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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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안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4일 (수) 15:3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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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 > 소설 > 중·단편소설

줄거리

경수와 엄마, 산후 풍을 겪는 아내, 세 살 딸 학실이가 사는 가정은 굉장히 가난하다. 먹고 살기 위해 등에 큰 나뭇짐을 걸머져 경수는 매일같이 비탈길을 걷는다. 열흘 넘게 산후 풍에 시달리는 아내는 포대기에 싸여 누워 있고, 안채에서는 집세 때문에 독촉을 받았는 상황이다. 아무리 일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과 이 사정은 자신의 탓인 것 같기도 하다. 땅이 없어 농사도 할 수 없고, 자본이 없어 장사도 할 수 없으며 집세도 내지 못하는 이 현실 속에서 아내는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의사는 다 죽어가는 아내에게 침을 놔주는 조건으로 한 달 안에 진료비를 갚지 못하면 머슴살이를 해야하는 계약서를 받는다. 하지만 약국에서는 돈이 없어 약을 짓지 못한다. 엎친데 덮친격 어머니는 중국인 개에 물려 피에 물들어 집에 돌아왔다. 그걸 본 아내는 다시 풍증이 일어나고, 학실이는 울며불며 떼를 쓴다. 결국, 가족들에 대한 부담이 극악으로 치닫아 경수는 가족을 찌르고 경찰서를 들어가기까지 사람들을 죽이고 총에 맞아 이야기가 끝이 난다.

작품해설

주인공 경수가, 아내의 병을 미끼로 탐욕을 채우려는 최의사와 약국 주인 박주사의 몰인정 때문에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줄거리의 작품이다. 경수는 어머니와 처자식을 부양하면서 극도로 빈궁하게 살아간다. 땅이 없어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자본이 없어 장사도 할 수 없고, 교사나 사무원 노릇도 말 한 번 잘못하면 쫓겨나는 신세이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집주인은 집세를 독촉하고, 아내가 다 죽어가는 판인데 의사는 한 달 내에 진료비를 못 갚으면 일 년 간 머슴살이를 하겠다는 계약서를 받고서야 침을 놓아준다. 그나마 받아낸 처방전을 가져가도 약국에서는 돈이 없다고 약을 지어주지 않는다.

도저히 타개할 수 없는 궁핍한 현실 앞에서 경수는 탐욕에 물든 최의사와 박주사에게 적개심을 품게 되고, 마침내 잔인한 자기 파괴로 치닫기에 이른다. 노모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서 ‘한 줌도 못되는 누런 좁쌀’을 사오다 중국인 개에게 물려 인사불성이 된 것을 보자, 마침내 경수의 분노는 폭발하고 만다. 그는 우선 가족을 몰살하고 밖으로 뛰어나와 닥치는 대로 살인을 저지르며 중국 경찰서까지 파괴한다. “모두 죽여라! 이놈의 세상을 부수자! 복마전 같은 이놈의 세상을 부수자! 모두 죽여라!”, “내가 미쳐? 내가 도적놈이야? 이 악마같은 놈들 다 죽인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경수가 저지른 살인은, 환경 충격에 의한 자기 방위로서의 나르시시즘적 충동 때문으로 풀이해 볼 수가 있다.

즉, 현실 대응이 더 이상 불가능할 때, 자신을 옥죄는 가족들에 대한 부담이 극악한 환경으로부터 놓여나고자 하는 경수의 파괴적 행동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경수가 발광하게 되기까지의 상황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얼마간의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의 전면적 궁핍상을 반영하면서도, 식민지 현실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분노와 저항을 형상화하는 데 그침으로써 조직적 계급 의식의 각성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신경향파적 소설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특징

최서해의 빈궁 문학 중 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시기의 주로 식민지 시대의 모순으로 인해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농민과 노동자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봉건적 지주 계급의 횡포와 이에 대항하는 농민들의 삶, 불안전한 일터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집중했다.

이는 생존의 권리마저 거부당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비극적인 생의 종말을 보여준다. 작가의 초기 소설이 흔히 그렇듯 이 소설의 갈등은 개인 대 사회라기보다 가족을 한 단위로 하는 소집단과 사회라는 특이한 갈등관계를 형성한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기아와 살육 [飢餓─殺戮]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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