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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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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평가'''==
 
=='''이해와 평가'''==
  
이 작품은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식상할 듯한 이러한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유부남인 상대방을 향해 보내는 편지글이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나’의 비정상적인 사랑과 어린 시절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사랑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섬세한 내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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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식상할 듯한 이러한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유부남인 상대방을 향해 보내는 편지글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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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식상의 새로움은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유독 많은 문장 부호를 쓰고 있는데, 이 부호는 단순히 문장의 흐름만을 통제하는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런 형식상의 새로움은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유독 많은 문장 부호를 쓰고 있는데, 이 부호는 단순히 문장의 흐름만을 통제하는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1) 여기저기 참 아름다웠습니다. 산은 푸르고....... 푸름 사이로 분홍 진달래가........ 그사이...... 또..... 때때로 노랑 물감을 뭉개 놓은 듯, 개나리가 막 섞여서는....... 환하디 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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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는 말없음표와 쉼표, 마침표가 유독 많이 찍혀 있다. 덕분에 말없음표를 통해 화자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반대로 내면의 흐름을 부호를 통해 나타내어 내면의 흐름을 느릿하게 만들면서 울적한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효과를 가졌다 이외에도 속도감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부호를 통해 문장을 짧게 만들어 서술 내용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2) 당신, 딸 이름이 은선이었군요. 은선이. 그애의 이름을 서너 번 불러봤어요. 나물 같은 이름. 어디에 고여 있었는지 눈물이 오래 쏟아졌어요. 은선이.
 
 
 
이 소설에서는 말없음표와 쉼표, 마침표가 유독 많이 찍혀 있다. 1)에서는 말없음표를 통해 화자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그려진 광경은 매우 아름답고 밝은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화자의 내면 풍경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런 내면의 흐름을 부호를 통해 나타내고 있는데, 내면의 흐름을 느릿하게 만들면서 울적한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에서는 그 반대로 속도감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부호를 통해 문장 단위를 짧게 만들면서, 서술 내용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위에서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에는 사실 많은 설명적 문장이 끼여들 틈이 있다. 그런 것을 과감히 생략하고 비약적으로 진술함으로써 산뜻한 느낌과 함께 내면 심리의 떨림을 여운 있게 포착하도록 한다.
 
  
  

2020년 6월 28일 (일) 14:31 판


줄거리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불륜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식상할 듯한 이러한 이야기의 큰 틀이 화자인 ‘나’가 유부남인 상대방을 향해 보내는 편지글이란 형식을 취함으로서 독자에게 흥미를 끌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마치 남의 비밀스런 편지를 엿보는 느낌으로 독자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사랑의 자취와 ‘나’의 어린 시절의 남다른 기억들을 좇게 된다. 유부남인 상대방은 외부적 환경의 굴레를 벗어 자신들만의 사랑을 위한 도피를 ‘나’에게 제안해 오고 이에 끝내 승낙을 보류한 채 고향에 이른 ‘나’는 자신이 어린 시절 만났던 한 여인을 회고한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데려온 한 여자였고 그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는 지켜오던 가정을 그녀에게 내주고 잠시 떠난 상태에서 아버지가 데려온 그 여자의 새로움에 이끌리었던 어린 시절을 ‘나’는 돌이켜 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좋아 보였던 어린 ‘나’는 그 여자와 같은 여자가 되리라는 철없는 꿈을 꾸었고 어느덧 자신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닮은 사랑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나’는 자신이 쓴 편지를 띄우지 못한 채 약속시간을 넘긴 뒤 애타는 마음에 금지된 애인의 집으로 전화를 넣어 본다. 그의 아내가 전화를 받자 그를 바꿔달라는 말을 건네자 그의 어린 딸을 향해 그의 아내가 아빠 전화 받으라고 전하라는 말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그도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나’는 고향에서 초라해진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은거한다는 것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고 있다.



내용 정리

  • 주제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아픔과 극기의 모습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시간 배경: 현재와 과거(나의 어린시절)
  • 공간 배경: 어느 시골
  • 흐름 :
  발단 - 유부남인 ‘당신’이 ‘나’에게 사랑의 도피를 제안한다
  전개 - ‘나’는 승낙을 보류,고향으로 내려가서 어머니를 대신하던‘한 여자'를 생각하며 그 여자를 철없이 따르던 자신의 어랄 적 모습을 떠올리며 어느 새 그 여자를 닮고 있음을 깨달음을 얻는다
  절정 - ‘당신’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행복한 가정을 깰 수 없어 전화를 끊게 된다.
  결말 - ‘나’는 고향에서 초라해진 아버지를 도우며 은거한다.

