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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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유득공이 집필한 당시 서울의 문물제도 및 세시에 관해 기록한 풍속지.

제작

완성연대는 내용으로 추정할때 정조 만년, 즉 1790년대 후반 쓰여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1]

내용

발해고 등으로 유명한 실학자 유득공이 정조 시기에 편찬한 서울 지역의 고유 세시풍속지이다.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와 더불어서 조선 후기에 나온 우리나라 3대 세시풍속기 중의 하나이다. 총 2권 1책이다. 서문이 없지만, 각 권당 19개의 목차로 구성한 것은 의도된 구성이다.

제1권

순서 명칭 한자 설명
1 건복 巾服 복식과 모자
2 주식 酒食 술과 음식
3 다연 茶烟 차와 담배(연초)
4 과과 果瓜 과일과 오이
5 제택 第宅 저택
6 마려 馬驢 말의 종류, 당나귀
7 기십 器什 세간 살림
8 문방 文房 문방구
9 화훼 花卉
10 발합 鵓鴿 집비둘기
11 유상 遊賞 명소
12 성기 聲伎 인형극과 가면극 등의 공연
13 도희 賭戱 투전, 노름, 카지노
14 시포 市鋪 점포, 가게
15 시문 詩文 아이들의 교과서, 유생의 시부
16 서화 書畵 글씨와 서첩, 그림
17 혼의 婚儀 혼인 의식
18 유가 遊街 선비의 급제시 풍경
19 가도 呵導 재상이나 시종신하의 행차를 알리는 소리

건복(巾服), 주식(酒食), 다연(茶烟), 과과(果瓜), 제택(第宅), 마려(馬驢), 기집(器什), 문방(文房), 화훼(花卉), 발합(鵓鴿), 유상(遊賞), 성기(聲妓), 도희(賭戱), 시포(市舖), 시문(詩文), 서화(書畫), 혼의(婚議), 유가(遊街), 가도(呵導)의 19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2권

순서 명칭 한자 설명
1 원일 元日 설날
2 해자사일 亥子巳日 해일 ․ 자일 ․ 사일 정월의 첫 번째 해일을 돼지날, 첫 번째 자일을 쥐날이라고 한다.
3 인일 人日 음력 정월 초이렛날
4 입춘 立春
5 상원 上元 보름날, 정월대보름
6 2월 1일 二月初一日
7 한식 寒食
8 중삼 重三 삼짇날
9 4월 8일 四月八日 석가탄신일
10 단오 端午
11 6월 15일 六月十五日 유두절
12 복날
13 중원 中元 백중절
14 중추 中秋 추석
15 중구 重九 음력 9월 9일
16 10월 오일 十月午日 시월 중에 간지에 午가 들은 날
17 동지 冬至
18 납평 臘平 간지에 미(未)가 들어가는 날
19 제석 除夕 섣달그믐날, 음력 12월의 마지막 날

원일(元日), 해일(亥日), 자일(子日), 사일(巳日), 인일(人日), 입춘(立春), 상원(上元), 2월 초일일(二月初一日), 한식(寒食), 중삼(重三), 4월 파일(四月八日), 단오(端午), 6월 15일(六月十五日), 복(伏), 중원(中元), 중추(中秋), 중구(重九), 10월 오일(十月午日), 동지(冬至), 납평(臘平), 제석(除夕)으로 이루어져 있어 당시 서울의 세시별 풍속에 대해 역시 19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동국세시기.jpg[2]

특히, 제2권은 동국세시기의 모태로 추정된다. 동국세시기의 체재가 대체로 이 책과 같으며, 이 책에서 잘못된 것이 그대로 전재되어 있어, 제2권, 세시편을 토대로 기술하면서, 부연, 첨가, 정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판본

  • 버클리대학 동아시아도서관 소장본(자연경실본)
  • 연세대 도서관, 필사본, 1책. 노산문고본
  • 연세대 도서관, 필사본, 1책. 귀중본
  • 동국대 도서관, 필사본, 1책
  • 규장각, 필사본, 1책. 가람문고본.
  • 미국의회도서관, 필사본, 1책

