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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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황인숙은 1958년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면서 등단했고, 동서문학상(1999), 김수영문학상(2004), 형평문학상(2017), 현대문학상(2018)을 수상했다.

길고양이와 동거동락하고 나무와 새를 사랑하며 일상에 애정을 담아 우수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황인숙. 섬세한 감수성과 특별한 직관으로 인간 내면에 자연스레 스며든다는 것이 황인숙 작품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시적 접근 방법을 의도적으로 시도하거나 독특한 시를 만들려고 애쓰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작품들을 써내려가는 특징을 지닌 문학가이다. 또한, 현실과 일상에 대한 전복과 일탈을 추구하며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영혼을 그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일상과 현실을 풍자하는 가운데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는 등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 『리스본行 야간열차』,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등이 있으며 산문집 『우다다 삼냥이』, 『해방촌 고양이』, 『인숙만필』 등이 있고, 소설 『도둑괭이공주』가 있다.

저서

시집

- 제목 출판사 출판년도 비고
1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문학과지성사 1988 신춘문예 당선작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수록
2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사 1990 -
3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문학과지성사 1994 -
4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문학과지성사 1998 -
5 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사 2003 제 2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 시 「강」수록
6 리스본行 야간열차 문학과지성사 2007 -
7 연잎 차향에도 말씀이 조선문학사 2013 -
8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사 2016 제 4회 형평문학상 대상
9 아무 날이나 저녁때 현대문학 2019 ‘황인숙풍’이라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낸 시인의 소시집
10 가을 뜨락 조선문학사 2020 -

산문집

- 제목 출판사 출판년도 비고
1 나는 고독하다 문학동네 1997 -
2 육체는 슬퍼라 푸른책들 2000 -
3 지붕 위의 사람들 문학동네 2002 그림:이제하
4 인숙만필 마음산책 2003 -
5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이다미디어 2004 -
6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샘터(샘터사) 2005 사진:김기찬
7 목소리의 무늬 샘터(샘터사) 2006 -
8 일일락락 마음산책 2007 그림:선현경
9 해방촌 고양이 이숲 2010 그림:이정학
10 도둑괭이공주 조선문학사 2011 장편소설
11 우다다, 삼냥이 오픈하우스 2013 그림:염성순

수상목록

황인숙 수상 목록
대회명 수상작품 수상년도 비고
제 12회 동서문학상 1999년
제 23회 김수영문학상 시 「강」 2004년 시집 『자명한 산책』
제 4회 형평문학상[1]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2017년 대상
제 63회 현대문학상[2] 시 「간발」외 5편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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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회 김수영문학상 「강」 심사평
간결하고 경쾌한 시언어와 더불어 생에 대한 정확한 시선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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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형평문학상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심사평 / 고형렬·나희덕·이영광 시인
황인숙 시인의 풍부한 감성의 진폭은 세계의 비참함과 천진한 기쁨 사이에 하염없이 펼쳐져 있으며 경쾌한 슬픔과 때로 침울한 웃음은 다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과 언어감각, 그리고 기지 넘치는 역설과 아이러니에 의해서 조율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뭇 생명 사이에 거리와 차별을 둘 줄 모른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숨겨진 목소리는 형평운동의 인간해방 정신에 저절로 닿아 있기도 하다.
-
제 6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감
많은 문학상이 한 인물을 기려 그 이름을 붙였는데, <현대문학상>은『현대문학』이라는 한 문예지의 권위에 의지해서 제정됐다. 문학의 중심이 월간지에서 계간지로 옮겨 가 월간지의 위세가 약해진 이후에도 월간 『현대문학』은 권위를 잃지 않고 꾸준히 제자리를 지켜왔다. 해방 이후 한국 문학의 역사는 『현대문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현대문학상> 수상자답게, 내 시에 현대성을 부여하려 앞으로 더 애를 쓰겠다. 현대성이란 새로움에 대한 활기찬 천착이리라. 문학상이라는 게 결코 인격을 보고 주는 건 아니지만, 받으면 인격에 다소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비뚤어지려던 마음이 순하고 선해지는 것이다. 문득 인생이 자신에게 호의적이라 느껴져서이리라. 지금 내 마음이 그렇다. 심사를 보신 분들이시여, 다른 젊고 재기 넘치는 후보작들도 많았을 텐데, 뽑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실로 우정은 진실보다 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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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3회 현대문학상 「간발」 심사평 1 / 김기택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젊음의 에너지가 밀고 나가는 실험적이고 활기찬 목소리들 가운데에서 황인숙의 시가 눈에 띈 것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적 접근 방법을 의도적으로 시도하거나 독특한 시를 만들려고 애쓰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좋은 시는 스스로 시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시인이라는, 혹은 시를 쓰고 있다는 의식이 적으면 적을수록 사물을 보는 눈은 더 순수하고 명석하고 자유로워진다’는 김수영의 말을 황인숙의 시는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시 아닌 것들, 일상의 잡스러운 것들이 혼재된 곳에 촉수가 닿아 있는 황인숙의 시는 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일상적이고 일상이라고 하기엔 시라는 관습과 명칭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을 어떤 떨림과 울림을 자신도 모르게 감지하게 한다. 그것은 몸에 체득되어 굳이 시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제가 나와야 할 순간을 알고 있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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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3회 현대문학상 「간발」 심사평 2 / 김사인 시인(동덕여대 교수)
그의 시에 어리는 이 사소하고, 때로 비애롭지만 선량하고 따뜻하고 깊은 것! 이것은 감상이나 부작위 들과는 전혀 다르다. 연륜이 보태진다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만도 아닌 듯하다. 시고 떫고 달고 쓴 나날들 속에서 남모르는 단련의 시간이 있고야 혹 자신도 모르게 이르게 되는 어떤 것일까. 젊은 시인들이 보여주는 자기 추궁의 치열함이며 한국어의 표현 능력을 넓혀가는 모험들로부터도 작지 않은 감명을 받았으나, 이 허술한 듯 수나로워진 황인숙 시의 위로와 온기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독보적이었다. 인간사에 ‘경지’란 말을 써야 할 적절할 자리가 있다면, 오늘의 황인숙 시가 바로 그러한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더 알아보기

