤집어졌다. 소녀들은 자신들 몸에 다녀가는 군인들 명수로 일요일인지 알았다. 그곳에는 달력도 없어서 소녀들은 날짜도, 요일도 몰랐다. 모든 날들은, 모르는 날들이었다. 모르는 날들이 흘러가는 동안 소녀들은 폭삭 늙었다. --- p.87


해방이 되고 소녀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더러는 일본 군인들을 따라가고, 더러는 중국에 남고, 더러는 국경을 넘다가 죽고. 하여간 죽는 게 여사였다. 누구누구가 살아서 돌아왔는지 궁금하면서도, 보고 싶어 죽겠어서 군자의 고향집까지 찾아갔으면서, 그녀는 혹시나 우연히 소녀들을 만날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전전긍긍했다. 길을 가다가도 누가 자신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으면 얼른 골목으로 숨어버렸다. --- p.99


누렇게 바랜 신문지 쪼가리 한 귀퉁이에는 강인한 인상의 여자 얼굴이 증명사진보다 조금 크게, 흑백으로 인쇄되어 있다. 그녀의 두 눈 초점이 여자의 얼굴에 모아진다. 김학순, 그 여자다. 수십 년 전 티브이 속에서 울던 여자. 김학순…… 그 여자가 어느 날 저녁에 티브이에 나와 막 울었다. 밥을 먹던 그녀도 밥알을 입에 문 채 울었다. 그 여자가 우는 것을 보니까 덩달아 그렇게 눈물이 났다. 그녀는 날짜도 잊히지 않는다. 1991년 8월 14일이었다. 늘 그렇듯 혼자 티브이를 보다가 자신과 똑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 p.141


그녀도 따라서 고백하고 싶었다. 나도 피해자요, 하고. 그때마다 그녀는 가제손수건으로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았다. ‘나도 피해자다…… 나도 만주 하얼빈까지 끌려가 그 짓을 당했다…… 열세 살에 끌려가 그 짓을…… 애기였을 때 끌려가…….’ 자매들을 만날 때마다 그 말이 목구멍을 타고 치밀어 올랐지만 꾹 삼켰다. --- p.145


새삼스레 이 세상에 달랑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녀는 딸이 하나 있었으면 싶다. 부산에서 식모살이를 할 때 그녀를 쫓아다니던 총각이 있었다. 남자라면 몸서리가 쳐졌지만 자식을 낳을 수 있으면 그 남자와 살림이라는 걸 차려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아보았다. 산부인과에서는 그녀에게 다른 소리는 하지 않고 자궁이 한쪽으로 돌아가서 애를 낳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자신이 만주라는 데를 다녀왔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그녀는 총각 모르게 부산을 떠나왔다. --- p.174


그녀는 늘 그렇듯 일어나자마자 티브이를 튼다. 다행히 한 명에 대한 소식은 없다. 한 명은 아직 살아 있다. 담요를 개키던 그녀는 깊은 숨을 토한다. 그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든, 그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모르는 어떤 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한 명도 살아 있지 않은 날이 머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서다. --- p.217


그녀는 한 명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여기 한 명이 더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증언이라는 걸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왜 이러나 싶기도 하다. 여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다가, 이리 숨겨놓고 저리 숨겨놓고 있다가. 이렇게 늙어가지고. 죽을 때가 돼가지고. --- p.234

해설

한 개인의 내적인 삶, 그것은 그의 전부다. 죽지 않는 한, 죽어서 내면이 사라져버리지 않는 한, 인간의 내면은 그 어떤 무자비한 역사도 훼손시킬 수 없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신체가 훼손되는 고통을 겪어도 그 고통이 각인된 인간의 내면은 남는다. 내면 때문에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역사가 남긴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인간이 세계와 맞설 수 있는 힘 또한 개인의 고유 영역인 바로 그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억은 오로지 개인만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지우고 부정하려는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것으로 지니고 있었던 것 역시 기억이다. 그 보이지 않던 기억이 어느 순간 육신의 입을 빌려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 ‘한 명’이 있다고,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한 명’이 살아 있는 한, 위안부들의 역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박혜경(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위안부는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물론, 한국 여성의 역사에 있어서도 가장 끔찍하고 황당한, 또한 치욕스러운 트라우마일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라고 프리모 레비는 말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증언이 지금까지 어어져오고 있다. 그 증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 그 와중에 한국과 일본 양 정부는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라는 절차를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저 멀찍이 구경꾼의 자리에 위치시킨 채 일방적인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 정도의 지원금을 출연할 테니,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중 한 분인 훈 할머니 말씀처럼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시절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은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감탄하고는 한다. 내 할머니이기도 한 피해자들이 행복하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부족한 소설을 세상에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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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김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어떻게 살아가셨는지 알려고 하는 노력” 필요하다 NAVER 포스트


