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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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서곡’이란 말은 어쩐지 불완전한 느낌을 줍니다.

본래 ‘서곡’(overture)이란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가리킵니다. 그 때문에 서곡은 앞으로 전개될 음악에 대한 도입을 의미할 뿐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작품은 아닌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서곡은 그렇게 간단한 음악이 아닙니다.

때때로 서곡은 곡의 도입이자 전체를 가리키기도 했고, 완벽한 구성을 갖춘 독립 기악곡이기도 했으며, 독일에서는 ‘교향곡’이라는 좀 더 진지한 기악곡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독립적 음악으로 사용된 서곡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최초의 서곡은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 서곡입니다. 이 곡은 공연되기에 앞서 연주되는 짧은 팡파르인데, 그 음악을 들어보면 대단히 멋진 공연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워낙 인상적인 음악이라서 종종 DVD 타이틀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하지요. 오페라의 서두에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서곡의 기능에 매우 충실한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르페오] 서곡은 당대에 ‘서곡’이라 불리지 않았습니다. 엉뚱하게도 이 서곡에는 ‘토카타’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토카타’(toccata)란 ‘노래하다’라는 뜻의 ‘칸타타’(cantata)와 대조적으로 ‘연주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음악용어입니다. 대개 기교적이고 빠른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긴 하지만 극적인 작품의 도입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페오]와 같은 초기의 오페라 서곡들은 그 이름이 통일되지 않고, 때로는 ‘토카타’로, 때로는 ‘신포니아’(sinfonia)로, 간혹 ‘서주’(introduzione)로 불리다가 18세기 중반 이후가 되어서야 ‘서곡’(overture)이란 말로 어느 정도 통일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오페라 서곡들은 이름도 다양할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여러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 서곡은 17·18세기 서곡의 대표적인 두 유형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오페라 서곡을 발전시킨 음악가 륄리는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위해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자신의 오페라와 발레의 서두를 위엄 있는 프랑스 풍 서곡으로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절대왕정의 권위를 상징하듯 느리고 위엄 있게 시작하는 프랑스 서곡은 빠르고 정교한 음악으로 이어지고 다시 처음의 권위적인 음악을 마무리되며 프랑스 궁정의 위엄을 보입니다.

독일의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프랑스 오페라 서곡의 장중함에 반했었나 봅니다. 그는 자신의 4개의 [관현악 모음곡]의 서두를 프랑스풍 서곡의 위엄 있는 분위기로 장식하며 귀족적인 느낌을 담아냈습니다. 그 화려하고 장대한 악상은 처음부터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바흐가 그의 관현악 모음곡 전체를 단지 ‘서곡’(overture)이라 부른 것도 각 모음곡의 서두를 장식하는 ‘서곡’이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가장 길고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본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은 장대한 서곡으로 시작해 여러 춤곡들이 뒤따라 나오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지만, 바흐는 ‘서곡’을 모음곡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함으로써 서곡이 매우 중요하고 독립적인 음악 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교향곡 발전에 기여한 서곡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 역시 교향곡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 독일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은 그 길이가 짧긴 하지만 템포와 성격에 따라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빠른 첫 부분과 느리고 서정적인 중간 부분, 그리고 빠르고 활기찬 마지막 부분이 바로 그것이지요. 서곡의 각 부분은 결국 교향곡의 1, 2, 3악장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8세기까지 중반까지만 해도 이리아 오페라 서곡이나 교향곡은 모두 이탈리아어로는 ‘신포니아’(sinfonia)라 불렀고 사실상 같은 음악이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초기 교향곡들은 그가 작곡한 이탈리아 풍 오페라 서곡이기도 하고,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아들 요한 크리스찬 바흐의 교향곡 작품18-2가 자작 오페라 [루치오 실라]의 서곡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베토벤 이후 교향곡으로서의 ‘신포니아’와 오페라 서곡으로서의 ‘신포니아’가 점차 구별되기 시작했습니다. 오페라 서곡에는 ‘오버추어’(overture)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됐고 교향곡은 ‘신포니아’나 혹은 ‘심포니’라 불리게 된 것이지요.

이 시기 베토벤은 교향곡뿐 아니라 오페라 서곡에도 음악적인 중요성을 부여하며 대가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베토벤이 그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위해 작곡한 네 곡의 서곡 중 하나인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은 오페라 공연을 위한 서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내적인 완결성이 높은 독립적인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소나타형식에 의한 엄격한 구성과 극적인 전개가 이상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음악을 듣는 동안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의 신호나팔 소리와 현악기들의 불꽃 튀듯 화려한 연주, 그리고 전체 오케스트라가 환희에 찬 소리를 들려주는 결말은 매우 극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굳이 오페라를 보지 않더라도 이 서곡만으로도 충분한 감흥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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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서곡 -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