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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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빈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6월 27일 (토) 23:3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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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무등을 보며'는 서정주가 광주 조선대학교 문리대에 재직 중일 때 쓴 것으로 보인다. 6․25 동란 이후 전국은 쑥대밭이 된 상태에서 국민들의 생활고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였다. 대학교수라는 직업도 어려운 사정은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 모두가 물질적으로 궁핍한 시절에 언제나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 있는 무등산을 보며 가난 속에서도 의연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노래하고 있다.

시 전문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누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玉)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