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선생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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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이상한 선생님(소설)채만식의 작품이며, 1949년 1월에 잡지 어린이 나라에 실려서 발표되었다.[2] 일제강점기8.15 광복 전후의 어느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기회주의자들을 풍자로 묘사했다.

등장인물

  1. 나: 이 작품의 주인공이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이다.
  2. 박 선생님: 성격이 사납고, 키가 작고, 머리가 크다. 대갈 장군, 뼘생, 뼘박이라는 별명이 있다.
  3. 강 선생님: 키도 크고, 몸집도 크지만 착한 성격을 가지신 선생님이다. 장난을 잘 치며 웃음이 많으시고, 애국심이 강하시며 정의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4. 대석 언니: '나'의 사촌 언니이다. 6학년이며, 똘똘하고, 기운이 세고, 싸움을 잘한다.

줄거리

일제강점기 때, 주인공이 다니던 학교에는 상반된 외모와 성격을 가진 강 선생님박 선생님이 계셨다. 둘 중에서, 박 선생님은 학생들이 일본어 대신 한국어를 사용하면 심하게 혼을 냈다. 반면에, 강 선생님은 주변에 다른 선생님이 안 계시면 아이들과 한국어로 대화했다.

그러다가 광복이 되자, 박 선생님은 무척 낙담하셨다. 하지만, 강 선생님의 권유로 함께 태극기를 만들면서 둘 사이는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 그 후 수업 시간에 박 선생님은 일본을 비판하고 미국을 찬양하면서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미군에게 통역도 해주고, 그 대가로 미국 담배양복 등을 얻었다. 그러다가 교장 선생님이 된 강 선생님이 ‘빨갱이’ 소리를 듣고 학교에서 쫓겨난다. 박 선생님이 뒤를 이어서 교장이 되었는데, 그 앞에서 ‘미국 놈’이라는 말을 하게 되면 혼쭐이 난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은 박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미국을 다스리는 ‘돌멩이’라는 훌륭한 어른을 위하여 ‘미국 신민노세이시(미국신민서사)’를 부르고, ‘기미가요(일본의 국가)’ 대신 돌멩이 가요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에 복종하고, 미군정 때는 미국에 복종하는 박 선생님을 주인공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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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리 박 선생님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었다.

박 선생님은 생긴 것부터가 무척 이상하게 생긴 선생님이었다. 키가 한 뼘밖에 안 되어서 뼘생 또는 뼘박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박 선생님의 키는 작은 사람 가운데서도 유난히 작은 키였다. 일본 정치 때에, 혈서로 지원병에 지원했다 체격 검사에 키가 제 척수[3]에 차지 못해 낙방이 되었다면, 그래서 땅을 치고 울었다면, 얼마나 작은 키인지 알 일이다.

그런 작은 키에 몸집은 그저 한 줌만하고. 이 한 줌만한 몸집, 한 뼘만한 키 위에 깜짝 놀랄 만큼 큰 머리통이 위태위태하게 올라앉아 있다. 그래서 박 선생님의 또 하나의 별명은 대갈 장군이라고도 했다.

머리통이 그렇게 큰 박 선생님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느냐 하면, 또한 여느 사람과는 많이 달랐다.

뒤통수와 앞이마가 툭 내솟고, 내솟은 좁은 이마 밑으로 눈썹이 시꺼멓고, 왕방울 같은 두 눈은 부리부리하니 정기가 있고도 사납고, 코는 매부리[4]코요, 입은 메기[5]으로 귀 밑까지 넓죽 째지고, 목소리는 쇠꼬챙이로 찌르는 것처럼 쨍쨍하고.

이런 대갈 장군인 뼘생 박 선생님과 아주 정반대로 생긴 이가 강 선생님이었다.

강 선생님은 키가 크고, 몸집도 크고, 얼굴이 너부릇하고, 얼굴이 검기는 하여도 순하여 사나움이 든 데가 없고, 눈은 더 순하고, 허허 웃기를 잘 하고, 별로 성을 내는 일이 없고, 아무하고나 장난을 잘 하고……. 강 선생님은 이런 선생님이었다.

뼘박 박 선생님과 강 선생님은 만나면 싸움이었다.

하학[6]을 하고 나서, 우리들이 청소를 한 교실을 둘러보다가 또는 운동장에서(그러니까 우리들이 여럿이는 보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두 선생님이 만날라 치면, 강 선생님은 괜히 장난이 하고 싶어 박 선생님을 먼저 건드리곤 하였다.