보도자료

  • 시인 황인숙,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채널예스, 김도언
나는 황인숙 시인을 개인적으로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2000년대 초반 샘터사에서 단행본 기획을 할 때 시인 조은 선생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선생님을 처음 보았다. (평소 동경하던 시인의 실물을 보고 비현실적인 이물감에 사로잡혔던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정말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황인숙 시인인가 몇 번이고 상기할 정도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선생님의 산문집 두 권을 만들게 되었는데, 또한 그 인연으로 이제하 선생님, 고종석 선생님, 조용미 선생님 등과도 교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화가 이현 선생님과 염성순 선생님도,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점선 선생님도 황인숙 선생님 때문에 알게 되었다.…더보기
  • 길고양이 키우는 옥탑방 시인 황인숙
시사IN, 장일호 기자, 2011.08.24
황인숙 시인이 첫 소설 를 펴냈다. 소설 속 주인공은 ‘고양이 시인’이라 불리는 작가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 옥탑방에 살며 길고양이 돌보는 일에 열심인 작가와 함께 소설 속 공간을 자박자박 걸었다. 에에~앙. 분명히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였다. 사뿐사뿐 나는 듯 걷던 황인숙 시인(52)의 발걸음이 순간 뚝 멈췄다. 서울 남대문 부근 롯데손해보험 빌딩 앞이었다. 부스럭, 커다란 가방 안에서 고소한 내를 풍기는 고양이 사료가 나왔다. 황씨는 휴대전화는 일평생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지만, 고양이 밥만은 늘 휴대한다고 했다. 황씨가 고양이 소리를 쫓아 몸을 낮춰 화단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 울음소리는 ‘살려주세요’ 하는 긴급한 울음소린데. 이를 어째. 야옹~ 아가~ 어디 있니?"…더보기
  • 황인숙 시인, 삶에 대한 명랑한 긍정
매일경제, 김시균 기자, 2016.12.01
생(生)을 섣불리 낙관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서서히 다가가고, 지그시 바라본다. 거닐면서 부딪치고, 마주하는 생생한 체험의 기록들. 일상의 질감과 무늬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시어(時語)들이 가볍게 튀어오르면서도, 웅숭깊다. 황인숙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2007년 `리스본行 야간열차`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더보기 
  • 황인숙 작가 ‘시(詩)가 있는 삶과 시(詩)가 없는 삶’ 특강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2019.07.31
송파구(구청장 박성수)가 8월7일 송파책박물관(송파대로37길 77)에서 ‘8월 책문화 강연’을 개최한다. 황인숙 작가가 ‘시(詩)가 있는 삶과 시(詩)가 없는 삶’을 주제로 200여 명의 관객과 소통한다. 지난 4월 개관해 100일째를 맞이한 ‘송파책박물관’은 책을 주제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책박물관이다. 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시공간은 물론 강연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송파책박물관에서는 매월 첫째 수요일마다 '책을 쓰고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작가·출판기획자 등 명사가 전하는 책문화 강연이 열린다.…더보기

