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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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27일 (금) 23:42 판 (새 문서: ==개요== ==특징== ==전문== <blockquote> 화 륜(火輪) ● 시(時)————930년대 ● 처(處)————도회 • 화면 암흑. 화폭 속에 그득 차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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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특징

전문

화 륜(火輪)

● 시(時)————930년대 ● 처(處)————도회

• 화면 암흑. 화폭 속에 그득 차게 커다란 불붙는 수레바퀴 나타난다. 불꽃은 잠시 맹 렬히 타오르다가 차차 스러져 버리고 나중에 불바퀴는 무수히 연결된 주 먹의 바퀴로 변한다. 빙빙 돌아가는 주먹의 바퀴 복판 멀리 격분에 타오 르는 얼굴 하나 나타나더니 급속도로 카메라 앞으로 내달아와 바퀴 안에 가득히 찬다. 눈 부릅뜨고 입 무섭게 부르짖는다. 얼굴 돌연히 광적으로 커다랗게 웃는다. 웃다가 또다시 격분에 타오르는 얼굴로 변한다. 부릅뜬 눈, 부르짖는 입(용암(溶暗)) • 감옥의 철창. • 어두컴컴한 감방. 높은 철창에서 한 줄기 빛이 가늘게 흘러 들어올 뿐. 어두운 한구석에 웅 크리고 있던 사나이 간수에게 불리워 벌떡 일어나 문께로 향하여 걸어 나 온다. • 형무소 문전. 육중한 철문이 고요히 열린다. • 철문을 주춤 걸어 나오는 사나이의 다리.(이중(二重)) • 빙긋이 열리는 철함의 살창 밖으로 나오는 범. • 으르렁대는 범의 낯. 범의 낯이 차차 철호의 얼굴로 변한다. • 옥문 앞에 우뚝 선 철호.

자 막 철창에서 신음한지 십년 만에 사바에 나온 철호. • 철호의 얼굴. 말할 수 없이 수척한 얼굴에 눈만 매섭게 빛난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분 함인지 말할 수 없이 복잡한 표정. • 옥문 앞에 철호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더니 생각한다.(이중) • 두 손을 높이 들고 “××××!”를 고창하던 열중된 군중으로 발끈 뒤집 히던 네거리. • 여러 동지들과 포박을 당하여 옥문으로 끌려 들어가는 철호. • 간수 감방의 문을 열더니 철호를 안으로 밀어트리고 문을 닫는다. • 두 손으로 철창의 창살을 잡고 내다보는 철호. 물을 차버리고 빙글빙글 도는 수차. 저절로 장장이 떨어져 나가는 캘린더.(삼중) • 창살 사이로 보이는 수척한 철호의 얼굴. 물을 차버리고 빙글빙글 도는 수차(水車). (이중) 돌아가는 수차 차차 사라져 버리고 수척한 철호의 얼굴만 화면에 남는다. (이중) • 옥문 앞에서 고개 숙이고 생각하는 철호 고개를 천천히 쳐든다. • 그의 얼굴.(대사(大寫)) 엄숙하고 비장한 표정 이를 간다. • 형무소 앞에서 거리를 바라보는 철호. • 내려다보이는 거리.(원경(遠景)) 카메라 서서히 선회. • 거리를 바라보는 철호.

