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1935.7.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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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석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11일 (수) 12:1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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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네 왜 그케 노하나. 지내다 보니깐 그러킬래 일테면 자네보구 얘기지 뭐…“

하고 뒷갈망을 못하야 우물주물한다.

"노하긴 누가 노해---“

응칠이는 뻐틩겼든 몸에 좀더 힘을 올리며

"응고개를 어째 갓드냐 말이지?“

"놀러갓다 오는 길인데 우연히……“

"놀러갓다, 거기가 노는 덴가?“

"글세, 그러케까지 무를게 뭔가, 난 응고개 아니라 서울은 못 갈 사람인가" 하다가 성팔이는 속이 타느지 코로 흐응, 하고 날숨을 길게 뽑는다.

이러케 나오는데는 더 무를 필요가 업섯다. 성팔이란 놈도 여간내기가 아니요구장네 솟친가 뭔가 떼다 먹고 한 번 다녀온 놈이엇다. 만이 사괴지는 못햇스나 동리 평판이 그 놈과 가티 다니다는 엉뚱한 일 만난다 한다. 이번에 응칠이 저녁 그섭수에 걸렷슴을 알고

"그야 응고개라구 못갈리 업슬테---“

하고 한번 엇먹다 그러나 자네두 아다십히 거 어디야, 거기 바루 길이 잇다는지 사람 사는 동리라면 혹 모른다 하지마는 성한 사람이야 응고개엘 뭘 먹으러 가나, 그러치 자네야 심심하니까, 하고 압흘 꽉 눌러 등을 떠본다.

여긔에는 대답 업고 성팔이는 덤덤히 처다만본다. 무엇을 생각햇는가 한참 잇드니 호주머니에서 단풍갑을 끄낸다. 우선 제가 한개를 물고또 하나를 뽑아 내대며

"권연하나 피게“

매우 든직한 낫츨 해 보인다.

이놈이 이에 밝기가 몹시 밝은 성팔이다. 턱업시 권연 하나라도 선심을 쓸 궐자가 아니리라, 생각은 하엿스나 그럿타고 예까지 부르대는건 도리어 저의 처지가 불리하다. 그것은 짜정 그 손에 넘는 즛이니 "아 웬 권연은 이래--“

하고 슬적 눙지며

"성냥 잇겟나?" 일부러 불까지 거대게 하엿다.

응칠이에게 액을 떠넘기어 이용할랴는 고 야심을 생각하면 곳 달겨들어 다리를 꺽거 놔야 올홀 것이다. 그러나 이 마당에 떠들어 대고 보면 저는 두러 누어 침뱃기. 결국 도적은 뒤로 잡지 압해서 얼르는 법이 아니다. 동리에 소문이 퍼질 것만 두려워하며

"여보게 자네가 햇건 내가 햇건간"

하고괴연 정다히그 등을 툭치고 나서

"우리둘만 알고 동리에 말은 내지말게"

하다가 성팔이가 이 말에 되우 놀라며 눈을 말뚱 말뚱 뜨니

"그까진 벼쯤 먹으면 어떤가---“

하고 껄껄 우서버린다.

성팔이는 한굽접히어 말문이 메엿는지 얼뚤하야 입맛만 다신다.

"아예 말은 내지말게, 응 알지---“

하고 다시 다질 때에야 겨우 주저 주저 입을 열어

"내야 무슨 말을…… 그건 염여말게" 하드니 비실비실 몸을 돌리어 저 갈 길을 내것느다. 그러나 저 압고개까지 가는 동안에 두번이나 돌아다보며 이쪽을 살피고 살피고 한 것마는 사실이엇다.

응칠이는 그 꼴을 이윽히 바라보고 입안으로 죽일 놈, 하였다. 아무리 도적이라도 가튼동요에게 제 죄를 넘겨씰랴 함은 도저히 의리가아니다.

그건 그러타 치고 응오가 더 딱하지 안흔가. 기껀 힘드려 지어 노핫다 남 존 일한 것을 안다면 눈이 뒤집힐 일이겟다.

이래서야 어듸 이웃을 밋어 보겠는가---

확적히 증거만 잇서 이놈을 잡으면 대번에 요절을 내리라 결심하고 응칠이는 침을 탁 뱃타던지고 산을 나려 온다.

그런데 그놈의 행티로 가늠 보면 응칠이 저만치는 때가 못 버슨 도적이다. 어느 미친놈이 논뚜랑에까지 가새를 들고 오는가. 격식도 모르는 푸뚱이가. 그럴랴면 바루 조나까리나 수수나 까리 말이지. 그 속에 들어 안저 가새로 속닥거려야 들킬 리도 업고 일도 편하고. 두포 대고 세포 대고 마음것 딸 수도 잇다. 그러나 틈보고 집으로 나르면 고만 이지만 누가논의벼를다. 그리케도 벼에걸신이들엇다면 바루 남의집 머슴으로 들어가한 달포동안주인아페얼렁거리는건이어니와. 신용을엇어釕다가 주는 옷이나 어더입고 다들 잠들거든 벼섬이나두둑히 질머메고 덜렁거리면 그뿐이다. 이건 맥도 모르는게남도 못살게굴랴구. 에--이 망할자식두. 그는 분노에 살이다 부들부들 떨리는듯 십헛다. 그러나 이런 좀도적이란 뽕이나기전에는 바짝 물고덤비는 법이엇다. 오늘 밤에는요놈을 지켯다 꼭 붓들어가지고 정갱이를 분질러노리라, 밥을 먹고는 태연히 막걸리 한사발을 껄떡껄떡 들여키자.