영상

  • [그작가 그공간] 황인숙의 해방촌 골목 한겨레 TV, 2011.11.18___________________________[생각하는 하루_강릉] 말글터- 황인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03.04

연구 및 비평

  • 권혁웅,「도플갱어의 꿈 - 황인숙론」, 문학과지성사, 2004.
  • 김수이,「2000년대 시의 미로와 심연 - 황인숙, 송찬호, 송재학의 시를 중심으로」, 문학동네, 2009.
  • 김용희,「모호함, 환각, 그리고 그녀의 사생활」, 문학과지성사, 2008.
  • 김지선, 「시적 맥락을 통한 유의어 교육 방안 연구 : 황인숙 시에 나타나는 감정형용사를 중심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전공, 2011.
  • 김현 (1992년 12월 5일). 『김현 문학전집 6』. 서울: 문학과지성사. 297쪽.
  • 신희진, 「황인숙 시의 변모 양상 연구-자연과학적 수사를 활용하여」 ,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2009.
  • 장석주, 「황인숙, 현실과 불화하며 데그럭거리는 영혼」,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 5』, 시공사, 2007.
  • 황윤진, 「황인숙 시의 자아의식 연구」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학과, 2019.

추천글

조재룡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황인숙의 시에서는 비유나 은유, 상징이 물러난 자리에, 현실에 리듬을 부여하는 명랑이나 현실에 조금 젖어들게 하는 우수의 생생한 발화들이 들어찬다. 우리는 그의 경제적인 언어, 절제된 표현, 일체의 허식을 지워버린 기술, 단문의 구성, 간투사와 의성어의 적절한 배합, 회화의 어법, 지문과도 같은 독백의 배치를 통해, 한결 가벼워지면서 그 의미가 중층으로 조용히 번져나가는 시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게 된다.〔……〕그 삶의 리듬이 우리를 찾아와, 우리를 거리로, 그의 현실로, 그의 과거와 현재로, 그가 비워낸 저 공간으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골목에서 다시 골목으로, 계단, 층계, 물에 젖은 저 포도 위로 흐른다. 그의 시는 가슴도 정신도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여기, 삶이 뿜어내는,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우수와 명랑의 타자들이다. 간결하고 경쾌한 시언어와 더불어 생에 대한 정확한 시선을 갖췄다.
  • 『리스본行 야간열차』
김정환(시인)
시란, 뭔가 생의 이상한 기미를 느끼고 좀 이상한 '이야기=감각'을 펼치며 '필자=독자'를 새롭고 낯선 감동의 장으로 꼬드겨 올리려는 '이상한 찰나'의 게임 아니겠는가. ... (황인숙에게) 외경은 소위 생명의 거룩함 운운과 다른 외경이며, 두려움 너머, 종교 너머 시의 외경이다. 그 '외경=시'는, 부드러움을 견고한 외계와 동일시하면서 애초부터 발랄은 나이를 먹어감에도 불구한 발랄이 아니라, 나이 먹을수록 자연스러워지는, 생명이 가벼워지는, 다이어트 되는 결과로서 발랄이라는 것을 족히 깨우쳐준다.

둘째 이모의 평안(느낌의 공동체 中) - 신형철(문학평론가)

  •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삶의 무늬를 아는 다정한 그 이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中) - 장석주(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 『도둑괭이 공주』

한겨레 신문 2011년 7월 29일
시댁에는 고양이가 있습니다(당신의 첫 문장 中) - 하성란(소설가)

  • 『우다다, 삼냥이』

동아일보 2013년 3월 23일자 새로나온 책
한겨레 신문 2013년 3월 25일 새 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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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유심히 보면, 유령이든 사람이든 사물이든 누군가가 '외롭다'고 중얼거린다. 그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스며들어 합쳐지고 변화하고 따뜻해지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것은 이기적인 욕망일까? 바로 지금, 나는 원한다. 어떤 영혼도 제어할 수 없는, 아니 영혼이 주동이 되어 세포·원형질, 그 뭐랄까, 그 엄연한 물질이 되어……. 그런데 별수없이……이것은 치유될 수 없고, 내가 아무도 치유할 수 없고, 이 깨달음은 비통한 노릇이다.

