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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隱喩, metaphor)는 직유보다 한 단계 발전된 비유법으로 사물의 본뜻을 숨기고 주로 보조 관념들만을 간단하게 제시한다. 직유법에서처럼 '~처럼' '~듯' 등의 연결어는 쓰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대의 눈은 샛별같이 밝다'라는 표현은 직유지만 '그대의 눈은 샛별이다'라는 표현은 은유이다. 은근한 비유로 직유보다 더 인상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은유법이지만 은유를 남용하면 문맥이 어지럽고 문장의 뜻이 모호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은유는 뚜렷하게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교하는 직유(直喩, 예: 다람쥐와 같은 민첩성)에 대해서 본래의 의미를 표면에 나타내지 않고 비유만을 나타내는 표현법을 말한다. (a는 b이다)형식이다. (예:당신은 나의 태양이다).
 
은유(隱喩, metaphor)는 직유보다 한 단계 발전된 비유법으로 사물의 본뜻을 숨기고 주로 보조 관념들만을 간단하게 제시한다. 직유법에서처럼 '~처럼' '~듯' 등의 연결어는 쓰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대의 눈은 샛별같이 밝다'라는 표현은 직유지만 '그대의 눈은 샛별이다'라는 표현은 은유이다. 은근한 비유로 직유보다 더 인상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은유법이지만 은유를 남용하면 문맥이 어지럽고 문장의 뜻이 모호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은유는 뚜렷하게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교하는 직유(直喩, 예: 다람쥐와 같은 민첩성)에 대해서 본래의 의미를 표면에 나타내지 않고 비유만을 나타내는 표현법을 말한다. (a는 b이다)형식이다. (예:당신은 나의 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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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유가 ‘A는 B와 같다’나 ‘B 같은 A’와 같은 형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A를 다른 대상 B에 동등하게 비유하는 것이라면, 은유는 ‘A는 B이다’나 ‘B인 A’와 같이 A를 B로 대치해 버리는 비유법이다. 즉, 은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 곧 원관념(tenor)과 비유되는 것, 곧 보조관념(vehicle)을 동일시하여 다루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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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귀신 같지만, 마음은 부처님 같다.”라고 하면 직유이지만, “얼굴은 귀신이지만, 마음은 부처이다.”라고 하면 은유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통적인 견해에서는 은유는 생략된 직유, 곧 직유의 생략형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결국 직유의 형식에서 ‘같다, 처럼, 듯하다, 인 양’ 등과 같은 비교어가 생략, 발전된 것이 은유라는 것인데, 이러한 견해를 비교이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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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된 다른 견해는 대치이론인데, 이 견해에서는 은유적 표현은 그와 동등한 글자 그대로의 표현 대신에 쓰이는 것이라고 본다. 가령 ‘A는 B다’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철수는 돌이다.”라는 표현은 ‘A는 C다’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철수는 어리석다.”와 같은 문자 그대로의 표현 대신 쓰인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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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은유가 두 개념 간의 단순한 대치나 생략이 아니라 직유보다 더 강한 밀착관계를 보이며, 그리하여 두 개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의미의 변질이 일어난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를 상호작용이론이라고 한다. 즉, 은유로 말미암아 원래 지니고 있던 관념끼리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금까지의 관념과는 다른 새로운 관념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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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용어 가운데에도 은유에 의하여 성립된 단어 표현이 많다. 이처럼 이미 굳어져 발생 당시의 신선감이나 생명감을 상실한 은유를 사은유(死隱喩, dead metaphor)라고 한다. ‘꿈’(희망)·‘소’(우직한 사람)·‘찰거머리’(들러붙어 괴롭히는 사람) 등이 그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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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새로운 단어의 형성, 곧 조어(造語)에 크게 기여한다. ‘책상다리, 병목, 바늘귀, 저울눈, 보조개(볼+조개)’ 등과 같이 주로 합성법에 의한 단어 형성은 은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은유의 발생 당시는 지금까지 항상 사용해오던 언어, 즉 기존관념들 속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맺어진 일이 없는 새로운 관계를 찾아 결합시킴으로써 신선한 생명감을 불어넣게 되는데, 이와 같은 참신한 비유는 문학작품에서 흔히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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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김광균(金光均)의 「뎃상」이라는 시의 일부분인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에서는 ‘구름’을 ‘장미’로 은유하고 있으며, 피천득(皮千得)의 「수필 隨筆」에서 따온 “수필은 청자연적(靑瓷硯滴)이다./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에서는 ‘수필’을 ‘청자연적·난·학·여인’에다가 은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은유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관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생명감과 기교적인 긴축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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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조집 『청구영언』에 실린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라는 시조작품에서는 ‘남자’를 ‘나비’에, ‘여자’를 ‘꽃’에 은유하여 남녀 간의 애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처럼 원관념은 한마디도 나타내지 않고 보조관념만 표면에 나타내어 원관념을 유추하게 하는 은유를 암시적 은유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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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은유적 표현은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주는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기도 하며, 기교적인 긴축미와 참신성·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구실을 담당하기도 하여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2022년 6월 4일 (토) 19:10 판