"커!, 가을이 되니깐 맛이 행결 낫군---“

그는 주먹으로 입가를 쓱쓱 훔진다음 송이꾸림에서 세개를 뽑는다. 그리고 그걸 갈퀴가티 마른 주막 할머니 손에 내어 주며

"엣수, 송이나 잡숫게유!" 하고 술갑을 치럿스나

"아이 송이두 고놈참"

간사를 피는 것이 좀 시쁜 모양이다. 제따는 한 개에 삼전식치드라도 구전 박게 안되니깐---

응칠이는 슬몃이 화가 나서 그 얼굴을 유심히 드러다 보앗다. 움푹들어간 볼때기에 저건 또 왜 저리 멋업시 불거젓는지 톡 나온 광대뼈 하구 치마알로 남실거리는 발가락은 자칫 잘못 보면 황새 발목이니 이건 언제 잡아갈라구 남겨 두는 거야---보면 볼사록 하나 이쁜데가 업다. 한두번 먹은 것두 아니요 언젠간 울타리께 풀을 비여 주고 술사발이나 엇더먹은 적도 잇섯다. 고러케 야멸치게 따 질건 먼가. 그는 눈살을 흘낏 맛치고는 하나를 더 끄내어 "엣수 또하나 잡숫게유---"

내던저 주곤 댓돌에 가래침을 탁배타다.

그제야 식성이 좀 풀리는지 그 가죽으로 웃으며

"아이그 이거 자꾸 줌 어떠개---“

"어떠거긴, 자꾸 살찌게유---“

하고 한마디 툭쏘고 일어스다가 무엇을 생각함인지 다시 퇴ㅅ마루에 주저안젓다. "그런데 참 요즘 성팔이 보섯수?"

"아--니, 당최 볼수가 업더구면"

"술두 안 먹으러 와유?"

"안와--"

하고는 입속으로 뭐라구 종잘 거리며 의아한 낫을 들드니

"왜, 또 뭐 일이……?"

"아니유, 본지가 하오래닌깐---“

응칠이는 말끄틀 얼버무리고 고개를 돌리어 한데를 바라본다. 벌서 점심때가 되엇는지 닭들이 요란히 울어댄다. 논뚝의 미루나무는 부하고 또 부, 하고 입히 날리며 팔랑팔랑 하눌로 올라간다.

"성팔이가 이 말에서 얼마나 살잇지유?"

"글세--, 재작년 가을이지 아마"

하고 장죽을 빡빡 빨드니

"근대 또 떠난대 든걸, 홍천인가 어디 즈 성님 안터로 간대"

하고 그게 올치 여기서 뭘하느냐. 대정간이라구 일이나 만흐면 모르거니와 밤낫 파리만 날리는걸. 그보다는 즈 형이 크게 농사를 짓는대니 그 뒤나 자 들어주고 구구루 어더먹는게 신상에 편하겟지. 그래 불일간 처작식을 데리고 아마 떠나리라고 하고 "농군은 그저 농사를 지야돼“

"낼죽먹으러 또오지유---"

간단히 인사만하고 응칠이는 다시 일어낫다.

주막을 나스니 옷깃을 스치는 개운한 바람이다. 밧 둔덕의 대추는 척척 느러진다. 머지안허 겨울은 또오렷다. 그는 응오의 집을 바라보며 그간 죽엇는지 궁금하엿다. 응오는 봉당에 걸타안젓다. 그 압 화로에는 약이 바글바글 끌는다. 그는 정신업시 드려다보고 안젓다.

우중중한 방에서는 안해의 가쁜 숨소리가 들린다. 색, 색하다가 아이구, 하고는 까우러지게 콜룩어린다. 가래가 치밀어 몹씨 괴로운 모양---뽑아 줄 사이가 업시 풀들은 뜰에 엉겻다. 흙이 드러난 집웅에서 망초가 휘어청 휘어청. 바람은 가끔 차저와 싸리문을 흔든다. 그럴 적마다 문은 을쓰년스럽게 삐--꺽삐--꺽. 이웃의 발발이는 벽에서 한참 바뿌게 달그락 어린다. 마는 아츰에 안해에게 믹이고 남은 조죽밧게야. 아니 그것도 참 남편 마자 굶엇스니 사발에 붓튼 찌꺼기뿐이리리--

"거, 다 졸앗나부다"

응칠이는 약이란 너머 졸면 못쓰니 고만 짜 먹이라, 하였다. 약이라야 어젯저녁 울 뒤에서 올가드린 구렁이지만---

그러나 응오는 듯고도 흐렷는지 혹은 못 드럿는지 잠잣고 고개도 안든다.

