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한성대학교 미디어위키
송지선(1611138)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6월 28일 (일) 02:54 판 (작품연구)
이동: 둘러보기, 검색




작품 소개

줄거리

작가의 말

『장길산』을 출판한 것이 1984년의 일이고 『무기의 그늘』이 나온 때가 1857년이었지만 사실은 그 작품을 드문드문 쓰기 시작한 게 이미 칠십년대 초반의 일이고 겨우 끝마무리만 해놓은 것도 팔십년대 초반이었다. 따져보면 이번의 『오래된 정원』을 쓰기까지 거의 십오년 동안을 딴짓으로 세월을 보낸 셈이다. 감옥에 있을 때 후배들이 찾아와 요즈음 젊은이들은 이미 선생의 이름을 잊었거나 이름도 모르더라고 했을 적에도 나는 별로 초조하다거나 섭섭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세상에 나온 뒤에도 혹자는 황아무개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를 염려하더란 소문도 들렸고 사실 어느 기자는 인터뷰를 하면서 내게 묻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예전보다 훨씬 담담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마치 쥐고 있는 패가 신통치 않은데도 새벽까지는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느긋해하는 노름꾼처럼 말이다. 하여튼 뭔가 빛나는 물건을 만들어보려고 애달캐달하던 조급증이 가셨다. 전처럼 감정을 아낀 문장을 갈고 다듬기보다는 그냥 수수하게 마음을 열자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 들어서야 평상심으로 글을 대하게 된 것만 같다. 군사독재 시절에 고향도 아니면서 전라도에 내려갔다가 수많은 인연도 생겼고 광주에서의 유혈은 내내 짐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복받은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운나쁜 일이기도 했다. 작가로서는 겪을만한 일이었겠지만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자기 그릇에 넘치는 일도 감당을 해야만 했다. 이제 나의 반생을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인 듯한 생각이 든다. 곡절 많은 세월이었지만 나는 글을 쓰든 쓰지 않든 ‘문학을’ 오롯이 살아냈다. 어쨌든 죽는 날까지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온몸으로 사는 것이다. 나의 산전수전은 작가로서의 마음바탕이 되었으리라.

이 작품은 베를린 망명시절, 작곡가 윤이상 선생 댁에서 떠올랐던 구상이 기초가 되었다. 그때에는 아직 장벽이 무너지기 전이었고 아마도 그해 여름이었을 것이다. 나는 저녁을 먹고 나서 선생과 함께 거실에서 사모님이 깎아주는 과일을 들고 있었는데 그가 내게 말했다. 저것 좀 보아, 어떤 때에는 고향집에 돌아온 것 같아.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문 대신 중국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주렴이 드리워져 있었다. 색색가지의 작은 구슬을 엮어 먼데서 보면 수양버들과 강물과 나룻배가 떠 있는 그림이 비쳤는데 그것이 바람에 잔잔히 흔들릴 때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가구점에 갔다가 동양풍이라 얼른 사왔다고 한다. 선생은 그렇게 망향의 마음을 드러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곳은 또한 현재 실재하는 남쪽 바다와 통영이 아니었다. 그는 영원히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우리네 민요 성주풀이에 보면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아’하는 첫구절이 나오지만 그의 관현악 조곡 「뤄양」은 이 낙양의 중국 원어 발음이다. 아시아와 인도와 아프리카의 타악기를 동원한 이 음악은 대단히 명상적이고 적막감이 드는 곡인데 내가 그에게 왜 낙양인가를 물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전쟁의 폭력과 굶주림과 억압의 공포가 없던 태곳적 평화로운 아시아 저편을 그리면서 곡을 썼다고 했다. 한 사람의 디아스포라로서 그의 고향은 바로 그곳이었던 셈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구 사회주의가 일제히 몰락했을 때 나는 이십세기가 끝나는 현장을 보면서 이러한 이행기를 냉전과 분단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로서뿐만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삶을 통하여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1993년에 귀국하자마자 구치소에 있던 무렵 운동시간에 나가 하염없이 시멘트 담벽 안의 비좁은 공간을 맴돌면서 문득 무릉도원 이야기와 샹그릴라 전설이며 하는 것들을 생각하던 중 ‘오래된 정원’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세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섬인 유토피아까지도. 그러나 나와 내 벗들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우리가 겪은 일들을 미래나 예견에 사로잡힌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현실 변화를 끌어내오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으로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제는 시대나 역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 물결 속에 휩쓸리며 헤엄쳐가던 하찮고 갸날픈 개인의 나날을 통해서 세계를 보아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말투로 얘기하자면[1] 『오래된 정원』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추구한 세대의 초상이 될 것이다.

