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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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개 및 해설

지훈문학관 홈페이지로 시를 확인 가능합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풀잎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풀잎과 같은 연약한 존재이면서 한편으로는 이 넓은 세상 안에 태어나 조그만 바람결에도 흔들리고 번뇌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교류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풀잎의 모습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시인 소개

이름:조지훈(趙芝薰), 본명은 조동탁(趙東卓)

1920년 경상북도 영양 출생으로 시인이자 학자, 교육가이다. 1939년 『문장』에 시 「고풍의상」과 「승무」, 1940년에 「봉황수」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해방 후 성북동에 한옥을 마련하여 ‘방우산장’이라는 당호를 붙이고, 근처에 살고 있던 김기창, 김환기, 윤이상 등과 교류했다. 그는 방우산장에서 박목월, 박두진과 모여 의견을 나누며 『청록집』을 간행하였는데 이 책의 장정은 김용준이 맡았다. 그의 작품은 민족정서와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활동 후기에는 혼란한 현실 정치를 비판하며 『지조론』(1962)과 같은 산문집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명시를 많이 남긴 조지훈의 시는 주로 자연, 무속, 선을 소재로 한 민족다운 색채가 짙고 불교 세계를 향한 관심은 종교의식을 일깨워 작품에 반영되었다. 박목월과 박두진을 비롯한 다른 청록파 시인이 후에 시 세계를 근본으로 변혁했는데 조지훈은 초기 자연과 친화한 시 세계를 꽤 많이 유지하였다.

시와 관련된 이야기

시인은 집에서 시내로 나갈 때 성북동에서 혜화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난 길을 이용해야 했는데 성터가 남아있던 그 길을 오가며 시상을 떠올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성터'와 '바위'는 모두 오랜 시간이 담긴 사물이다. 이에 반해 '풀잎'과 '나'는 약한 바람에도 영향을 받는 물리적으로 연약한 대상이면서 동시에 다음 구절에서 등장하는 '태초의 생명'과 '한떨기 영혼'을 내면에 담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시의 평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잎을 새롭게 조명하여 생명의 신비감을 노래한 작품이다. 풀잎이란 단순히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우주적 존재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풀잎과도 같이 조그만 고통에도 동요하고 번뇌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 아닌가. 이렇게 시인은 풀잎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자신과 자연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화자가 자신의 반성적 타자(他者)로 설정한 풀잎을 통해 주어진 운명대로 한 자리에 붙박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는' 여유로움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지친 영혼을 내맡기는 삶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