“뼘박아, 담배 한 대 붙여 올려라.”

강 선생님이 그 생긴 것처럼 느릿느릿한 말로 이렇게 장난을 청하고, 그런다 치면 박 선생님은 벌써 성이 발끈 나 가지고

“까불지 말아, 죽여 놀 테니.”

“얘야 까불다니, 이 덕집엔 좀 억울하구나……. 아무튼 담배나 한 개 빌리자꾸나.”

“나두 뻐젓한 돈 주구 담배 샀어.”

“아따 이 사람, 누가 자네더러 담배 도둑질했대나?”

“너두 돈 내구 담배 사 피우란 말야.”

“에구 요 재리[7]야! 몸이 요렇게 용잔하게[8] 생겼거들랑 속이나 좀 너그럽게 써요.”

“몸 크구서 속 못 차리는 건, 볼 수 없더라.”

하나는 커다란 몸집을 해 가지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나는 한 뼘만한 키에 그 무섭게 큰 머리통을 한 얼굴을 바싹 대들고는 사남이 졸졸 흐르면서, 그렇게 마주서서 싸우는 모양은 마치 큰 수캐와 조그만 고양이가 마주 만난 형국이었다.

2장

다른 학교에서도 다 그랬을 테지만 우리 학교에서도, 그 때 말로 ‘국어’라던 일본말, 그 일본말로만 말을 하게 하고 엄마 아빠할 적부터 배운 조선말은 아주 한 마디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주재소의 순사, 면의 면 서기, 도 평의원을 한 송 주사, 또 군이나 도에서 연설하러 온 사람, 이런 사람들이나 조선 사람끼리 만나도 척척 일본말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했지, 다른 사람들이야 일본 사람과 만났을 때말고는 다들 조선말로 말을 하고, 그래서 학교 문 밖에만 나가면 만판 조선말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요, 더구나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 아버지, 언니, 누나, 아기 모두들 조선말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나와 운동장에서 우리끼리 놀고 할 때에는 암만 해도 일본말보다 조선말이 더 많이, 그리고 잘 나왔다.

학교에서고, 학교 밖에서고 조선말로 말을 하다 선생님한테 들키는 날이면 경을 치는[9] 판이었다. 선생님들 중에서도 제일 심하게 밝히는 선생님이 뼘박 박 선생님이었다.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일본 선생님은 나무라기만 하고 마는 수가 있어도, 뼘박 박 선생님은 절대로 용서가 없었다.

나도 여러 번 혼이 나 보았다.

한번은 상준이 녀석과 어떡하다 쌈이 붙었는데 둘이 서로 부둥겨안고 구르면서, 이 자식아, 저 자식아, 죽어 봐, 때려 봐, 하면서 한참 때리고 제기고[10]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고랏! 조셍고데 겡까 스루야쓰가 이루까(이놈아! 조선말로 쌈하는 녀석이 어딨어.)."

하면서 구둣발길로 넓적다리를 걷어차는 건, 정신 없는 중에도 뼘박 박 선생님이었다.

우리 둘이는 그 자리에서 뺨이 붓도록 따귀를 맞았고, 공부 시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시간 동안 변소 청소를 하였고, 그리고 조행[11] 점수를 듬뿍 깎였다.

이렇게 뼘박 박 선생님한테 제일 중한 벌을 받는 때가 언제냐 하면, 조선말로 지껄이다 들키는 때였다.

강 선생님은 그와 반대로 아무 시비가 없었다.

교실에서 공부를 할 때 빼고는 그리고 다른 선생님, 그 중에서도 교장 이하 일본 선생님들과 뼘박 박 선생님이 보지 않는 데서는, 강 선생님은 우리한테 일본말로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일본말을 해도 강 선생님은 조선말을 하곤 했다.

우리들이 어쩌다

"선생님은 왜 '국어'로 안 하세요?"

하고 물으면 강 선생님은 웃으면서

"나는 ‘국어’가 서툴러서 그런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기에도 강 선생님은 일본말이 서투른 선생님이 아니었다.

3장

해방이 되던 바로 그 이튿날이었다.

여름 방학으로 놀던 때라, 나는 궁금하여서 학교엘 가 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한 오십 명이나 와 있었다.

우리는 해방이라는 말은 아직 몰랐고, 일본전쟁에 지고 항복을 한 것만 알았다.