"엣다 송이 맛이나 봐라“

하고 형이 손을 내밀제야 겨우 시선을 들엇스나 술이 건아한 그 얼골을 거북상스리 흘터본다. 그리고 송이를 고맙지 안케 바더 방으로 치트리고는

"이거나 먹어"

하다가

"뭐?"

소리를 크게 질럿다. 그래도 잘 들리지 안흠으로

"뭐야 뭐야, 좀 똑똑이 하라니깐?“

하고 골피를 찌프린다.

그러나 안해는 손즛만으로 무슨 소린지 알수가 업다. 음성으로 치느니보다 조히부비는 소리랄지, 그걸 듯기에는 지척도 멀엇다.

가만히보다 응칠이는 제가 다 불안하야

"뒤보케다는게 아니냐!"

"그럼 그러타 말이 잇서야지.“

남편은 이내 짜증을 내이며 몸을 이르킨다. 병약한 안해의 음성이 날로 변하야 감을 시방안것도 아니련만--- 그는 방바닥에 느러저 꼬치꼬치 마른 반송장을 조심히 일으키어 등에 업엇다. 울박 밧머리에 잿간은 노엿다. 머리가 눌릴만치 납짝한 갑갑한 굴속이다. 게다 거미줄은 예제 업시 엉키엇다. 부추돌우에 나려노흐니 안해는 벽을 의지하야 웅크리고 안는다. 그리고 남편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지키고 섯는 것이다.

이 꼴들을 멀거니 바라보다 응칠이는 마뜩지안겟 코를 횅, 풀며 입맛을 다시엇다. 옹오의 즛이 어리석고 울화가 터저서이다. 요즘 응오가 형에게 잘 말두안코 웨 어뜩비뜩 하는지 그 속은 응칠이도 모르는 배 아닐 것이다.

응오가 이 안해를 차저올때 꼭 삼년간을 머슴을 살엇다. 그처럼 먹고 십든 술한잔 못 먹엇고 그처럼 침을 삼키든 그 개고기 한메 물론 못삿다. 그리고 사경을 밧는대로 꼭꼭 장리를 노핫스니 후일 선 채로 냵든 것이다. 이러케까지 근사를 모아 어든 게집이련만 단 두해가 못가서 이 꼴이 되고 말엇다.

그러나 이병이 무슨 병인지 도시 모른다. 의원에게 한번이라도 변변히 봬본적이 업다. 혹안다는 사람의 말인즉 뇌점이니 어렵다 하였다. 돈만 잇다면이야 뇌점이고 염병이고알바가 못될거로되 사날전 거리로 쫏차나오며

"성님"

하고 팔을 챌 적에는 응오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엇다.

"왜?"

응칠이가 몸을 돌리니 허둥지둥 그 말이 인제는 별 도리가 업다. 잇다면 꼭 한 가지가 남엇스나 그것은 어끄적게 산신을 부리는 노인이 이 마을에 오지 안 헛는가. 그도인이 응오를 특히 동정하야 십오원만 드리어 산치성을 올리면 씨슨 듯이 낫게 해 주리라는데

"성님은 언제나 돈 만들수 잇지유?“

"거 안된다, 치성 드려 날 병이 그냥 안 낫겟니"

하야 여전히 딱떼이고 그러케 내 뭐래던, 대견에 게집다 내 버리고 날 따라 니스랫지, 하고 "그래 농군의 살림이란 제몸매기라지!“

그러나 아우가 암말업시 몸을 홱 돌리어 집으로 들어갈 제 응칠이는 속으로 또 괜은 소리를 햇구나, 하였다.

응오는 도루 안해를 업어다 방에 누엿다. 약은 다 졸앗다. 물이 삭기전 짜야 할 것이다. 식기를 기다려 약 사발을 입에 대어 주니 안해는 군말업시 그 구렁이 물을 껄덕껄덕 드러마신다. 응칠이는 마당에 우두커니 안젓다. 사람의 목숨이란 과연 증하군, 하였다. 그러나 게집이라는 저물건이 그러케 떼기 어렵도록 증할가, 하니 암만해도 알수업고

"너 참 요건너 성팔이 알지?"

"---"

"너허구 친하냐?"

"---"

"성이 뭐래는데 거 대답좀하렴“

하고 소리를 빽 질러도 아우는 대답은 말고 고개두 안 든다.

그러나 응칠이는 하눌을 처다보고 트림만 끄윽, 하고 말앗다. 술기가 코를 콱콱 찔러야 할터인데 이건 풋김치 냄새만 코밋에서 뱅뱅돈다. 공짜 김치만 퍼먹을게 아니라 한잔 더 햇드면 조앗슬걸. 그는 일어서서 대를 허리에 꼿고 궁뎅이의 흙을 털엇다. 벼도적 맛즌 이야기를 할가, 하다가 아서라 가뜩이나 울상이 속이 쓰릴 것이다. 그보다는 이놈을 잡아노코 낭종 히짜를 뽑는 것이 점잔하겟지--

그는 문밧으로 나와버렷다.