자 막 철창을 나오기는 하였으나 이 넓은 장안에 그의 갈 곳은 어디인가. 십년 만에 사바의 흙을 밟는 이 아침 그를 반가이 맞이하는 한 사람의 그림자 도 없는 그의 몸을 용납할 곳은 어디인가. 그의 가난하던 옛 가정─십년 동안 한 장의 소식도 없었으니 지금에는 어 떻게나 되었는지. 세상에 나온 첫걸음으로 철호는 그의 옛집을 찾기로 하 였다. • 철호, 형무소 앞을 떠나 거리로 걸어 내려온다. • 거리를 걸어가는 철호.(측면 이동) • 걸어가는 그의 상반신.(이동. 이중으로 환상(幻想)에) • 병석에 누운 늙은 어머니의 얼굴. •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 • 어린 아들의 얼굴. • 어머니의 얼굴.(순간) • 아내의 얼굴.(순간) • 아들의 얼굴.(순간) • 아내의 얼굴.(순간) • 파리하고 변한 아내의 얼굴. • 장성한 아들의 얼굴. • 변한 아내의 얼굴.(이중) • 걸어가는 철호의 상반신.(측면 이동) • 걸어가는 그의 다리.(이동) • 다리를 건너는 철호. • 자동차를 피하는 철호. • 전차 선로를 건너는 철호. • 네거리를 꼬부라지는 철호. •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철호. • 빠르게 걸어가는 철호의 다리.(측면 이동) • 걸어가던 그의 다리 우뚝 선다. • 넓은 거리. 아스팔트 대로 양편에는 가로수 심어 있고 벽돌집이 즐비하여 있다. 철호 거리 복판에 우뚝 서서 의아해하는 모양. • 그의 상반신 엄청난 변화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 • 좁은 행길을 싸고 양편으로 초가가 늘어서 있는 작은 거리.(이중) • 벽돌집과 아스팔트의 넓은 거리. • 마저마저 쓰러져 가는 한 개의 초가.(이중) • 우뚝 솟은 빌딩. • 철호의 상반신. 엄청난 변화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 • 철호, 지나가는 사람보고 집을 물으니 행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 버린다. •인력거 병문(屛門)에서 차부에게 집을 묻는 철호.

자 막 “이 근처에 복규네 라는 작은 초가집이 있었지요?” •대답하는 차부.

자 막 “복규네요? 이곳의 초가집이 없어진 것이 벌써 태고적이요.” •말을 그치는 차부의 얼굴. • 철호 실망하여 병문에서 발을 돌린다.

자 막 초가는 헐리고 백성은 쫓기고 그의 살던 옛 거리는 벽돌과 아스팔트의 새 거리로 변하였으니 가난하던 그의 집안, 지금은 대체 어디 가 어떻게 하 고 있을 것인가. 낯설은 장안 천지에 그의 집 찾을 길 아득하다. • 힘없이 거리를 걸어가는 철호.(후경(後景) 이동) • 걸어오는 철호.(상반신 이동) 이 화면에 (이중으로) 병석에서 신음하다가 고요히 눈을 감는 어머니의 자태 나타난다. 어머니의 자태 사라지고 (이중으로) 굶주려서 우는 아들 의 자태 나타난다. 그것이 사라지자 (또 이중으로) 열차에 깔리는 아내의 자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동안에 철호의 얼굴 차차 험악하게 빛 나간 다. • 걸어오는 철호의 얼굴. (이동) 의혹과 공포에 그의 두 눈 광적으로 빛난 다. 얼굴 불시에 경련적으로 전율한다. • 걸어오는 철호.(전신 이동) 긴장된 자세, 걸음 차차 빨라진다. • 파출소에서 순사에게 물어 보는 철호. • 부청 호적계에서 역원에게 질문하는 철호. • 철호 거리를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여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 거지 아이를 붙들고 물어 보는 철호. • 뒷골목에서 이 집 저 집 문패를 기웃기웃 살펴보며 집을 찾아내려고 애쓰 는 철호. • 거리거리를 부지런히 찾아 돌아다니는 철호의 다리. (이동) 걸음의 속력 차차 줄어진다.(이중) • 은행의 철문이 내려 닫힌다. • 공장 굴뚝이 김을 뿜으며 사이렌이 울린다. • 돌아가던 기계 일제히 멈춘다. • 전차 선로를 파던 곡괭이 일시에 쉰다. • 공장 문 앞에 쏟아져 나오는 노동자의 파도. • 승강기 사람들을 뱉는다. • 네거리.(부감경(俯瞰景)) 러시아워의 사람의 파도, 만원된 전차, 자동차, 교통순사의 ‘고스톱’의 자세, 철호도 사람 숲에 쓸려 걸어온다.(이중) • 걸어가는 철호의 기진맥진한 다리. • 걸어가는 그의 다리와 불켜진 도회와의.(이중 노출) • 개천 다리 난간. 밤.(근사(近寫)) 철호 난간을 의지하여 힘없이 개천을 바라보고 있다. • 수심에 찬 그의 얼굴.(대사)