선생님들이, 그 중에서도 뼘박 박 선생님이, 그렇게도 일본(우리 대일본 제국)은 결단코 전쟁에 지지 않는다고, 기어코 전쟁에 이기고 천하에 못된 미국, 영국을 거꾸러뜨려 천황 폐하의 위엄을 이 전세계에 드날릴 날이 머지않았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말을 해쌓던 그 일본도리어 지고 항복을 하다니,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직원실에는 교장 선생님과 두 일본 선생님 그리고 뼘박 박 선생님과 이렇게가 네 분이 모여 앉아서 초상난 집처럼 모두는 코가 쑤욱 빠져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은 운동장 구석으로 혹은 직원실 앞뒤로 끼리끼리 모여 서서 제가끔 아는 대로 일본이 항복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 6학년에 다니던 우리 사촌언니 대석이가 뒤늦게야 몇몇 동무와 함께 떨떨거리고 달려들었다. 대석 언니는 똘똘하고 기운 세고 싸움 잘 하고, 그러느라고 선생님들한테 꾸지람과 매는 도맡아 맞고, 반에서 성적은 제일 꼴찌인 천하 말썽꾼이었다. 대석 언니네 집은 읍에서 십 리나 되는 곳이었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야 소문을 들었노라고 했다.

대석 언니는 직원실을 넘싯이 넘겨다보더니 싱긋 웃으면서 처억 직원실 안으로 들어섰다.

직원실 안에 있던 교장 선생님이랑 다른 두 일본 선생님이랑은 못 본체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뼘박 박 선생님이 눈을 흘기면서 영락없이 일본말

“난다(왜 그래?)?”

하고 책망을 했다.

대석 언니는 그러나 무서워하지 않고 한다는 소리가

“선생님, 덴노헤이까가 고오상(천황 폐하가 항복)했대죠?”

하고 묻는 것이었다.

뼘박 박 선생님은, 성을 버럭 내어 그 큰 눈방울[12]을 부라리면서 여전히 일본말

“잠자쿠 있어. 잘 알지두 못하면서…… 건방지게시리.”

하고 쫓아와서 곧 한 대 갈길 듯이 을러댔다.

대석 언니는 되돌아나오면서 커다랗게 소리쳤다.

덴노헤이까 바가(천황 폐하 망할 자식!)!”

“…….”

만일 다른 때 누구든지 그런 소리를 했다간 당장 큰일이 날 판이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이랑 두 일본 선생님은 그대로 못 들은 척 코만 빠뜨리고 앉았고, 뼘박 박 선생님도 잔뜩 눈만 흘기고 있을 뿐이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 걸 보면 정녕 일본이 지고, 덴노헤이까항복을 했고, 그래서 인제는 기승을 떨지 못하는 모양인 것 같았다.

마침 강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헐떡거리고 뛰어왔다. 강 선생님은 본집이 이웃 고을이었다.

“오오, 느이들두 왔구나. 잘들 왔다. 느이들두 다들 알았지? 조선이, 우리 조선이 해방이 된 줄 알았지? 얘들아, 우리 조선이 독립이 됐단다, 독립이! 일본은 쫓겨가구…… 그 지지리 우리 조선 사람을 못 살게 굴구 하시하구[13] 피를 빨아먹구 하던 일본이, 그 [[8.15 광복|왜놈들이 죄다 쫓겨가구, 우리 조선은 독립이 돼서 우리끼리 잘 살게 됐어, 잘살게.”]]

의젓하고 점잖던 강 선생님이 그렇게도 들이 날뛰고 덤비고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자아, 만세 불러야지 만세. 독립 만세, 독립 만세 불러야지. 태극기 없니? 태극기, 아무두 안 가졌구나! 느인 참 태극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 했을 게다. 가만있자, 내 태극기 만들어 가지구 나올게.”

그러면서 강 선생님은 직원실로 들어갔다.

강 선생님이 직원실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교장 선생님이랑 두 일본 선생님은 인사를 하려고 풀기 없이 일어섰다.

강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더러 말을 하였다.

“당신들은 인제는 일없어. 어서 집으로 가 있다가 당신네 나라로 돌아갈 도리나 허우.”

“…….”

아무도 대꾸를 못 하는데, 뼘박 박 선생님이 주저주저하다가

“아니, 자상히 알아보기나 하구서…….”

하니까 강 선생님이 버럭 큰 소리로 말한다.