답답한 아우의 살림을 보니 역 답답하든 제살림이 연상되고 가슴이 두목 답답하엿다. 이런 때에는 무가 십상이다. 사실 하누님이 무를 마련해 낸 것은 참으로 은헤로운 일이다. 맥맥할 때 한개를 씹구보면 꿀꺽 하고 쿡 치는 그 멋이 조코 남의 무밧헤 들어가 하나를 쑥 뽑으니 가락무. 이--키, 이거 오늘 운수 대통이로군. 내던지고 그 담놈을 뽑아 들고 개울로 나려 온다. 물에쓱쓰윽 닥꺼서는 꽁지는 이로비여던지고 어썩 께물어부친다.

개울 둔덕에 포푸리는 호젓하게도 매출이컷다. 재긱돌은 고밋테 옹기종기 모엿다. 가생이로 자듸가 소보록하다. 응칠이는 나가자빠저 마을을 건너다보며 눈을 멀뚱멀뚱 굴리고 누엇다. 산에 뺑뺑 둘리어 숨이 콕 막힐 듯한 그 마음---

아리랑 아리랑 아리라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 가세

증긔차는 가자고 왼 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 가세

낼 갈지 모래 갈지 내 모르는데

옥씨기 강낭이는 심어뭐하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그는 놋노래를 이러케 흥얼거리다 갑작스리 강능이 그리뚵다. 펄펄 뛰는 생선이 조코 이츰 햇발에 비끼어 힘차게 출렁거리는 그 물결이 조코. 이까진 둠 구석에서 쪼들리는데 대다니. 그래도 즈이 따는 무어 농사좀 지엇답시고 악을 복복쓰며 잘두 떠들어 대인다. 허지만 그런 중에도 어듸인가 형언치 못할 씁쓸함이 떠돌지 아는 것도 아니다. 삼십여년전 술을 빗어노코 쇠를 올리고 흥에 질리어 어깨춤을 덩실거리고 이러든 가을과는 저 딴쪽이다. 가을이 오면 기쁨에 넘처야 될 시골이 점점 살기만 떠오옴은 웬일 일고. 이럿게 보면 재작년 가을 어느밤 산중에서 낫으로 사람을 찍어 죽인 강도가 문득 머리에 떠오른다. 장을 보고 오는 농군을 농군이 죽엿다. 그것두 만이나 되엇으면 모르되 빼앗은 것이 한끗동전 네닙에 수수 일곱되. 게다 흔적이 탈로날가 하야 낫으로 그 얼골의 껍찔을 벅기고 조깃대강이 이기듯 끔찍하게 남기고 조긴망난이다. 흉악한 자식. 그 잘량한 돈 사전에 나가트면 가여워 덧돈을 주고라도 왓스리라. 이번 놈은 그따위 깍따귀나 아닐는지 할 때 참 김과 아울러 치미는 소름에 머리 끄치다 쭈볏하엿다. 그간 아우의 농사를 대신 돌봐 주기에 이럭저럭 날이 느젓다 오늘밤에는 이놈을 다리를 꺽거노코

밤이 나리니 만물은 고요히 잠이 든다. 검프른 하눌에 산봉우리는 울퉁불퉁 물결을 치고 흐릿한 눈으로 별은 떳다. 그러다 구름 떼가 몰려 닥치면 캄캄한 절벽이 된다. 또한 마을 한복판에는 거츠른 바람이 오락가락 쓸쓸이 궁굴고 잇다금 코를 찌름은 후련한 산사 내음새. 북쪽 산밋 미루 나무에 싸여 주막이 잇는데 유달리 불이 반짝인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라, 노랫소리는 나즉나즉 한산히 흘러온다. 아마 벼를 뒷심 대고 외상이리라---

응칠이는 잠잣고 벌떡 일어나 밧갓으로 나섯다. 그리고 다 나와서야 그 집 친구에게 눈치를 안채이도록

"내 잠간 다녀옴세---“

"어 가나?"

친구는 웬 영문을 몰라서 뻔히 치어다 보다 밤이 이러케 느젓스니 나갈 생각말고 어여이리 들어와 자라 하였다. 기껀 둘이 안저서 개코쥐코 떠들다가 급작이 일어스니깐 꽤 이상한 모양이엇다.

"건너말 가 담배한봉 사오라구" "담배 여깃는데 또사 뭐하나?“

친구는 호주머니에서 구지히 연봉을 끄내어 손에 들어보이드니

"이리 들어와 섬이나 좀 처주게“

"아 참 깜빡……“

하고 응칠이는 미안스러운 낫츠로 뒤통수를 긁죽 긁죽한다. 하기는 섬을 좀 처달라구 며칠째 당부하는걸 노름에 몸이 팔리어 고만 잇고 잇고 햇든 것이다. 먹자고 이러케 신세를 지면서이건 썩 안闵다, 생각은 햇지마는

"내 곳 다녀올걸 뭐……“

어정쩡하게 한마듸 남기곤 그 집을 뒤에 남긴다.

