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1935.3.2.~9)

한성대학교 미디어위키
21김민정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6월 15일 (수) 14:53 판 (줄거리)
이동: 둘러보기, 검색


개요

1935년 3월 2일부터 9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발표되었다. 김유정소낙비(1935.1.29.~2.4)가 조선일보사에서 공모한 신춘문예작품 현상모집(1935.1.3)에 1등으로 당선된 이후, 1935년 3월 2일에는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新春文藝) 가작 입선작품으로 제목 앞에 ‘가작 단편소설 기사(其四)’라는 표식을 붙이고 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소개

등장인물

꽁보, 더펄

줄거리

꽁보와 꽁보의 생명의 은인인 더펄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랑하며 살아가는 떠돌이 잠채꾼으로 서로 형제처럼 지내며 금광 노다지를 찾으러 다닌다. 꽁보는 더펄에게 자신의 누이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고 더펄은 흡족해 한다. 어느 날 꽁보와 더펄은 금광이 있는 곳을 찾아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금광에 들어간다. 금광을 다니던 중 꽁보는 금맥을 찾고 곡괭이로 금을 캐기 시작한다. 더펄은 꽁보에게 자신이 금을 캐겠다고 하고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며 꽁보에게 곡괭이를 집어 달라고 한다. 그 꼴이 짜증나고 얄미웠던 꽁보는 가만히 지켜보다 동발(지겟다리)이 무너져 더펄이 그 밑에 깔리자 아까 캤던 금을 가지고 혼자서 도망가 버린다.

특징

「노다지」는 하룻밤 동안이라는 시간적 제약 속에서 모든 인간에게 잠재해 있는 황금에 대한 욕심과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연관지어, 남들의 눈을 피해 금을 캐러 다니는 잠채꾼의 행위와 심리를 추적한다. 이를 통하여 인간 심리의 갈등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금따는 콩밭」·「금」과 더불어 이 작품은 '금광'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김유정 작품 중의 하나로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인간의 탐욕이 집약된 금광은 작품 배경인 전원적 자연환경과 대조를 이루면서 소설의 비극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전문

그믐 칠야 캄캄한 밤이었다. 하늘에 별은 깨알같이 총총 박혔다. 그 덕으로 솔숲 속은 간신히 희미하였다. 험한 산중에도 우중충하고 구석배기 외딴 곳이다. 버석만 하여도 가슴이 덜렁한다. 호랑이, 산골 호생원! 만귀는 잠잠하다. 가을은 이미 늦었다고 냉기는 모질다. 이슬을 품은 가랑잎은 바시락바시락 날아들며 얼굴을축인다. 꽁보는 바랑을 모로 베고 풀위에 꼬부리고 누웠다가 잠깐 깜박하였다. 다시 눈이 뜨였을 적에는 몸서리가 몹시 나온다. 형은 맞은편에 그저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양이다. "성님, 인제 시작해 볼라우!" "아직 멀었네, 좀 춥더라도 참참이 해야지…… ” 어둠 속에서 그 음성만 우렁차게, 그러나 가만히 들릴 뿐이다. 연모를 고치는지 마치 쇠 부딪는 소리와 아울러 부스럭거린다. 꽁보는 다시 옹송그리고 새우잠으로 눈을 감았다. 야기에 옷은 젖어 후줄근하다. 아랫도리가 척 나간 듯이 감촉을 잃고 대고 쑤실 따름이다. 그대로 버뜩 일어나 하품을 하고는 으드들 떨었다. 어디서인지 자박자박 사라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꽁보는 정신이 번쩍 나서 눈을 둥굴린다. "누가 오는게 아뉴?" “바람이겠지,즈들이 설마 알라구!" 신청부같은 그 대답에 적이 맘이 놓인다. 곁에 형만 있으면야 몇 놈쯤 오기로서니 그리 쪼일 게 없다, 적삼의 깃을 여미며 휘돌아보았다. 감때사나운 큰 바위가 반득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삐쮜 솟았다. 그 양 어깨로 자지레한 바위는 뭉글뭉글한 놈이 검은 구름 같다. 그러면 이번에는 꿈인지 호랑인지 영문 모를 그런 험상굿은 대가리가 공중에 불끈 나타나 두리번거린다. 사방은 모두 이따위 산에 둘렸다. 바람은 뻔질나게 구르며 습기와 함께 낙엽을 풍긴다. 을씨년스레 샘물은 노냥 쫄랑쫄랑 금시라도 시커먼 산 중턱에서 호랑이 불이 보일 듯싶다. 꼼짝 못할 함정에 든 듯이 소름이 쭉 돋는다. 꽁보는 너무 서먹서먹하고 허전하여 어깨를 으쪽 을린다. 몹쓸 놈의 산골도 다 많어이. 산골마다 모조리 요지경이람. 이러고 보니 몹시 무서운 기억이 눈앞으로 번쩍 지난다.