“무엇이 어째? 자넨 그래 무어가 미련이 남은 게 있어 왜놈들하고 대가리 맞대구 앉어서 수군덕거리나? 혈서로 지원병 지원 한 번 더 해 보고파 그리나? 아따, 그다지 애닯거들랑 왜놈들 쫓겨가는 꽁무니 따라 일본으로 가서 살지 그러나. 자네 같은 충신이면 일본서두 괄시는 안 하리.”

“…….”

뼘박 박 선생님은 그만 두말도 못 하고 얼굴이 벌개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뼘박 박 선생님이 남한테 이렇게 꼼짝 못 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강 선생님은 반지[14]를 여러 장 꺼내 놓고 붉은 잉크와 푸른 잉크로 태극기를 몇 장이고 그렸다. 그려 내놓고는 또 그리고, 그려 내놓고 또 그리고, 얼마를 그리면서, 그러다 아주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여보게 박 선생?”

하고 불렀다. 그러고는 잠자코 담배만 피우고 앉아 있는 뼘박 박 선생을 한 번 돌려다보고 나서 타이르듯 말했다.

“내가 좀 흥분해서, 말이 너무 박절했나[15] 보이. 어찌 생각하지 말게……. 그리구, 인제는 자네나 나나, 그동안 지은 죄를 우리 조선 동포 앞에 속죄해야 할 때가 아닌가? 물론 이담에, 민족이 우리를 심판하고 죄에 따라 벌을 줄 날이 오겠지. 그러나 장차에 받을 민족의 심판과 벌은 장차에 받을 민족의 심판과 벌이고, 시방 당장 조선 민족의 한 사람으로 할 일이 조옴 많은가? 우리 같이 손목 잡구 건국에 도움 될 일을 하세. 자아, 이리 와서 태극기 그리게. 독립 만세부터 한바탕 부르세.”

“…….”

뼘박 박 선생님은 아무 소리도 않고 강 선생님의 옆으로 와서 태극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강 선생님과, 뼘박 박 선생님은 사이가 매우 좋아졌다.

뼘박 박 선생님은, 학과 시간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일본우리 조선을 뺏어 저의 나라에 속국[16]으로 삼던 이야기도 해 주었다.

왜놈들은 천하의 불측한[17] 인종이어서 남의 나라와 전쟁하기를 좋아하는 백성이라고 했다. 그래서 임진왜란 때에도 우리 조선에 쳐들어왔고, 그랬다가 이순신 장군이랑 권율 도원수[18]한테 아주 혼이 나서 쫓겨간 이야기도 해 주었다.

우리 조선은 역사가 사천 년이나 오래되고 그리고 세계의 어떤 나라 못지않게 훌륭한 문화가 발달된 나라라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뼘박 박 선생님은 한편으로 열심히 미국말을 공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더러 졸업을 하고 중학교에 가거들랑 미국말을 무엇보다도 많이 공부하라고, 시방은 미국말을 모르고는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뼘박 박 선생님은 한 일 년 그렇게 미국말 공부를 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미국 병정이 오든지 하면 일쑤[19] 통역을 하고 했다. 중학교에 다닐 때에 조금 배운 것이 있어서 그렇게 쉽게 체득[20]했다고 했다.

미국 병정은 벼 공출[21]을 감독하러 와서 우리 뼘박 박 선생님을 꼬마 자동차에 태워 가지고, 동네동네 돌아다녔다. 뼘박 박 선생님은 미국 양복을 얻어 입고, 미국 담배를 얻어 피우고, 미국 통조림이랑 과자를 얻어먹고 했다.

해방 뒤에 새로 온 김 교장 선생님이 갈려 가고 강 선생님이 교장이 되었다. 강 선생님이 교장이 된 다음부터는, 뼘박 박 선생님은 강 선생님과 도로 사이가 나빠졌다.

우리는 한번 뼘박 박 선생님이 미국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교장 선생님이

“자넨 그걸 무어라구, 주접스럽게 얻어 피우곤 하나?”

하고, 핀잔하는 것을 보았다.

강 선생님은 교장이 된 지 일년이 못 되어서 파면을 당했다.

어른들 말이, 강 선생님은 빨갱이라고 했다. 그래서 파면을 당했노라고 했다. 또 누구는, 뼘박 박 선생님이 강 선생님을 그렇게 꼬아 댄 것이지, 강 선생님은 하나도 빨갱이가 아니라고도 했다.