자 막 그리운 처자를 찾아 온종일 거리거리를 헤매었으나 그는 종시 그들을 찾 아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 철호 길게 한숨 쉬고 난간을 떠나 힘없이 걸어간다. • 걸어가는 그의 동작 차차 카메라에서 멀어진다.(교폐(絞閉))

자 막 이튿날 오후———— • 노동 식당 안. 식사하는 사람들. 식사를 마친 사람들. 담배 피우는 사람들 등. 한편 테이블 옆에 철호 앉아 있다. 식사를 마친 뒤. • 철호 앉아 있는 테이블.(근사) 철호 주머니 속에서 돈을 내서 회계를 하여 테이블 위에 놓고 담배를 꺼 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는다. • 또다시 식당 안.(전경(全景)) 식사하는 사람들. 이야기하는 사람들. 철호 한편 식탁에서 여전히 담배 피우고 있다. 별안간 날카로운 음향을 들은 식당 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행길로 향 한 창으로 향한다. 철호도 문득 담배를 입에서 떼고 창밖을 바라본다. • 창으로 내다보이는 행길 위. 무엇인지 둘러싸고 사람들 수물거린다. 오고가던 사람 모여들어 그것을 둘러싼다. • 식당 안 사람들 자리를 일어나서 창께로 달려간다. 철호도 그 속에 섞였 다. • 식당 안에서 창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등 사이로 내다보이는 행길 위. 여전히 수물거리는 군중. 가운데 든 것이 움직이는 탓으로 그것을 둘러 싼 군중도 움직이며 차차 화면에서 사라진다. 창에 기대 선 식당 안 사람 들의 지껄이는 뒷모양. • 식당 문이 열리며 노동자 한 사람이 들어 온다. 사람들의 시선 그리로 향 한다. 노동자 에————끔찍두 해라 하면서 몸서리친다. • 철호 문득 창께를떠나 식당 문을 나간다. 보이 몇 사람 뒤를 따른다. • 행길 위. 뺑 둘러선 군중. 그 뒤에서 가운데를 엿보려고 애쓰는 철호와 보이들. 철호 군중을 뚫고 안으로 들어간다. • 군중으로 둘러싸인 반원형의 지대. 한복판에 험상궂은 사나이 한 사람 서 서 욕설을 하면서 땅에 쓰러진 아이를 난타한다. 아이, 피를 흘린다. 군중의 한 귀퉁이를 뚫고 철호 들어선다. 놀라는 표정. • 놀람의 표정이 차차 의분의 표정으로 변하는 철호의 얼굴.(대사) • 이 광경을 노리고 섰는 철호.(전신(全身)) • (카메라 급속히 후퇴) 반원형 지대 안의 광경. • 노리고 섰는 철호. (상반신) 두 주먹을 지긋이 쥐며 철호 천천히 걸어온 다. (카메라는 서서히 후진) • 아이를 때리려고 사나이의 주먹이 높이 들렸다. 손 하나 나타나 사나이의 팔을 붙든다. • 팔을 붙들리어 옆을 돌아다보는 사나이의 얼굴. • 철호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 사나이의 얼굴과 바싹 대면한다. • 철호의 성난 얼굴.(대사) 입이 무겁게 열린다.

자 막 “이 무지한 친구야, 무엇 때문엔지는 모르나 어린 아이를 이렇게 참혹하 게 때리는 법이 어디 있나.” • 사나이 눈을 흘끗, 고개를 돌리고 주먹을 뿌리쳐 빼더니 또다시 아이를 때린다. • 철호, 사나이의 어깨를 억세게 붙들어 올린다. 사나이와 철호 마주대한 다. • 사나이 험상스런 얼굴. • 철호의 의분에 타는 얼굴. 입이 커다랗게 열리며,

자 막 “그래도 나의 하는 소리가 안 들리나. 이 피를 봐라!” • 사나이의 말하는 얼굴.