슬픔이 나를 깨운다
얼마 전인가, 내 머리에 떠오른 문장이 산문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즈음은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전에는 무슨 문장이 떠오르면 당연히, 저절로 싯귀로서였는데. 좀 정나미가 떨어지고 충격적인 일이다. 나의 리듬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그것을 찾는 것이 내 당면 과제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내 척박하고 황폐한 삶을 쟁기질하는 다시금 시를 쓰고 노래부르고 싶게 하는 나의 운명에게 깊은 감사와 입맞춤을 보낸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돌아가보자. '말의 아름답기' '말의 부드럽기' '말의 따뜻하기' -藝專 문창과「문학개론」첫 장으로. 그러면 '삶의 아름답기' '삶의 부드럽기' '삶의 따뜻하기'가 가까워질 것이다.

자명한 산책

등단한 지 스무 해가 꽉 차간다. 스무 해, 그러니까 20년! 그동안 써온 시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돌이켜보면 나는 시에 있어서도 후한 값을 받고 살았다. 그게 다 빚이다. 힘을 내서 빨리 빚을 까자!

리스본行 야간열차
문득 궁금하다. 내 속에 아직 시의 씨앗이라는 게 살아 있어, 촉촉이 비 내린 뒤 햇빛 쏟아지는 날들엔 발아할까. 아니면 이미 모래알처럼 굳어버린 걸까. 다른 이들도,근면해야 시를 거두는 걸까, 아니면 절로 풍요로운 시의 정원을 홀홀히 거니는 시인도 있는 걸까. 또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졸린데 꾹 참고 일어나곤 하는 걸까, 아니면 늘 나만큼 졸립진 않은 걸까.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매사 내가 고마운 줄 모르고 미안한 줄 모르며 살아왔나 보다. 언제부턴가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됐다. 인생 총량의 법칙? 그렇다면 앞으로는 시를 끝내주게 쓰는 날이 남은 거지! 2016년 가을

아무 날이나 저녁때
내 시가 제일인 줄 알고 자만심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시를 지금 읽으면 어떤 건 풋내로 가득하고 잘도 이런 걸 시랍시고 묶었네 싶게 미숙함이 한눈에 띈다. 분명 전보다 시를 보는 안목은 높아졌는데 그렇다고 시를 더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최고의 시, 비수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욕심은 그득하건만 정진하는 능력이 부족한 나. 그래도 시는 영감과 우연의 소산이라는 미신을 벗은 게 어딘가. 아니,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정진해야 영감이 생기든 말든 한다는 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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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나는 고독하다
나는 고독하다? 이런 날것인 제목은 대가들이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권위는 어떠한 유치함이나 하찮음에도 권위를 주는 법이니까.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고독하다'고 할 만큼 나는 고독한가?를 생각하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고독하다. 누추하게. 어쩌면 고독한 사람은 '나는 고독하지 않다'고 토로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고독하다'는 말은 '나는 고독하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는 고독하지 않다. 그런데, 고독하면 어떻고 고독하지 않으면 또 어떻단 말인가? '내 님은 집 안에 없으면 울타리 밖에 있으리라.'

육체는 슬퍼라
이 책에 묶인 글들은 글자 그대로 산문이다. 흩어진 글이며 한가로운 글, 가루로 된 글이다. 정제되지 못하고 가지런하지 못하고 풀풀 휘날린다. 시시하지 않고 비범하고 풍요롭고 촉촉하고 품위 있는, 그런 글들로만 원고지를 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산문들은 거의가 청탁에 의해서 쓰여졌다. 호구를 위한 글쓰기였다는 말은 이 글들의 못남에 대한, 갈수록 태산인 못난 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글들의 어떤 부분에서는 내 내면적 욕구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내 이십대와 삼십대의 초라하지만, 나로서는 흘려 버리기 아쉬운 흔적들의 점철이기도 하니까. 글쎄, 흔적에 지나지 않을 바에야 흘려 버리는 게 좋았을까?

인숙만필
결국 나는 내 주위에 있던 존재들을 기억함으로써 나를 기억한다 혹은 유추한다. 나를 기억하고 유추하는 게 글을 쓴 목적은 아니었으되, 결국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내게 시를 가르쳐준 은사님께서는 무화되기가 싫어서 시를 쓴다고 하셨다. 내가 겪는 일, 보고 듣는 일들을 무화시키지 않으려고, 글로 쓰려고 무진 애를 써서 정신을 차린 동안은 내 생활도 번쩍 정신이 났다.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책을 읽다 보면 그 행간에서 자기 자신이 읽힐 때가 있는 걸 당신도 겪어봐 알 것이다. 때로는 어떤 구절이 빌미가 되어 얼마간 샛길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거기에 착안해서 나는 이 글들을 독후감이나 서평의 탈을 쓴 에세이로 만들고 싶었다.

