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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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나라로 - 박영희


꿈 속에 잠긴 외로운 잠이

현실(現實)을 떠난 `빛의 고개'를 넘으려 할 때

비에 무너진 잠의 님 없는 집은

가엾이 깊이 깊이 무너지도다.


그리우는 그림자를 잠은 안고서

꽃피는 꿈길을 달아날 때에

바람에 불붙는 잠의 집 속에

`생(生)의 고통(苦痛)'은 붉게 타도다.


흩어진 내 가슴, 무너진 잠의 집은

꿈나라로 달아난 잠을 찾으러

굳게 닫은 꿈성을 두드릴 때에

붉은 비는 쏟아져 꿈길을 막도다.


`빛의 고개를 내게 주소서'

술 흐르는 제단(祭壇)에서 내가 울면서

`꿈의 나라를 내게 주소서'

누른 향기(香氣) 피우면서 내가 빌도다.


잃어버린 꿈나라로 내가 가려고

피 흐르는 진 길을 내가 걸으며

연기(煙氣) 찬 마방(魔房)에 내가 홀릴 때

꿈성을 나는 두드리도다.


꿈나라 수풀 속에 몸을 감초인

반가운 잠을 내가 잡고서

행복(幸福)스런 꿈나라로 걸으려 하나

그리우는 그림자를 잠은 놓치다.


꿈나라 넓은 길을 내가 다니고

우거진 수풀 속에 찾아서 보나

두려운 비 소리만 꿈길에 차다.


회월시초, 조선문화사,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