강 선생님이 파면을 당한 뒤를 물려받아 뼘박 박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교장이 된 뼘박 박 선생님은 그 작은 키가 으쓱했다.

뼘박 박 선생님은 미국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 세상에 미국같이 훌륭한 나라가 없고, 미국 사람같이 훌륭한 백성이 없다고 했다. 우리 조선미국 덕분에 해방이 되었으니까 미국을 누구보다도 고맙게 여기고, 미국이 시키는 대로 순종해야 하느니라고 했다.

우리가 혹시 말 끝에 "미국놈……"이라고 하면, 뼘박 박 선생님은, 단박 붙잡아다 세우고 벌을 세우곤 했다. 전에, "덴노헤이까 바가"라고 한 것만큼이나 엄한 벌을 주었다.

“이놈아, 아무리 미련한 소견이기로, 자아 보아라, 우리 조선독립시켜 주느라구 자기 나라 백성을 많이 죽여 가면서 전쟁을 했지. 그래서 그 덕에 우리 조선왜놈의 압제[22]에서 벗어나서 독립이 되질 아니했어? 그뿐인감? 독립을 시켜 주구 나서두 우리 조선 사람들 배 아니 고프구 편안히 잘 살라고 양식이야, 옷감이야, 기계야, 자동차야, 석유야, 설탕이야, 구두야, 무어 죄다 골고루 가져다 주지 않어? 그런데 그런 고마운 사람들더러, 미국놈이 무어야?”

벌을 세우면서 뼘박 박 선생님은 이렇게 꾸짖곤 했다.

우리는 뼘박 박 선생님더러 미국에도 덴노헤이까가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덴노헤이까가 있지 않고서야 그렇게 일본덴노헤이까처럼 우리 조선 사람을 친아들과 같이 사랑하고, 우리 조선 사람들이 잘 살도록 근심을 하며, 온갖 물건을 가져다 주고 할 이치가 없기 때문이었다(해방 전에 뼘박 박 선생님은, 덴노헤이까우리 조선 사람들일본 사람들과 같이 사랑하고, 우리 조선 사람들이 잘 살기를 근심하신다고 늘 가르쳐 주곤 했다.).

뼘박 박 선생님은 미국에는 덴노헤이까는 없고, 덴노헤이까보다 훌륭한 ‘돌맹이[23]’라는 양반이 있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럼, 이번에는 그 ‘돌맹이’라는 훌륭한 어른을 위하여 미국 신민노세이시(미국신민서사)를 부르고, 기미가요(일본의 국가) 대신 돌멩이 가요를 부르고 해야 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뼘박 박 선생님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었다.[24]

작품 해석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8.15 광복 이후 미군정 때 혼란스러웠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때 친일파였다가 친미파로 바뀐 다음 권력에 아첨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25]

저자는 이들을 풍자하기 위해 박 선생님이라는 인물을 활용했다. 이 인물은 작중에서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강 선생님과 다르게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우선, 그는 신체적 결함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그 예시로, 그는 키가 너무 작아 혈서로 지원한 지원병에 떨어질 정도이고, 대갈장군이라 불릴 만큼 큰 머리통에 왕방울 같은 눈을 가졌으며, 의 부리처럼 생긴 코를 가졌다. 그리고 그의 입은 메기처럼 생겼으며, 쇠꼬챙이로 찌르는 것처럼 쨍쨍한 목소리를 가졌다.

또한, 그는 일제강점기 때는 학생들에게 일본어만을 사용할 것을 강요하는 등 굉장히 친일적인 행보를 보였다가, 광복 이후에는 미군에게 통역해주는 일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조건 미국을 찬양하도록 강요하는 사대주의적이자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인 박 선생님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저자일제강점기일제에 충성하면서 친일적인 행보를 보였다가 광복 이후에는 미군이라는 새로운 권력에 아첨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 사대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을 풍자했다. 이를 통해, 이들의 이기적인 행보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자 했다.[26]

거기다가 저자는 박 선생님을 그저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어리숙한 시선[27]을 통해 박 선생님을 비롯한 이기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을 더욱 강조했다.[28] 추가로, 강 선생님이 빨갱이로 몰려서 쫓겨난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가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쉽게 몰아가는 것을 비판했다.

관련 연구

국내 학술지 논문

김태호, 「1950년대 아동문학에 나타난 탈식민주의 연구 = A study on Postcolonial aspects of Children’s literature in the 1950s」, 『한국아동문학연구』, Vol.- No.26, 한국아동문학학회(The Society Korean Children Literature), 2014, 1-29쪽.