그러나 이 친구는

"그럼 곳 다녀오게---“

하고 때를 재치는 법은 업섯다. 언제나 여일가티

"그럼 잘 다녀오게---“

이러케 그 신상만 편하기를 비는 것이다.

응칠이는 모든 사람이 저에게 그 어떤 경의를 갓고 대하는 것을 가끔 느끼고 어깨가 으쓱 어린다. 백판 모르든 사람도 데리고 안저서 몃번 말만 좀하면 대번 구부러진다. 그러케 장한것인지 그 일을 하다가, 그 일이라야 도적질이지만, 들어가 욕보던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눈을 커다라케뜨고

"아이구, 그걸 어떠케 당하섯수!“

하고 저윽이 놀라면서도

"그래 그돈은 어떠켓수?“

"또 그랠 생각이 납띄까유?“

"참 우리가튼 농군에 대면 호강사리유!“

하고들 한편 썩 부러운 모양이엇다. 저들도 그와가티 진탕 먹고살고는 십흐나 주변업시 못하는 그 울분에서 그런, 이야기만 들어도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이다. 응칠이는 이걸 잘 알고 그 누구를 논에다 꺼꾸루 박아노코 다라 나다가 붓들리어 경치든 이야기를 부지런히 하며 "자네들은 안적멀엇네 멀엇서---“

하고 힌소리를 치면 그들은, 올타는 뜻이겟지, 묵묵히 고개만 꺼떡꺼떡 하며 속업시 술을 사주고 담배를 사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벼를 훔처간 놈은 응칠이를 막우 넘보는 모양갓다.

이러케 생각하면 응칠이는 더욱 괫심하엿다. 그는 물푸레 몽둥이를 벗삼아 논둑길을 질러서 산으로 올라간다.

이슥한 그믐은 칠야---

길은 어둡고 흐릿한 은저리만 눈압헤 아물거린다.

그 논까지 칠마장은 느긋하리라. 이 마을을 벗어나는 어구에 고개 하나를 넘는다. 또 하나를 넘는다. 그러면 그담 고개와 고개 사이에 수목이 울창한 산 중툭을 비겨 대고 몃마지기의 논이 노혓다. 응오의 논은 그중의 하나이엇다. 길에서 썩 들어안즌 곳이라 잘 뵈도 안는다. 동리에 그런 소문이 안 낫을 때에는 천행으로 본놈이 업슬 것이니 반듯이 성팔이의 성행임에는---

응칠이는 공동묘지의 첫고개를 넘엇다. 그리고 다음 고개의 마루턱을 올라섯슬때 다리가 주춤하엿다. 저 왼편 놉흔 산 고랑에서 불이 반짝하다 꺼진다. 즘생불로는 너머 흐리고---아--하, 이놈들이 또 왓군. 그는 가든 길을 엽흐로 새엿다. 더듬더듭 나무가지를 집프며 큰산으로 올라탄다. 바위는 미끌리어 나리며 발등을 뾵는다. 딸기까시에 종아리는 따겁고 엉금엉금 기어서 바위를 끼고 감돈다.

산, 거반 꼭대기에 바위와 바위가 어깨를 겻고 움쑥 들어간 굴이 잇다. 풀들은 뻣치어 굴문을 막는다.

그 속에 돌라안저서 다섯놈이 머리들을 맛대고 수군거린다. 불빗치 샐가 염여다. 람포불을 야치 달아노코 몸들을 바싹바싹 여미어 가리운다.

"어서 후딱후딱 처, 갑갑해서 온---“

"이번엔 누가 빠지나?“

"이 사람이지 멀 그래.“

"다시 석거, 어서 이따위 수작이야“

하고 한 놈이 골을 내이고 화토를 빼앗서 제손으로 석다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버썩 대드는 응칠이를 벙벙히 치어다 보며 얼뚤한다.

그들은 응칠이가 오는 것을 완고적히 설허하는 눈치이엇다. 이런 애송이 노름판인데 응칠이를 드렷다는 맥을 못 쓸 것이다. 속으로는 되우 끄렷다 마는 그럿타고 응칠이의 비위를 건드림은 더욱 조치 못 하므로---

"아, 응칠인가 어서 들어오게“

하고 선웃음을 치는 놈에

"난 올 듯하게, 자넬 기다렷지“

하며 어수대는 놈

"하여튼 한케 떠보세“

이놈들은 손을 잡아 드리며 썩들 환영이엇다.

응칠이는 그 속으로 들어서며 무서운 눈으로 좌중을 한번 훌터보앗다. 그런데 재성이도 그틈에 끼어 잇는 것이 아닌가. 사날 전만 해도 유칠이 더러 먹을 량식이 업스니 돈좀 취하라든 놈이. 의심이 부썩 일엇다. 도적이란 흔히 이런 노름판에서 씨가 퍼진다. 고엽흐로 기호도 안 젓다. 이놈은 몃칠전 제게 집을 팔앗다. 그 돈으로 영동 가서 장사를 하겟다든 놈이 노름을 왓다. 제깐 주제에 딸듯 십흔가. 하나는 용구. 농사엔 힘 안 쓰고 노름에 몸이 달앗다. 시키는 부역도 안 나온다고 동리에서 손두를 마즌 놈이다. 그리고 남의 집 머슴녀석. 뽐을 내이고 멋업시 점잔을 피우는 중늙으니 상투쟁이. 이 물건은 어서 날라왓는지 보도 못하든 놈이다. 체 이것들이 뭘한다구---

응칠이는 기호의 등을 꾹 찍어 가지고 박그로 나왓다.