자 막 “아따 댁이 무슨 참견이요. 도적놈을 그대로 두어야 옳단 말요. 그런 놈 은 당초에 버릇을 떼놓아야 하지, 어린 놈이 아주 망종이란 말야.” • 입을 빈중빈중 하며 말을 마치는 사나이의 얼굴. • 철호 웃는다.

자 막 “무엇을 도적했단 말요?” • 사나이 아이 쪽을 흘끗 내려다보더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 (교개(絞開)) 과자전 앞 유리통 안에 갖가지의 빵이 그득그득 무저 있다. 아이 나타나 전 안을 흘끗흘끗 엿보며 전 앞을 어른거리다가 별안간 날쌔 게 전 옆 골목에 들어가 숨는다. 두 손에 그득히 사든 여자 한 사람 전에 서 나와서 사라지니 아이 다시 골목에서 나와서 살금살금 전 앞에 이르러 조심스럽게 주위를 휘둘러 본다. • 전 안에서 이것을 노리고 있는 사나이. • 과자전 앞. 아이 마침내 유리 뚜껑을 열고 황급하게 빵 몇 쪽을 훔쳐낸다. 별안간 아 이의 등살을 꽉 잡는 손이 있다. • 깜짝 놀라는 아이의 얼굴. • 아이 힘을 다하여 손을 뿌리치고 빵을 던진 채 그 자리를 도망한다. 사나 이 뒤를 쫓는다. • 좁은 거리를 달아나는 아이, 뒤를 쫓는 사나이. • 아이, 거리의 모퉁이를 돌아온다. 뒤미처 사나이 입으로 외치면서 돌아온 다. 지나가던 사람들 서서 그것을 바라본다. • 한사하고 달아나는 아이의 다리.(이동) 이 화면 한편에 쫓아오는 사나이의 다리 나타난다. • 노동 식당 앞까지 오더니 아이 행길 위에 쓰러져 버린다. 사나이 쫓아와 쓰러진 아이를 붙든다. 사람들 우———하고 모여든다.(이중) • 입을 빈중빈중 하며 이야기하는 사나이의 얼굴.

자 막 어느 날 밤———— • (교개) 달은 밝은데. • 집마당을 조심스럽게 걸어 나가는 두 개의 그림자. • 대문을 나선 두 모자. 어머니 대문을 살그머니 닫고 아들과 같이 문 앞에 서 사라진다. • 밤거리를 부지런히 걸어가는 두 모자의 다리.(이동. 이중) • 철교 위의 두 개의 그림자. • (원경(遠景)) 철교. 강물. 달. 움직이는 한 조각의 구름. 철교 난간에 모 자 의지하였다. • 난간에 의지한 모자.(근경) 어머니 난간을 잡고 올라가 물에 떨어지려고 하는 찰나. • 그의 등을 붙들어 내리는 손 하나 있으니. • 대하고 보니 의붓아버지. 그의 사나운 권막에 놀라는 모자.(이중) • 집 마루에 걸터앉아 수심에 싸인 어머니와 아들.(교폐) • 이야기를 마치는 아이. 두 줄기의 눈물이 얼굴을 씻어 내린다.(카메라 후 퇴) • 식당 안. 철호와 아이. 이야기를 마친 아이 눈물을 씻으면서 다시 고개를 숙인다. 철호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를 보며 위로하더니 또 묻는다.

자 막 “네 이름이 무엇이냐?” • 아이, 고개를 들고 대답한다.

자 막 “복규예요.” • 철호 깜짝 놀란다.

자 막 “복규? 나이는 몇 살?” • 대답하는 아이.

자 막 “열네 살입니다.” • 철호 놀라는 표정으로 아이를 새삼스럽게 자세히 바라보더니 아이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생각한다. • 어릴 때의 복규의 얼굴. 차차 지금의 얼굴로 변한다. • 철호의 감개무량한 얼굴. • 철호의 아들의 얼굴과 몸동이를 어루만지면서.

