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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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1831292)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6월 19일 (금) 23:01 판
전문
낙동강안도현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어릴 적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안(江岸)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아아 나는 아버지가 모랫벌에 찍어놓은발자국이었다, 홀로 서서 생각했을 때
내 눈물 웅얼웅얼 모두 모여 흐르는
낙동강
그 맑은 마지막 물빛으로 남아 타오르고 싶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문학동네, 1997(1985)
관련일화
- 예천에서 나고 풍산에서 자랐지만 대학을 전라북도 익산 소재의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여 '낙동강'을 신춘문예 제출작으로 선택하였다.
- 작가는 '낙동강'으로 데뷔 후 3년이 흘러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는 전라도 '만경강'을 배경으로 쓴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