외딴곳으로 데리고 와서

"자네 돈좀 업겟나?“

하고 돌아스다가

"웬걸 돈이 어디……“

눈치만 남고 어름어름하니

"안해와 갈렷다지, 그돈 다뭐햇나?“

"아 이 사람아 빗갑핫지---“

기호는 눈을 나려깔며 매우 거북한 모양이다.

오른편 엄지로 한코를 막고 흥하고 내뽑드니 "이번 빗에 졸리여 죽을 번햇네"하고 뭇지안흔 발뺌까지 언저서 절대로 등어리를 긁죽 긁죽한다.

그러나 응칠이는 속으로 이놈 하였다.

응칠이는 실눈을 뜨고 기호를 유심히 쏘아주엇드니

"꼭 사원 남엇네“

하고 선뜻 알리고

"빗갑고 뭣하고 흐지부지 녹앗서---“

어색하게도 혼잣말로 우물쭈물 우서 버린다.

응칠이는 퉁명스러히

"나 이원만 최게“

하고 손을 내대다 그러두잘듯지안흐메

"따서 둘이 노늘 테야, 누가 떼먹나---“

하고 소리가 한번 빽아니 나올수업다.

이말에야 기호도 비로소 안심한 듯, 저고리 섭을 처들고 흠처거리다 주뻣주뻣 끄내 놋는다. 따는 응칠이의 솜씨이면 낙짜는 업슬 것이다. 설혹 재간이 모잘라 일는다면 우격이라도 도루 몰아갈게니깐---

"나도 한케 떠보세“

응칠이는 우좌스리 굴로 기어든다. 그 콧등에는 자신 잇는 그리고 흡족한 미소가 떠오른다. 사실이지 노름 만치 그를 행복하게 하는 건 다시업엇다. 슬프다가도 화토나 투전장을 손에 들면 공연스리 어깨가 으쓱어리고 아무리 일이 바뻐도 노름판은 엽에 못 두고 지난다. 그는 이놈 저놈의 눈치를 스을쩍 한번 훌고

"두패루 너느지?“

응칠이는 재성이와 용구를 데리고 한엽으로 비켜안젓다. 그리고 신바람이 나서 화토를 석다가 손을 따악 집프며

"튀전이래지 이깐 화투는 하튼 뭘할텐가 녹빼낀가, 켤텐가?“

"약단이나 그저 보자---“

사방은 매섭게 조용하엿다. 바위 우에서 혹 바람에 모래 구르는 소리뿐이다.

어쩌다

"엣다 봐라“

하고 화토짝이 쩔꺽, 한다. 그리고 다시 쥐 죽은듯 잠잠하다.

그들은 이욕에 몸이 달아서 이야기구 뭐구 할 여지가 업다. 항여 속지나 안는가, 하야 눈들이 빨개서 서루 독을 올린다. 어떤 놈이 뜻는 놈이고 어떤 놈이 뜻기는 놈인지 영문모른다. 응칠이가 한장을 내 던지고 명월 공산을 보기조케 떡 제처노니

"이거 왜 수짜질이야---“

용구가 골을 벌컥 내이며 치어다 본다.

"뭐가?“

"뭐라니, 아 이 공산 자네 밋테서 빼내지 안헛나?“

"봣스면 고만 이지 그럿케 노할건 또 뭔가---" 응칠이는 어설피 입맛을 쩍쩍 다시다

"그럼 이번엔 파토지?“

하고 손의 화토를 땅에 내던지며 껄껄 우서 버린다.

이때 한 엽헤서 별안간

"이자식 죽인다---“

악을 쓰는 것이니 모두들 놀라며 시선을 몬다. 머슴이 마주 안즌 상투의 뺨을 갈겻다. 말인즉 매주 다섯 끗을 업허첫다, 고---

허나 정말은 돈을 일흔 것이 분한 것이다. 이 돈이 무슨 돈이냐 하면 일년 품을 팔은 피무든 사경이다. 이런 돈을 송두리 먹니다---

"이 자식 너는 야마시꾼이지 돈내라“

멱살을 훔켜잡고 다시 두번을 때린다.

"허, 이눔이 왜 이래누, 어른을 몰라보구“

상투는 책상다리를 잡숫고 허리를 쓰윽 펴드니 점잔히 호령한다. 자식벌 되는 놈에게 뺨을 맛는건 말이 좀 덜된다. 약이 올라서 곳 일을 칠 듯이 응뎅이를 번쩍 들엇스나 그러나 그대루 주저아고 말앗다. 악에 바짝 바친 놈을 근드렷다는 결국 이쪽이 손해다. 더럽다는 듯이 허허, 웃고

"버릇업는 놈 다봣고!" 하고 꾸즈진 것은 잘 됏으나 그 여히 어이쿠, 하고 그 자리에 푹 업프러진다. 이마가 터저서 피는 흘럿다. 어느 틈엔가 돌맹이가 나라와 이마의 가죽을 터친 것이다.