새로운 세기에 지난 세기의 암울한 고통과 상실과 좌절을 되새기면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아직도 희망은 있는 것일까? 질문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언제나 다시 출발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나의 벗들에게도, 오늘 우리 같이 가자고 오랜만의 인사를 전하면서.


─2000년 4월, 덕산(德山)에서 황석영

작품해설

작품연구

수상

  • 2000년 제12회 이산문학상 수상작
  • 2000년 제14회 단재상 수상작

작품평

 군사독재권력과 민족민주운동 간의 피어린 대결이 숨막히게 진행된 저 80년대,
그리고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승리라는 휘황한 조명 속에 꿈도 열정도 덧없이 사위어버린 듯한 이 90년대……
그 자신 누구보다 치열하게 이 시대를 헤쳐온 작가 황석영은 다양한 기법과 섬세한 문체로 지난 20년간의 문학적 연대기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북한방문과 해외망명 등을 통해 더욱 넓어진 시야와 옥중생활 동안 예민하게 다듬어진 감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색적 깊이가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이 『오래된 정원』은 딱딱한 사실주의 소설인 것은 아니다.
헌신적인 활동가들의 정서의 심층에 잠재된 연애감정의 음영을 이처럼 절묘하게 포착한 작품도 찾기 힘들 것이며, 계절과 시각에 따른 자연풍광의 미묘한 변화를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랜만에 우리는 문학다운 문학의 맛과 감동에 깊이 매혹된다.


─염무웅(문학평론가, 영남대교수)

2차 저작물

오래된 정원(영화)

중앙

오래된 정원 The Old Garden


현재…17년을 훌쩍 뛰어넘은 낯선 서울

80년대 군부독재에 반대하다가 젊음을 온통 감옥에서 보낸 현우(지진희 분). 17년이 지난 눈 내리는 어느 겨울, 교도소를 나선다. 변해 버린 가족과 서울풍경, 핸드폰이란 물건까지, 모든 것이 그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단 한 사람, 감옥에 있던 17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지갑 속 사진의 얼굴만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잊을 수 없는 그 얼굴, 바로 한윤희(염정아 분)다. 며칠 후, 현우의 어머니는 그에게 한윤희의 편지를 건넨다. “소식 들었니? 한선생, 죽었어.”

과거…그냥 그대로 머물고 싶은 6개월간의 행복, 갈뫼

1980년, 도피생활을 하던 현우는 그를 숨겨줄 사람으로 한윤희를 소개받는다. 윤희는 첫눈에 봐도 당차고 씩씩하다. 자신은 운동권이 아니라고 미리 선언하지만, 사회주의자라는 현우의 말에 “아… 그러세요? 어서 씻기나 하세요, 사회주의자 아저씨!” 라며 웃는다. 현우는 그런 윤희와의 갈뫼에서의 생활에,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한 평화로움을 느낀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후, 동료들이 모두 붙잡혔다는 서울 소식에 갈등하던 현우는 갈뫼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윤희는 그를 잡고 싶지만 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지고 17년이 흐른다.

다시 현재…그는 그들의 오래된 정원을 찾을 수 있을까?

윤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갈뫼를 다시 찾은 현우. 그는 윤희가 그에게 남긴 일기와 그림을 찾으며 17년 전의 과거로 빠져든다. 과연, 그는 그곳에서 그토록 꿈꾸었던 그들의 오래된 정원을 찾을 수 있을까?


세부 사항

  • 장르: 로맨스/멜로/드라마
  • 국가: 한국
  • 개봉일: 2007.01.04
  • 시간: 112분
  • 제한: 12세이상관람가


  • 감독: 임상수
  • 제작: MBC 프로덕션
  • 각색: 임상수
  • 원작: 황석영
  • 주연: 지진희, 염정아
  • 음악: 김홍집
  • 촬영: 김우형
  • 편집: 이은수
  • 배급사: 롯데쇼핑(주)롯데시네마


수상

  • 부산영평상 감독상-임상수
  •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여자배우상-염정아


연결고리

RDF 및 온톨로지

RDF

네트워크 그래프

참고자료

출처

  1. 소설의 앞뒤에 인용된 시는 각각 브레히트의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작성자 및 기여자

인문정보콘텐츠(2020) 강의의 일환으로 송지선(1611138)이 2020년 6월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