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태양이 말하되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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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6월 2일 (목) 03:42 판 (새 문서: 아지 못할 새<br> 조그만 태양이 된<br> 나의 마음에<br> 고향은<br> 멀어갈수록 커졌다.<br> 누구 하나<br> 남기고 오지 않았고,<br> 못 잊을<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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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 못할 새
조그만 태양이 된
나의 마음에
고향은
멀어갈수록 커졌다.
누구 하나
남기고 오지 않았고,
못 잊을
꽃 한 포기 없건만
기적이 울고
대륙에 닿은 한 가닥 줄이
최후로 풀어지면,
그만 물새처럼
나는 외로워졌다.
잊어버리었던 고향의
어둔 현실의 무게가
떠오르려는 어린 태양을
바다 속으로 누를 듯
사납다만.
나무 하나 없는
하늘과 바다 사이
구름과 바람을 뚫고
하룻 저녁
너른 수평선 아래로,
아름다이 가라앉는
낙일(落日)이,
나의 가슴에
놀처럼 붉다.
이제는 먼 고향이요!
감당하기 어려운 괴로움으로
나를 내치고,
이내 아픈 신음소리로
나를 부르는
그대의 마음은,
너무나 진망궂은
청년들의 운명이구나!
참아야 할 고난은
나의 용기를 돋우고,
외로움은
나의 용기 위에
또 한 가지 광채를 더했으면……
아아, 나의 대륙아!
그대의 말없는 운명 가운데
나는 우리의 무덤 앞에 설
비석의 글발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