바로 작년 이맘때이다. 그날도 오늘과 같이 밤을 도와 잠채를 하러 갔던 것이다. 회양 근방에도 가장 험하다는 마치 이렇게 휘하고 낯선 산골을 기어올랐다. 꽁보에 더펄이, 그리고 또 다른 동무 셋과. 초저녁부터 내리는 보슬비가 웬일인지 그칠 줄을 모른다. 붕, 하고 난데없이 이는 바람에 안기어 비는 낙엽과 함께 몸에 부딪고 또 부딪고 하였다. 모두들 입 벌릴 기력조차 잃고 대고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 넘어을 듯이 덩치 커다란 바위는 머리를 불쑥 내 대고 길을 막고막고 한다. 그놈을 끼고 캄캄한 절벽을 돌고 나니 땀이 등줄기로 쪽 내려 흘렸다. 게다가 언제 호랑이가 내닫는지 알 수 없으매 가슴은 펄쩍 두근거린다. 그러나 하기는, 이제 말이지 용케도 해먹긴하였다. 아무렇든지 다섯 놈이 서른 길이나 넘는 암굴에 들어가서 한 시간도 채 못 되자 감(광석)을 두 포대나 실히 따올렸다마는, 제는 노느매기에 있었다. 어떻게 이놈을 나누면 서로 억울치 않을까. 꽁보는 금점에 남다른 이력이 있느니만치 제가 선뜻 맡았다. 부피를 대중하여 다섯 목에다 차례대로 메지메지 골고루 노났던 것이다. 한데 이런 우스꽝스러운 놈이 또 있을까. 이게 일터면 노눈 건가!" 두운 구석에서 어떤 놈이 이렇게 쥐어박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제딴은 욱기를 보이느라고 가래침을 배앝는다. 그럼." 보는 하 어이없어서 그쪽을 뻔히 바라보았다. 이건 우리가 늘 하는 격식인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게정을 부릴 것이 아니다. 아니,요게 내 거야?" 그럼 누군 감벼락을 맞았단 말인가?" 아니,이 구덩이를 먼저 낸 것이 누군데 그래?" 누구고 새고 알 게 뭐 있나, 금 있으니 땄고,땄으니 노났지!" 알 게 없다? 내가 없어도 느가 왔니? 이 새끼야?" 이런 숭맥 보래,꿀돼지 제 욕심 채기로 너만 먹자는 거야?“ 로 이 말에 자식이 욱하고 들이 덤볐다. 무지한 두 손으로 꽁보의 멱살을 잔뜩 움켜쥐고, 흔들고 지랄을 한다. 꽁보가 체수가 작고 좀팽이라 쳐들고 한창 얕본 모양이다. 비를 맞아 가며 숨이 콕 막히도록 시달리니 꽁보도 화가 안 날 수 없다. 저도 모르게 어느덕 감석을 손에 잡자 놈의 골통을 패뜨렸다 하니까, 이놈이 꼭 황소같이 식, 하더니 꽁보를 피언한돌 위에다 집어 때렸다. 그리고 깔고 앉더니 대뜸 벽채를 들어 곁갈비대를 힉, 하도록 아주 몹시 조졌다. 죽질 않기만 다행이지만 지금도 이게 가끔 도지어 몸을 못 쓰는 것이다. 담에는 오니편 어깨를 된통 맞았다. 정신이 다 아찔하였다. 험하고 깊은 산속이라 그대로 죽여 버릴 작정이 분명하다. 세 번째에는 또 다시 가슴을 겨누고 내려올 제, 인제는 꼬박 죽었구나 하였다. 참으로 지긋지긋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그때 천행이랄까 대문짝처럼 크고 억센 더펄이가 비호같이 날아들었다. 잡은 참 그놈의 허리를 뒤로 두 손에 쥐어들더니 산비탈로 내던져 버렸다. 그놈은 그때 살았는지 죽었는지 이내 모른다. 꽁보는 곧바로 감석과 한꺼번에 더펄이 등에 업히어 마을로 내려왔던 것이다.

현재 꽁보가 갖고 다니는 그 목숨은 더펄이 손에서 명줄을 받은 그때의 끄트머리다. 더펄이를 형이라 불렀고 형우제공을 깍듯이 하는 것도 까닭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 산골도 그 녀석의 산골과 똑 헐없는 흉측스러운 낯짝을 가졌다. 한번 휘돌아 보니 몸서리치던 그 경상이 다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꽁보는 담배를 빡빡 피우며 시름없이 앉았다. “몸 좀 녹여서 인제 시적시적 해볼까?” 더펄이도 추운지 떨리는 몸을 툭툭 털며 일어선다. 시작하도록 연모는 차비가 다 된 모양. 저편으로 가서 훔척훔척하더니 바랑에서 막걸리 병과 돼지 다리를 꺼내 들고 이리로 온다. “그래도 거냉은 해야 할 걸!” 하고 그는 병마개를 이로 뽑더니, “에이, 그냥 먹세, 언제 데워 먹겠나?” “데웁시다.” “글세, 그것도 좋구, 근데 불을 놨다가 들키면 어쩌나?” “저 바위틈에다 가리고 핍시다.” 아우는 일어서서 가랑잎을 긁어모았다. 형은 더듬어 가며 소나무 삭정이를 뚝뚝 꺾어서 한아름 안았다. 병풍과 같이 바위와 바위사이에 틈이 벌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 그들은 불을 놓았다. “커- 그어 맛 좋다이.” 형은 한잔을 쭉 켜고 거나하였다.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