  • 목차

≪요약≫

Ⅰ. 들어가며

Ⅱ. 1950년대 시대 현실과 탈식민주의 문학

Ⅲ. 1950년대 아동문학에 나타난 탈식민주의

Ⅳ. 나오며

참고 문헌

≪abstr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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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선생님(소설) 초등학교 배경이다. S는 O가 배경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채만식 제작했다. S는 O가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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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선생님(소설) 8.15 광복 배경이다. S는 O가 배경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미군정 배경이다. S는 O가 배경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풍자 사용했다. S는 O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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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선생님(소설) 풍자소설 이다. S는 O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1인칭 관찰자 시점 이다. S는 O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풍자적 이다. S는 O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해학적 이다. S는 O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비판적 이다. S는 O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1949년 발표되었다. S는 O에 발표되었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어린이 나라 발표되었다. S는 O를 통해 발표되었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자유 이용 저작물 이다. S는 O이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사대주의 풍자했다. S는 O를 풍자했다.
이상한 선생님(소설) 이기주의 풍자했다. S는 O를 풍자했다.

네트워크 그래프

[29]

작성자 및 기여자

홍석준

출처 및 각주

  1. "이상한 선생님", <이오덕, (알라딘)>, 2006.01.25.,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3257 (2022.05.25.).
  2. 김태호, 「1950년대 아동문학에 나타난 탈식민주의 연구 = A study on Postcolonial aspects of Children’s literature in the 1950s」, 『한국아동문학연구』, Vol.- No.26, 한국아동문학학회(The Society Korean Children Literature), 2014, 1-29쪽.
  3. '치수'를 의미한다.
  4. 의 주둥이를 의미한다.
  5. 입꼬리가 길게 째진 입을 놀리는 투로 이루는 말이다.
  6. 학교에서 그날의 수업을 다 마침을 의미한다.
  7. '몹시 인색한 사람'을 낮잡아서 이르는 말이다.
  8. 못생기고 연약함을 의미한다.
  9. 호된 꾸지람이나 벌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10. 팔꿈치나 발꿈치로 찌르는 것을 의미한다.
  11. 원래는 태도행실을 의미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행동 발달 상황을 의미한다.
  12. 눈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13. 남을 얕잡아 보거나 업신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14. 얇고 흰 일본 종이이다.
  15. 인정이 없고 쌀쌀맞다는 뜻이다.
  16. 다른 나라에 지배당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17. 생각이나 행동이 괘씸하고 엉큼함을 의미한다.
  18.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전쟁이 났을 때 군대에 관한 것을 맡아 보던 임시 벼슬이다.
  19. 흔히 또는 으레 그러는 일을 의미한다.
  20. 직접 체험해서 알게 됨을 의미한다.
  21. 국민이 농산물 등을 의무적으로 국가에 내어 놓음을 의미한다.
  22. 권력이나 힘으로 남을 꼼짝 못 하도록 강제로 누르는 것을 의미한다.
  23. '돌멩이'의 방언이며, 이 단어는 미국의 제33대 대통령해리 S. 트루먼을 의미한다.
  24. 이오덕, 『이상한 선생님(사계절아동문고 11)』, 사계절, 2006, 13-27쪽.
  25. “이상한 선생님”, <NAVER 지식백과-어린이백과>, 2022.05.2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96442&cid=58583&categoryId=59315.
  26. 채만식 외 3명, 『이상한 선생님 = (The) strange teacher』, 삼성출판사, 2012, 34-37쪽.
  27. 이는 미국에도 '덴노헤이카'가 있냐고 묻는 모습이나,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을 '돌멩이'라고 부르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28. “이상한 선생님”, <NAVER 지식백과-어린이백과>, 2022.05.2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96442&cid=58583&categoryId=59315.
  29. "나의 네트워크 그래프 2018 제작 방법", <DH 교육용 위키>, 2022.06.06., http://dh.aks.ac.kr/Edu/wiki/index.php/%EB%82%98%EC%9D%98_%EB%84%A4%ED%8A%B8%EC%9B%8C%ED%81%AC_%EA%B7%B8%EB%9E%98%ED%94%84_2018_%EC%A0%9C%EC%9E%91_%EB%B0%A9%EB%B2%95#Script:_.EC.98.88.EC.A0.9C1.lst.

참고 자료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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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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