증언하는 소설들의 시대 - BOOK NEWS

리뷰

소설은 문학적인 문체가 적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르포식 문체가 많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소설은 '그녀'가 버스를 타고, 이제 겨우 한 명 남았다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뒷이야기를 적지 않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그랬듯, 작가도 마음이 아파서였지 않을까. 겨우 잘 절제한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칠까봐,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 뒤를 독자에게 맡긴 것이 아닐까. 혹은 역사에게. 혹은 지금 이 시대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너무 잔혹하고, 아프고, 막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리뷰> 한 명 - 누가 소녀들의 시간을 되돌려줄까 - NAVER 포스트


이 책 '한 명'을 보는 내내 마치 고층건물 난간에 서 있는듯 다리가 벌벌 떨리는건 공포감과 군시절 화생방훈련을 받는답시고 가스실 앞에서 대기할 때만큼의 절망감이 함께 했다. 그리고 그들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일에 대한 슬픔으로 눈물이 울컥울컥 치솟아서 도저히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갈 수가 없어서 책덮기가 수십 차례였다. 한마디로 지독한 고통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리도 고통스러운데 하물며 당사자들의 심정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 명, 반복되는 환향녀의 서글픈 역사 - NAVER 포스트


한 명은 소설인데도 미주 페이지가 10장입니다. 작가가 위안부 생존자들의 실제 증언들을 직접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증언의 말들이 조각보처럼 엮어 있습니다.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받치고 있는건 허구보다 더 허구같은 실재의 말들입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그 때의 사건들이 증언을 통해 말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그녀의 입을 통해 말해지는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은 형식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사실입니다. 아마도 한 명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들은 각각 엄연한 개인이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으로 인해 피해자라는 거대한 공동체, '하나'로 묶여 있다는 것 말이죠 


김숨 『한 명』; 단 한 명만이 남게 되었을 때 - 브런치

해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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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이치쇼보(三一書房)의 고쓰가이 이사오 대표는 3일 도쿄 진보초 사무실에서 “최근 일본 역사수정주의 흐름은 보통 일본인들도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심해졌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가 맺어졌다는 것만 강조되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숨 작가는 <한 명> 일본어 번역판에 실린 ‘일본 독자 여러분에게’라는 글에서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떠나 폭력적 역사의 와중에서 한 사람의 인간이 받아야 했던 고통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 고통을 자비의 마음이라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덕으로 승화시킨 작고 위대한 영혼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고 적었다


