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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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6월 28일 (일) 21:4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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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구성

목차

  • 조남주<현남 오빠에게>
  • 최은영<당신의 평화>
  • 김이설<경년(更年)>
  • 최정화<모든 것을 제자리에>
  • 손보미<이방인>
  • 구병모<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 김성중<화성의 아이>
  • 발문_이민경 <여성의 이야기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등장인물

줄거리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일기장에조차 옮겨본 적 없지만 한 번쯤 혀뿌리까지 치밀었던 말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소설이다.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나’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다 너를 위한 거야”와 같은 말로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현남 오빠’에게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낀다. “여성이라면 강력한 기시감에 혹시나 나도 현남 오빠를 만났던가 헷갈릴” 만큼 평균적인 한국 남자 ‘현남 오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현남 오빠에게」는 ‘나’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어떤 불편함, 어떤 꺼림칙함을 ‘폭력’이라고 느끼기까지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생생한 심리 소설이자 서늘한 이별 편지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현남 오빠에게」 중에서)

참고 참았다가 쌓인 울분을 끝내 터뜨리고 마는 ‘나’의 속 시원한 외침은, 남자로 태어나 모든 사회 권역에서 한결같이 ‘기본값’이 되는 ‘남성’ 등장인물의 이름을 지우고 ‘여성’ 등장인물에 이름을 붙여주었던 『82년생 김지영』에서 한 발짝 나아가 ‘현남 오빠’로 상징되는 성차별 앞에서 당당히 마주서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당신의 평화」(최은영)와 「경년更年」(김이설)은 각각 서른 중반을 지난 여성 ‘유진’과 어느새 갱년기에 접어든 두 아이 엄마 ‘나’의 이야기다. 「당신의 평화」는 “언제나 제일 먼저 불려 다니면서도 막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과는 거리가 먼” 맏딸 ‘유진’이 그녀의 엄마 ‘정순’에게서 받은 오랜 집착과 애증 어린 마음의 앙금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애인이었던 ‘그’와 오래전 헤어지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유진’과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엄마 ‘정순’의 감정을 헤아리며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이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가부장제의 두 얼굴을 슬프게 마주하게 된다. 「경년更年」에서 또래 여자아이를 ‘엔조이’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열다섯 살 ‘아들아이’와 이제 초경을 시작한, 아이돌을 좋아하는 열두 살 철없는 ‘딸아이’를 둔 엄마 ‘나’는 여자를 대하는 아들의 태도에서 어떤 딜레마를 겪는다. “열세 시간 진통 끝에 낳”았고 “젖과 청춘을 먹여 키운” 소중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반 ...(하략)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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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이제야 조금 내 인생을 돌아보고 계획하고 스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요. 제 삶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저는 출산 계획이 없습니다. 게다가 오빠는 기대에 차서 ‘강현남 주니어’니 ‘해랑 강씨 12대손’이니 그런 말을 하는데, 저는 해랑 강씨도 아니고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감을 지고 싶지도 않아요. ---「조남주「현남 오빠에게」」중에서

“너는 속이 깊은 아이야.” 정순은 말했다. 그녀의 말은 일견 맞았다. 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자신의 마음속을 깊이 파내어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묻어야 했으니까. 내가 누구한테 말하겠니.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겠니. 정순은 그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졌던 그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유진을 옥죄었다. ---「최은영, 「당신의 평화」」중에서

딸은 야무지고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왜 생긴 것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딸 키우는 재미도 마찬가지였다. 딸과 아들의 차이가 아니라 각 아이들마다의 차이 아니냐고, 어찌 딸만 키우는 재미가 있느냐고, 나는 생전 딸 키우는 즐거움은 몰라도 대신 아들 키우는 맛은 정말 잘 알겠다고 말하던 엄마였던 것이다.

---「김이설, 「경년更年」」중에서

당시에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단 한 가지 생각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방을 다 치우고 난 뒤에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하지만 가능한 한 그 집이 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정화「모든 것을 제자리에」」중에서

난 그저 추락하고 싶은 거야. 난 죽고 싶은 게 아니야. 나는 다시 살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거야. 내가 나를 배신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

---「손보미「이방인」」중에서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이런 상호 파괴적인 게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누구든, 이걸 발견한다면 가져가서 드세요. 그리고 부디 온 힘을 다해 도망치시기를.

- 구병모「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중에서

사진을 전송하고 난 다음에는 우주에서 모아온 소리를 재생해 함께 들었다. 어쩌다 우주선의 교신이 걸려들 때는 무척 기뻤다. 쌍둥이 로봇들은 자신들이 전송하는 푸른 별에 막연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애정’이라는 말을 알았고 ‘그리움’이라는 말도 알았다. 그것은 끝없이 한 방향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행위였다. ---「 김성중「화성의 아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