이해와 평가

이 작품은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식상할 듯한 이러한 이야기는 화자인 ‘나’가 유부남인 상대방을 향해 보내는 편지글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1. 시적 산문의 아름다움

이 소설은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를 보인다. 여성 특유의 서정적 감각이 돋보이는데, 편지글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그런 특성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여기서는 1인칭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2인칭과 뒤섞여 있다. 2인칭 ‘너’는 따로 존재하는 화자가 아니라, 1인칭 ‘나’와의 관계에서만 설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초점 주체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간간이 2인칭 서술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새로운 소설 형식을 찾으려는 작가의 실험 정신의 결과라고 하겠다.

이런 형식상의 새로움은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유독 많은 문장 부호를 쓰고 있는데, 이 부호는 단순히 문장의 흐름만을 통제하는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말없음표와 쉼표, 마침표가 유독 많이 찍혀 있다. 덕분에 말없음표를 통해 화자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반대로 내면의 흐름을 부호를 통해 나타내어 내면의 흐름을 느릿하게 만들면서 울적한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효과를 가졌다 이외에도 속도감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부호를 통해 문장을 짧게 만들어 서술 내용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


2. 아름다움에 대한 콤플렉스

이 작품에서 초점화되고 있는 것의 하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 있다. 화자는 기차에서 내려 역구내의 수돗가에서 손을 씻는데, 이것은 이 마을을 떠나거나 찾아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행위이다. 그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화자는 짐짓 모르는 체한다. 그러나 그것은 깨끗함,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의 콤플렉스에서 기인한다. 이 작품에서 화자가 도시에서 시골로 올 때, 손을 씻는 내면 심리는, 시골은 촌스럽고 불결하며, 세련되지 못한 공간이라는 자기 열등감이 발동되기 때문이며, 거꾸로 시골에서 서울로 갈 때의 심리 그것도 마찬가지로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손 씻기와 ‘그 여자’의 이야기는 교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이 작품이 더블 플롯으로 되어 있음을 상기할 때, ‘그 여자’의 이야기는 이 작품의 핵심이 되며, 손 씻는 일과 ‘그 여자’의 일이 교차되는 것은, ‘그 여자’의 일 또한 손 씻는 일처럼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콤플렉스와 연관될 것임을 눈치챌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손을 씻고 난 뒤 ‘당신’이 준 시계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함으로써 이미 화자가 당신 곁으로 가지 않을 것임을 복선으로 예비하고 있다.

마을 여자를 묘사한 대목을 보면, 촌부들을 들먹이는 심리의 근저에는 그런 촌스런 여자에 대한 혐오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이런 여자와는 달리 살갗이 뽀얗고 은은한 향기가 나며 화사한 모습을 한 그 여자는 화자에게 하나의 경이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 선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혈육인 어머니와 아름다운 그 여자 사이에서 화자는 차라리 아름다운 그 여자에게 이끌려 있는 내면심리가 심층에 깔려 있는 것이다.


3살 빼는 여자들

점촌댁 아주머니는 눈물겹게 줄넘기를 하면서 살을 빼며 울고, 에어로빅을 하는 중년 여인도 눈물 속에서 살을 뺀다. 살을 뺀다는 것, 극서은 여성의 외모를 아름답게 하려는 애달픈 몸짓이다. 이 작품에서 버림받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여성다움의 상실 때문이다.

남성은 아름다운 여성을 찾게 마련이고, 여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경숙은 줄넘기와 에어로빅을 하는 여자를 나무라지 않는다. 그리고 줄넘기와 에어로빅을 하게 했던 여자들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것을 그녀는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화자의 심연에 내재하고 잇는 아름다움에 대한 콤플렉스는 인간 본연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의식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숙은 그 점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4. 여자-떠나는 아픔

화자는 결국 ‘당신’ 곁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아픔이 전편을 압도한다. 화자가 떠나려는 이유는, 다른 여자와 그 여자의 딸에게 아픔을 주지 않으려는 것 때문이다. ‘당신’의 딸 은선이는 화자이며, ‘당신’의 아내는 화자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고, 화자는 ‘그 여자’인 것이다.

그 여자에 대한 환상과 어머니의 현실, 환상은 환상대로 아름답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소중한 것이다. 환상과 현실은 공유할 수는 없지만, 현실에 충실하면서 환상을 잃지 않는 태도가 바람직한 것이다. 그녀는 어렵지만 현실의 길을 택한다. 그러면서 그 여자의 환상을 지우지는 않는다. 지금은 견디기 어렵지만 머지않아 그런 극복의 성숙한 날이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