김숨 작가의 ‘위안부’ 피해 증언소설이 일본에서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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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제목 작가 종류 책소개
흐르는편지.jpg 흐르는 편지 김숨 장편소설 작가 김숨은 2016년 장편소설 『한 명』을 시작으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역사를 글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몇 분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쓰게 된 소설 『한 명』에 이어 작가는 또 한 권의 일본군‘위안부’ 소녀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흐르는 편지』를 내놓는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위안부’ 최초 증언자 김학순 할머니(1924-1997)의 공개 증언 이후 지금까지 240여 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가 처음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애를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낸 『한 명』(2016)을 출간했을 당시만 해도 40명의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셨지만, 2018년 7월 현재, 그 수는 27명으로 급감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전작前作이 그분들의 현재 삶을 가정하여 써 내려간 이야기라면, 『흐르는 편지』는 위안소에 살고 있는 일인칭 시점의 열다섯 살 ‘위안부’ 소녀를 등장시켜 그 시대 그 처참한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시간의 흐름으로만 따진다면 『흐르는 편지』가 먼저 쓰였어야 했지만, 작가는 그동안 취재한 증언과 자료들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 위안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쓸 “용기”가 생기기까지 2년여가 걸렸다고 고백한다.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jpg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김숨 증언소설 이 두 소설은, 현재 살아 있는 분들 가운데에 길원옥, 김복동 두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쓴 한 나라의 불행한 역사의 이야기이며, 꽃다운 나이에 삶을 통째로 유린당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1인칭 소설로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 작가의 의도는, 이 생에서 그 어느 것도 누리지 못한 채, 고통의 세월에서 상흔의 부적만 겨우 간직하고 살아남은 자 ―이미 늙고 병든 이―의 증언의 형식보다 더 강력한 리얼리티로 생생한 현장성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껏 선명하게 기억하는 허약했던 나라의 역사, 그 치부를 말하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나라를 위해 그들이 치룬 무차별적인 희생에 대한 무관심과 냉혹한 시선을 사실감 있게 전달한다. 나아가 삶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연민이 없는 사회의 굴곡진 현 사회의 모습까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야말로 아픔을 공감한다는 것과 함께 이들의 헌신과 늦었지만 이들이 느낄 수 있을 살아 있음의 기쁨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이 소설들은 그렇게 살아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jpg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김숨 증언소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현재와 과거를 조명한 《한 명》, 2018년 7월, 위안소에 살고 있는 임신한 열다섯 살 소녀의 삶을 그린 《흐르는 편지》의 저자 김숨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직접 증언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일본군‘위안부’ 피해 진상 규명과 책임 규명을 위해 평생 싸워온 김복동 할머니의 이야기를 저자가 묻고 답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소설로 창작한 작품이다.

화자 김복동은 열다섯 살에 군복 만드는 공장에 가는 줄 알고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다시 대만, 광동, 홍콩, 수마트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로 끌려 다니며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다 스물두 살에 싱가포르에서 해방을 맞았고, 자신을 찾아온 이종 형부를 따라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가면 모든 것이 잘될 줄 알았던 김복동 앞에 놓인 현실은 그러나 녹록하지 않았다.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함바집, 횟집 등에서도 험한 일을 하면서도 새벽마다 절을 찾았다. ‘위안소’에서 맞은 606호 주사 탓에 불임이 될 줄도 모르고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끝없이 기도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면서 죄책감 때문에 마음 놓고 남자를 사랑할 수 없어 37년이나 함께 산 남자가 있었음에도 평생 혼자 산 것만 같다고 말하는 그녀는 ‘위안부’로 농락당하고 훼손된 자신의 7년의 세월이 이후 자신의 삶을 혼자인 것으로 만들었다.

결국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예순두 살에 ‘위안부’로서의 삶을 고백했으나 이후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가족들의 외면이었다. 김복동은 평생 외로웠고 평생 쓸쓸했다. 국가가, 사회가, 우리가 침묵한 탓이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아 가족마저 외면했던 아픔을 이제라도 공감하고 늦었지만 이들이 느낄 수 있을 살아 있음의 기쁨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살아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일본군'위안부'가된소녀들.PNG 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 이시카와 이쓰코 . 《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은 10대 소녀인 아사코와 아키 자매, 아키의 친구 유미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웃에 사는 가와세 마키코 씨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녀들 간의 편지와 가와세 마키코의 ‘르포’는 부끄러운 과거와 역사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고 전쟁의 고통과 여성의 피해는 어느덧 현재의 인권과 평화 문제로 자각된다.

이 책에는 ‘위안부’의 진실을 세상에 처음으로 밝힌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하여 강덕경, 문옥주, 황금주, 이용수 할머니뿐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일본에 거주한 배봉기, 송신도 할머니, 북한의 김영실, 중국인 완아이화, 일본인 시로타 스즈코, 네덜란드인 얀 루프 오헤른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형식이 다소 문학적이지만, 편지와 일기, 르포의 행간에는 역사를 대하는 엄중함이 담겨 있다.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후세에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나비가된소녀들.PNG 나비가 된 소녀들 글: 정란희 그림: 이영림 동화책 우리나라, 중국, 필리핀, 베트남, 네덜란드 등 강제 동원되어 희생된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