은유(隱喩, metaphor)는 직유보다 한 단계 발전된 비유법으로 사물의 본뜻을 숨기고 주로 보조 관념들만을 간단하게 제시한다. 직유법에서처럼 '~처럼' '~듯' 등의 연결어는 쓰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대의 눈은 샛별같이 밝다'라는 표현은 직유지만 '그대의 눈은 샛별이다'라는 표현은 은유이다. 은근한 비유로 직유보다 더 인상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은유법이지만 은유를 남용하면 문맥이 어지럽고 문장의 뜻이 모호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은유는 뚜렷하게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교하는 직유(直喩, 예: 다람쥐와 같은 민첩성)에 대해서 본래의 의미를 표면에 나타내지 않고 비유만을 나타내는 표현법을 말한다. (a는 b이다)형식이다. (예:당신은 나의 태양이다).

직유가 ‘A는 B와 같다’나 ‘B 같은 A’와 같은 형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A를 다른 대상 B에 동등하게 비유하는 것이라면, 은유는 ‘A는 B이다’나 ‘B인 A’와 같이 A를 B로 대치해 버리는 비유법이다. 즉, 은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 곧 원관념(tenor)과 비유되는 것, 곧 보조관념(vehicle)을 동일시하여 다루는 기법이다.

“얼굴은 귀신 같지만, 마음은 부처님 같다.”라고 하면 직유이지만, “얼굴은 귀신이지만, 마음은 부처이다.”라고 하면 은유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통적인 견해에서는 은유는 생략된 직유, 곧 직유의 생략형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결국 직유의 형식에서 ‘같다, 처럼, 듯하다, 인 양’ 등과 같은 비교어가 생략, 발전된 것이 은유라는 것인데, 이러한 견해를 비교이론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다른 견해는 대치이론인데, 이 견해에서는 은유적 표현은 그와 동등한 글자 그대로의 표현 대신에 쓰이는 것이라고 본다. 가령 ‘A는 B다’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철수는 돌이다.”라는 표현은 ‘A는 C다’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철수는 어리석다.”와 같은 문자 그대로의 표현 대신 쓰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은유가 두 개념 간의 단순한 대치나 생략이 아니라 직유보다 더 강한 밀착관계를 보이며, 그리하여 두 개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의미의 변질이 일어난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를 상호작용이론이라고 한다. 즉, 은유로 말미암아 원래 지니고 있던 관념끼리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금까지의 관념과는 다른 새로운 관념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일상용어 가운데에도 은유에 의하여 성립된 단어 표현이 많다. 이처럼 이미 굳어져 발생 당시의 신선감이나 생명감을 상실한 은유를 사은유(死隱喩, dead metaphor)라고 한다. ‘꿈’(희망)·‘소’(우직한 사람)·‘찰거머리’(들러붙어 괴롭히는 사람)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은유는 새로운 단어의 형성, 곧 조어(造語)에 크게 기여한다. ‘책상다리, 병목, 바늘귀, 저울눈, 보조개(볼+조개)’ 등과 같이 주로 합성법에 의한 단어 형성은 은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은유의 발생 당시는 지금까지 항상 사용해오던 언어, 즉 기존관념들 속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맺어진 일이 없는 새로운 관계를 찾아 결합시킴으로써 신선한 생명감을 불어넣게 되는데, 이와 같은 참신한 비유는 문학작품에서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김광균(金光均)의 「뎃상」이라는 시의 일부분인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에서는 ‘구름’을 ‘장미’로 은유하고 있으며, 피천득(皮千得)의 「수필 隨筆」에서 따온 “수필은 청자연적(靑瓷硯滴)이다./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에서는 ‘수필’을 ‘청자연적·난·학·여인’에다가 은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은유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관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한 생명감과 기교적인 긴축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시조집 『청구영언』에 실린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라는 시조작품에서는 ‘남자’를 ‘나비’에, ‘여자’를 ‘꽃’에 은유하여 남녀 간의 애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처럼 원관념은 한마디도 나타내지 않고 보조관념만 표면에 나타내어 원관념을 유추하게 하는 은유를 암시적 은유라고도 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은유적 표현은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주는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기도 하며, 기교적인 긴축미와 참신성·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구실을 담당하기도 하여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