응칠이는 싱글러 기며 굴을 나섯다. 공연스리 쑥스럽게 일이나 버러지면 성가신 노릇이다. 그리고 돈백이나 될줄 알앗더니 다 봐야 한 사십원 될가 말가. 그걸 바라고 어느 놈이 안 젓는가---

그가 딴것은 본밋을알라 구원하구 팔십 전이다. 기호에게 오원을 내주고

"자, 반이 넘네, 자네 게집일코 돈일코 호강이겟네“

농담으로 비우서 던지고는 숩으로 설렁설렁 나려온다.

"여보게 자네에게 청이 잇네“

재성이 목이 말라서 바득바득 따라온다. 그청이란 뭇지안허도 알수잇서다. 저에게 돈을 다빼앗기곤 구문이겟지. 시치미를 딱 떼고 나갈길만 것는다.

"여보게 응칠이, 아 내 말을 들어---“

그제서는 팔을 잡아 낙그며 살려 달라 한다. 돈을 좀 느릴까, 하고 벼 열말을 팔아 해보앗다드니 다일엇다고. 당장 먹을게 업서 죽을 지경이니 노름 미천이나 하게 몃푼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벼를 털엇으면 거저 먹을 게지 어쭙지안케 노름은---

"그런걸 왜 너보고 하랏서?“

하고 돌아스며 소리를 뻑 지르다가 가만이 보니 눈에 눈물이 글성하다. 잠잣고 돈 이원을 끄내주엇다.

응칠이는 돌에 안저서 팔장을 끼고 덜덜 떨고잇다.

사방은 뺑---돌리어 나무에 둘러싸엿다. 거무투툭한 그 형상이 헐업시 무슨 독깨비갓다. 바람이 불적마다 쏴--, 하고 쏴--하고 음충맛게 건들거린다. 어느 때에는 짹, 짹, 하고 목을 따는지 비명도 올린다.

그는 가끔 뒤를 돌아보앗다. 별일은 업슬 줄 아나 호욕 뭐가 덤벼들지도 모른다. 소낭당은 바루등뒤다. 쪽제빈지 뭔지, 요동통에 돌이 문허지며 바시락, 바시락, 한다. 그 소리가 묘--하게도 등줄기를 쪼옥 근는다. 어두운 꿈속이다. 하눌에서 이슬은 나리어 옷깃을 추긴다. 공포도 공포려니와 냉기로 하야 좀체로 견딀 수가 업섯다.

산골은 산신까지도 주럿스렷다. 아들 나 달라구 떡 갓다 밧칠이 업슬테니까. 이놈의 영감님 홧김에 덥석 달겨들면. 압뒤를 다시 한번 휘돌아 본 다음 설대를 뽑는다. 그리고 오곰팽이로 불을 가리고는 한대 뻑뻑 피어물엇다. 논은 열아문칸 떨어저 고알에 누엇다. 일심정기를 다하야 나무틈으로 뚤허보고 안젓다. 그러나 땅에 대를 털랴니깐 풀숩히 이상스러히 흔들린다. 뱀, 뱀이 아닌가. 구시월 뱀이라니 물리면 고만이다. 자리를 옴겨안즈며 손으로 입을 마고 하품을 터친다.

아마 두어 시간은 더 넘엇스리라. 이놈이 필연코 올텐데 안 오니 이 또 무슨 조활가. 이즛이란 소문이 나기 전에 한번더 와 보는 것이 원측이다. 잠을 못자서 눈이 뻑뻑한것이 제물에 슬금슬금 감긴다. 이를 악물고 눈을 뒵쓰면 이번에는 허리가 노글 거린다. 속은 쓰리고 골치는 때리고. 불꼿가튼 노기가 불끈 일어서 몸을 옥죄인다. 이놈의 다리를 못꺽꺼놔도 애비업는 홀의 자식이겟다.

닭들이 세홰를 운다. 멀--리 산을 넘어오는 그 음향이 퍽은 서글프다. 큰비를 몰아 드는지 검은 구름이 잔뜩 끼인다. 하긴 지금도 빗방울이 뚝, 뚝 떨어진다.

그때 논둑에서 흐끄무레한 해까비 가튼것이, 얼씬거린다. 정신을 빤짝 채렷다. 영낙업시 성팔이, 재성이, 그둘중의 한놈이리라. 이 고생을 시키는 그놈! 이가 북북 갈리고 어깨가 다 식식어린다. 몸둥이를 잔뜩 우려쥐엇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나무줄기를 끼고 조심조심 돌아나린다. 허나 도랑쯤 나려오다가 그는 멈씰하야 몸을 뒤로 물렷다. 넉대 두놈이 짝을 짓고 이편 산에서 저편 산으로 설렁설렁 건너가는 길이엇다. 비럴멋을 넉대, 이것까지 말성이람. 이마의 식은땀을 씨스며 도루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쩌면 이번 이놈도 재작년 강도 짝이나 안될는지. 급시로 불길한 예감이 뒤통수를 탁 치고 지나간다.