“일본이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간 증거가 없다고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바로 증인입니다!” 안에서 꼭꼭 걸어 잠근 일본 대사관의 창문이 있었다. 커튼까지 드리워진 그 창문이 꼭 우리의 요구에 눈과 귀를 고집스럽게 닫고 있는 일본의 모습 같았다. 진실과 정의를 소리 높여 외치는 할머니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나비가 된 소녀들]은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작가가 전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덜란드 등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 는 고작 열서너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납치되거나 거짓말에 속아 중국, 미얀마, 필리핀 등 전쟁터로 끌려가 갖은 모욕과 폭력에 시달리며 인권을 짓밟히고, 목숨을 위협받거나 죽임을 당하는 동료들을 지켜봐야만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의'위안부'이야기.PNG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이야기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 에세이 원제 명이 『군부 압제 속의 처녀들 ? 부루(BURU)섬의 기록』 (PERAWAN REMAJA DALAM CENGKERAMAN MILITER ? CATATAN PULAU BURU)이며 인도네시아어로 되어 있는 책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김영수가 우리말로 번역하고 <동쪽나라>에서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이야기 ? 일본군에 의해 부루(BURU)섬에 갇힌 여인들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책의 내용은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꾸(MALUKU) 제도에 있는 부루(BURU)섬에 일본군 성 노예 위안부로 갇혀 있다가 일본이 패망한 후에도 어쩔 수 없이 귀향하지 못하고 현지 원주민 사회에 동화된 후 흔적 없이 사라져간 자바 지역 출신 여성들의 질곡의 삶을 논픽션으로 담아낸 것으로 총 299쪽 분량에 관련 사진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본 논픽션 집필은 1969년부터 10년 넘게 부루섬에 반체제 정치범으로 몰려 격리 수용된 인도네시아의 세계적인 문학가이며 생존 시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여러 차례 추천된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PRAMOEDYA ANANTA TOER)(1925-2006)가 현지에 먼저 와 있던 위안부 출신 여성들과 작가를 포함하여 그의 동료들이 직, 간접으로 만난 결과를 한 자, 한 자 정리한 것이다.

본 책이 갖는 의의로는 ‘위안부’에 대한 세계 최초의 논픽션이라는 점을 들 수 있고 해외에서 귀국하지 못한 한국 출신 일본군 성 노예 위안부들이 어떻게 현지화 되어 갔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계기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책에는 한국 ‘위안부’ 출신인 정서운 할머니(1924-2004)가 일본에 의해 끌려와 성 노예 위안부로 참담한 생활을 했던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암바라와(AMBARAWA)에 아직도 폐허로 남아 있는 위안소 사진과 사연이 인도네시아 ‘위안부’ 약사, 한국의 ‘위안부’ 약사와 함께 실려 있어 폭 넓은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아울러서 이번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이야기』 출간이 과거 사,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집요하게 회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됨은 물론 ‘위안부’에 대한 우리들의 시야가 더 깊게 심화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는조선의처녀다.PNG 나는 조선의 처녀다 다니엘 최 소설 『나는 조선의 처녀다』는 조선처녀들을 강제로 납치하거나 공출한 일제의 만행이 국가 차원에서 발생하게 된 배경이나 원인을 제1부의 남경대학살이라는 테마를 통하여 자연스레 설명하였다. 특히 제2부와 제3부에서는 일제가 그 얼마나 우리 민족에게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질렀는가를 단란했던 두 가정이 해체되는 비극을 통하여 묘사했다. 독자들은 술술 읽히는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 앞에 힘없이 짓밟히는 식민지 백성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일제의 잔학성에 치를 떨게 될 것이다.

RDF 및 온톨로지

항목A 항목B 관계 설명
한 명 김숨 저술하다 A는 B가 저술했다
한 명 증언 재구성하다 A는 B를 재구성했다
한 명 2016년 출판하다 A는 B에 출판되었다
한 명 현대문학 출판하다 A는 B에서 출판됐다
한 명 해설 수록하다 A에는 B가 수록되었다
한 명 박혜경 해설하다 A를 B가 해설했다
한 명 三一書房 출판하다 A는 B에서 출판됐다
한 명 '위안부' 다루다 A는 B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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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 명 NAVER 책

한 명 yes24

책으로 삼일절을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을까? (feat.김숨 작가) NAVER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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