목소리의 무늬
원고지를 한 칸 한 칸 메워 갈 때는 제법 신바람이 났던 글도 활자화한 뒤 읽어 보면 낯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그러나 바로 그 화끈거리는 글이 내 진자 글이고, 남들에게 비치는 글일 것이다. 그렇게 활자화된 글의 무늬는 원고지 위에서 신바람에 겨워하던 글의 무늬보다 투박하고 초라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또 한 권의 활자더미를 세상에 들이민다. 이 글들은 지난 몇 년 사이 내 삶의 목소리고, 그래서 이 글들의 무늬는 내 삶의 무늬다.

도둑괭이 공주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한 끼 밥을 먹인 지 5년 돼간다. 2년 전부터는 하루 두 번 나간다. 비탈 꼭대기에 살면서 그쪽 고양이들을 먹이던 한 아주머니가 이사를 가며 간곡히 맡긴 곳이 두 채의 연립주택 사이 좁다란 틈인데, 지하방 창문들이 그리로 나 있다. 그러니 어두워진 뒤에 접근하면 그 거주자들 심기가 편치 않을 터라 낮에 다녀와야 한다. 도대체가 성실과는 거리가 먼 내 체질에 단 하루도 빼먹을 수 없는 그 ‘업’을 수행하자니 심신이 이만저만 고달픈 게 아니다. 가장 지겨운 건 고양이 밥 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적의다. 매번 초긴장 상태로 다닌다. 거기에 더해 사람 손에 크다 버려진 고양이들이 하루하루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고통이라니…… 엄살이 아니라 길고양이들과 인연을 맺은 이래 불행감을 맛보지 않는 날이 드물다. 가뜩이나 없는 기력이 다 소진되고 신경쇠약 직전이다. 내가 글 쓸 염을 영 못 내는 건 그 영향이 큰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 큰 소원은 고양이 밥 주는 일을 대신할 사람을 고용하는 거다. 한 달에 30만 원이면 동네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형편이 될 때까지 내가 고용된 셈 쳐볼밖에. 한 달에 30만 원이 생긴다 생각하니 좀 힘이 나는 것 같다. 어차피 주는 밥, 불안하고 시무룩한 마음을 떨치고 기꺼이, 행복한 마음으로 줘야겠다. 밥 먹는 그 시간이라도 고양이들에게 오직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도록. 내가 행복해야 고양이들도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해질 길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앞으로는 열심히 쓰자. 불행의 되먹임을 행복의 되먹임으로 바꿔야지!

관련 항목

  • RDF
주어(A) 목적어(B) 관계 설명
황인숙 서울특별시 출생했다 A가 B에서 출생했다.
황인숙 1958년 출생했다 A가 B에 출생했다.
황인숙 서울예술대학 졸업했다 A가 B를 졸업했다.
황인숙 문예창작과 졸업했다 A가 B를 졸업했다.
황인숙 1984년 데뷔했다 A가 B에 데뷔했다.
황인숙 나는 고독하다 집필했다 A가 B를 집필했다.
황인숙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집필했다 A가 B를 집필했다.
황인숙 자명한 산책 집필했다 A가 B를 집필했다.
황인숙 간발 집필했다 A가 B를 집필했다.
황인숙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집필했다 A가 B를 집필했다.
황인숙 도둑괭이 공주 집필했다 A가 B를 집필했다.
황인숙 동서문학상 수상했다 A가 B를 수상했다.
황인숙 김수영문학상 수상했다 A가 B를 수상했다.
황인숙 형평문학상 수상했다 A가 B를 수상했다.
황인숙 현대문학상 수상했다 A가 B를 수상했다.
황인숙 자연스러운 접근 방식 사용한다 A는 B를 사용한다.
  • 네트워크 그래프
황황.PNG

작성자 및 기여자

각주

  1.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03&aid=0007897803 "제4회 형평문학제 문학상…대상 황인숙, 지역문학상 최영효" 정경규(2017.04.17)Newsis
  2. https://www.yna.co.kr/view/AKR20171120156800005?input=1195m "제63회 현대문학상에 김성중·황인숙" 임미나(2017.11.20)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