의의

이 책은 기록이 드문 조선시대의 풍속과 세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자료이며, 특히 우리 나라 민속학연구에 귀중한 문헌이다. 1911년 광문회에서 최남선이 동국세시기를 간행할 때 열양세시기와 이 책을 합편하여 펴낸 바 있고, 1969년 을유문화사에서 위의 세 책을 합편하여 이름을 동국세시기 외 라하고 문고본으로 간행하였는데 이석호가 국역하였다.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동경잡기 등의 여러 풍속지와 함께 조선 후기 우리나라의 민속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유득공은 조선 후기를 살면서 실학사상에 전념했던 사람이다.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등과 더불어 북학파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북학파는 모화사상에 뿌리를 둔 관념론적 성리학에서 일탈하여 당시의 선진국이던 청나라를 배울 것을 강조했으며, 국부 창출을 위해 이용후생을 목표로 실용적인 산업의 활성화를 주창했다.

유득공은 특히 북학파에 속하면서도 산업에 대한 이해보다는 역사에 대한 연구를 깊이 했던 사람이다. 그의 저서인 발해고, 사군지四郡志 및 <이십일도회고시> 등은 그의 역사관이 빚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발해고에서 그가 사용한 남북국이라는 말은 그의 역사관과 민족관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말일 것이다. 조선 선비들은 단군조선보다는 기자조선을 정통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그의 <이십일도회고시>는 이러한 조선조의 전반적인 의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단군조선에서부터 도읍지로 했던 21개의 수도에 대한 회고의 탄식을 시로서 읊었다.

이러한 경향은 유득공을 포함하여 조선 후기에 실학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일었던 자주론적 사관 또는 주체론적 사관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문제이다. 김만중은 집현전의 학자들이 읊은 한시를 앵무새의 노래에 비정한 바 있다. 물긷는 아낙, 나무하러 가는 초동들의 노랫가락이 바로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가장 우리스런 진실한 시라 했다. 이러한 자주론은 성호 이익의‘자고론’, 다산 정약용의 ‘조선시론’, 연암 박지원의 ‘조선지풍론’, 초정 박제가의 ‘자가어론’과 연결된다.

경도잡지에는 저작 동기나 목적을 읽을 수 있는 저자의 서문이나 발문이 없다. 따라서 작품 자체에서 그것을 읽어 내거나 그의 사상과 이력, 또는 당시의 사회사상사적 지향 등과 관련지어 추론하는 수밖에 없다. 민속학적 관점에서 유득공을 다시 보아야 할 까닭은 분명하다.

조선 후기에 풍속화가 유행을 하고, 사설시조가 열창되고, 통속 소설이 번성하기도 했다. 또한 판소리와 탈춤, 그리고 농악도 이 시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민족 문화에 대한 관심, 특히 민속에 대한 관심이 한껏 증폭되던 시기였다. 유득공이 살았던 시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야코프와 빌헬름 등 그림형제가 독일의 설화를 적극적으로 수집, 출판했다. 우리의 실학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적 자주론을 바탕에 깔고 이룩한 작업이었다. 근대를 특징짓는 여러 징후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민족주의의 남상이었다. 민족을 의미하는 영어 ‘ethnic’이라는 말이 본래 이교도를 뜻하던 것이었으나, 근대에 들면서 민족을 뜻하는 말로 전이가 된다. 이러한 경향은 서구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우리의 실학가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득공을 비롯한 실학적 지향은 서구의 근대 의식과 역사적 시기와 사상적 지향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유득공의 경도잡지는 그 자체로 머물지만은 않았다. 유사한 저술이 나오는데 영향을 미쳤다.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가 나오도록 하는 단초의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민속사적 관점 또는 민속놀이적 측면에서 대단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성자

정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