자 막 “그러니 네가 복규로구나.” • 하고 외치며 아들의 두 손을 힘껏 잡는다. • 복규의 의아해하는 얼굴. • 철호, 복규의 두 손을 잡고 그를 일으키면서,

자 막 “자, 집이 어딘지 나와 같이 얼른 찾아가 보자.” • 식당 문을 나가는 철호 부자. • 좁은 뒷골목.(저녁) • 의부의 집 문전. 복규에게 이끌린 철호, 한참 주저하다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 고요한 집 마당. 철호와 복규의 걸어 들어가는 뒷모양, 두 사람 우뚝 선다. 복규 건넌방 문께를 손가락질하며 철호에게 무어라 속삭이니 철호 건넌방 쪽을 바라본 다.(후경) • 꼭 닫힌 건넌방 문.(카메라 급속히 회전하여) • 뜰 위에 벗어놓은 남녀 두 켤레의 신.(카메라 급속히 회전) • 마루에 벗어놓은 남자의 모자.(카메라 급속히 회전) • 두 켤레의 신.(순간) • 포옹한 남녀. • 건넌방 문. • 모욕과 분노에 빛나는 철호의 비장한 얼굴. • 철호 건넌방께로 걸어간다. • 건넌방 문 앞. 철호 방문을 한참 노리더니 문을 열어젖히려고 손을 마저마저 문에 대다 가 다시 생각하여 손을 떼고 괴로운 듯이 고개 숙이고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 온다. • 암담한 철호의 얼굴. • 철호, 힘없이 복규에게 말한다.

자 막 “내 갔다 내일 또 다시 오마. 어머니에게 아무 소리도 하지 말아라.” • 철호 말을 그치고 돌아서 걸어나가니 복규 그의 뒷모양을 힘없이 바라다 본다. • 복규의 얼굴. 별안간 눈물이 글썽하니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여 버린다. • 집 마당. 풀없이 걸어나가는 철호의 뒷모양과 고개 숙이는 복규.(용암)

자 막 이튿날 아침 일찍 철호는 다시 아내의 집을 찾으러 나섰다. • (용명(溶明)) 노동숙박소 문전을 걸어 나오는 철호. • 아내 집 문전. 철호 문을 흔드니 복규 대문을 열고 나온다. 철호, “어머니 계시냐” 고 물으니 복규 고개를 흔들고 한 조각의 종이쪽지를 주면서,

자 막 “어머니에게 어저께 이야기를 죄다 하였더니 오시거든 이것을 드리라고 하고 이제 금방 혼자 어디론지 나가셨어요.” • 철호 황급하게 쪽지를 펴본다. 한참 내려보다가, • 별안간 놀라는 그의 얼굴. • 펴든 종이.(다음과 같은 편지) 어저께 복규에게서 모든 이야기 자세히 들었습니다. 옥을 나오시자마자 첫귀에 들리는 이와 같은 변동에 퍽 놀라셨겠지요. 가혹한 생활의 채찍은 저를 드디어 이 길로 몰아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옥에 들어가신지 삼년 만에 병으로 신음하시던 어머니는 그만 세상을 하직하여 버리셨지요. 그 후부터는 지니고 있던 집 한 간조차 마저 뺏겨 버렸습니다. 길고 긴 십년 동안 생각해 보세요. 약한 계집의 손 하나로 어떻게 하면 이 거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었겠습니까. 여자로서 밟을 수 있는 최후의 길을 저는 밟고 야 말았습니다. 식칼을 물고 넘어지려 한 때도 많았지요. 달 밝은 밤 철 교 위를 헤맨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철 모르는 복규의 앞길을 생각할 때에 다시 분을 억제하고 이를 갈고 욕과 괴로움을 꿀꺽꿀꺽 참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 , 옥을 나오신 이제, 복규에게 아버지를 찾아드린 이제 저는 아무 미련도 안 남기고 기쁘게 이 세상을 떠나겠습니다. 더럽 힌 이몸, 부끄러운 이 얼굴로 어떻게 고결한 화안을 대하겠습니까. 차라 리 대면하기 전에 세상에서 사라져 버려야지요. 이 편지를 보실 때에는 벌써 저는 맑은 한강수에 이 몸을 곱게 장사지내 버린 뒤겠지요. 이후라 도 부디부디 잘 싸우시고 복규도 똑바로 인도하여 주세요. 물 가운데 외 로운 혼이 된 후일지라도 두 부자분의 거룩한 앞길을 한결같이 축복하여 드리겠습니다. • 다 읽고 난 철호, 고개를 드니 놀람과 동요의 무서운 표정. 편지가 손에 서 부르르 떨린다. • 복규 “아버지!” 하면서 철호에게 달려드니 철호 편지를 한 손에 구겨 들고 복규를 품에 안았다가 다시 내려놓고, "얼른 어머니를 찾아가자" 하 며 복규의 손을 끌고 급한 걸음으로 집 앞을 떠난다. • 거리를 급히 걸어가는 철호와 복규의 다리.(이동) • 걸어가는 철호의 상반신.(이동) - (이중) 물속에 빠지는 아내. - • 철교 위를 뛰어가는 부자의 다리.(이동) • 두 사람의 다리, 한 곳에 문득 머무르면서 난간에 오르는 여인의 치맛자 락을 붙들어 내린다.(카메라 서서히 위로 회전) • 철호, 여인, 복규, 세 사람의 상반신. 철호 난간을 향한 여인의 어깨를 붙들어 올려 보니 자살하려는 아내이다. 시선이 서로 마주치자 두 사람 너무나 놀라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서 있다. 복규,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면서 운다. • 놀라는 철호의 얼굴.(대사) • 놀라는 아내의 얼굴.(대사) • 아내 철호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철호씨!” 하고 부르짖고 고 개를 숙여 버린다. 한참 그러고 서 있다가 다시 철호에게 등을 돌리고 난 간께로 가는 것을 철호 황급히 붙드니 아내, "노세요 노세요!"하며 몸을 빼치려고 한다. 철호, 아내의 어깨를 잡아 다시 돌려세우고.