그는 옷깃을 여미며 한대를 더 부첫다. 돌연히 풍세는 심하야진다. 산골작이로 몰아 드는 억센 놈이 가끔 발광이다. 다시금 더르르 몸을 떨엇다. 가을은 왜 이지경인지. 여기에서 밤새울 생각을 하니 기가찻다.

얼마나 되엇는지 몸을 좀녹이고자 일어나서 성서성할 때이엇다. 논으로 다가오는 흐미한 그림자를 분명히 두눈으로 보앗다. 그리고 보니피로구, 한고이구다 딴소리다. 고개를 내대고 딱 버틔고서서 눈에 쌍심지를 올린다.

힌 그림자는 어느틈엔가 어둠 속에 사라저 보이지 안는다. 그리고 다시 나올 줄을 모른다. 바람소리만 왱, 왱, 칠뿐이다. 다시 암흑 속이 된다. 확실히 벼를 훔치러 논 속으로 들어갓슬 것이다. 역갱이가튼 놈이 구즌 날새를 기화삼아 맘껏 하겟지 의리업는 썩은 자식, 격장에서 가치 굶는터이에---오냐 대거리만 잇서라 이를 한번 부윽갈아 붓치고 차츰차츰 논께로 나리온다.

응칠이는 논께로 바특이 나려서서 소나무에 몸을 착 붓첫다. 서뿔리 서둘라 간 낫의 횡액을 입을지도 모른다. 다 훔처가지고 나올 때만 기다린다. 몸둥이는 잔뜩 힘을 올린다. 한 식경쯤 지낫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뚝에 머리만 내노코 사면을 두리번 거리 드니 그제서 기여 나온다. 얼골에는 눈만 내노코 수건인지 뭔지 흔겁이 가리엇다. 봇짐을 등에 질머 메고는 허리를 구붓이 뺑손을 놋는다. 그러자 응칠이가 날쌔게 달겨들며 "이 자식, 남우 벼를 훔처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이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히 놀란 모양이엇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나려조겻다. 어이쿠쿠, 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뻔쩍 띄이어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보앗다. 그러나 너머나 어이가 업엇음인지 시선을 치거드며 그 자리에 우두망철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엇다. 살뚱마즌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드니

"성님까지 이러케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늣기며 울음이 복바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하고 데퉁스러히 내뱃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업서 진다.

형은 너머 꿈속 가태서 멍허니 섯을뿐이다.

그러다 얼마 지나서 한 손으로 그 봇짐을 들어본다. 가쁜 하니 끽 밀 가웃이나 될는지. 이까진걸 요러케까지 해 갈라는 그 심정은 실로 알수업다. 벼를 논에다 도루 털어버렷다. 그리고 안해의 치마이겟지, 검은 보자기를 척척 개서 들엇다. 내걸 내가 먹는다---그야 이를 말이랴, 허나 내걸 내가 훔처야할 그 운명도 얄굿거니와 형을 배반하고 이즛을 버린 아우도 아우이렷다. 에--이 고현놈, 할제 보를 적시는 것은 눈물이다. 그는 주먹으로 눈을 쓱 부비고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잇스니 두레두레한 황소의 눈깔. 시오리를 남쪽 산속으로 들어가면 어느집 벽갓뜰에 밤마다 늘 매여 잇는 투실투실한 그 황소. 아무러케 따지던 칠십 원은 갈데 업스리라. 그는 부리나케 아우의 뒤를 밟앗다.

공동묘지까지 거반 왓슬 때에야 가까스루 만낫다. 아우의 등을 탁치며

"얘, 존수잇다, 네 원대로 돈을 해줄게 나구 잠간 다녀오지.“

씩씩한 어조로 기쁘도록 달랫다. 그러나 아우는 입하나 열라지 안코 그대루 실쭉하엿다. 뿐만 아니라 어깨 우에 올려노은 형의 손을 부질업단듯이 몸으로 털어 버린다. 그리고 삐익다라난다. 이걸 보니 하엄청이나고 기가 콱막히엿다. "이눔아!“

하고 악에 밧치어

"명색이 성이라며?“

대뜸 몽둥이는 들어가 그 볼기짝을 후려갈겻다. 아우는 모루 몸을 꺽드니 시납으로 그러진다. 매미처 압 정갱이를 때렷다. 등을 팻다. 일지 못할만치 매는 나리엇다. 체면을 불구하고 땅에 업드리어 엉엉 울도록 매는 나리엇다.

홧김에 하긴햇으되 그 팔을보니 또한 마음이 편할수 업다. 침을 퇴, 배타 던지곤 팔짜드신 놈이 그저 그러지 별수잇냐. 쓰러진 아우를 일으키어 등에 업고 일어섯다. 언제나 철이 날는지 딱한 일이엇다. 속썩는 한 숨을 후---하고 내뿜는다. 그리고 어청어청 고개를 묵묵히 나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