자 막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한단 말요.” • 하고 말하니 아내 고개를 숙인 채 느껴 운다. • 느껴 우는 아내의 등. • 철호, 느껴 우는 아내의 고개를 쳐들면서,

자 막 “편지 보고 자세히 알았소.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지나간 일은 피차에 모두 잊어버립시다.” • 철호 말을 그치니 아내 간신히 고개를 쳐든다. • 눈물에 젖은 아내의 얼굴.(대사) • 아내, 눈물을 씻고 철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자 막 “저를 용서해 주실 수 있겠어요?” •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이니 철호 아내의 두 손을 잡으면서 위로한다.

자 막 “우리 둘 사이에 용서고 말고 할 것이 있겠소. 형편에 그렇게 만들어 놓 는 것이 있는 것을 우리들에게야 무슨 죄가 있겠소. 자, 여기서 길게 말 할 것 없이 들어가서 새로 살아나갈 도리나 궁리합시다.” • 철호 친절히 말을 마치니, 아내 더욱 느껴 울며 철호에게 몸을 의지한다. 철호 아내를 품에 안는다. 복규 한편에 고개 숙이고 서 있다.(이중) • 철교를 걸어가는 세 사람.(후경) 가운데 복규를 두고 양편에 철호와 아내.(용암)

자 막 결국 철호는 한 간 방을 얻어 처자를 거느리고 그는 날마다 철공장에서 노동하면서 새살림을 도모하여 나가게 되었다. • (교개) 돌아가는 기계 바퀴. • 돌아가는 조리대. • 끊기는 철판에서 불꽃이 날린다.(이중) • 철공장 작업실.(전경) 돌아가는 기계의 틈틈이에 끼어서 노동자들 일하고 있다. (카메라 한편을 향하여 그곳에 접근하니) • 힘을 다하여 기계를 돌리는 철호. • 힘찬 그의 얼굴.(대사) • 종업의 사이렌의 울리니 • 돌아가던 기계들 일제히 꺼진다.(이중) • 세수하는 직공들. 그 숲에 철호. • 공장 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직공들 속에 철호도 섞였다.(이중) • 철호 집 문을 들어서니 아내와 아들, 반가이 나와 맞이하며 아내 벤또를 받아든다. • 기뻐하는 아내의 얼굴.(대사) • 애정에 넘치는 철호의 얼굴.(대사) • 세 사람 손을 마주잡고 한없이 기뻐하는 모양.(교폐)

* 중외일보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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