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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남아있는 햇빛 하나가
 
끝까지 남아있는 햇빛 하나가
  
어딜까 어딜까 도시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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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까 어딜까 도시를 끌고 간다.
  
  

2020년 6월 21일 (일) 19:04 판

소개

 허무집.png
 강은교 시인의 첫 시집으로, 1971년에 70년대 동인회에서 300부 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1968년, '사상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2,3년간 집중적으로 시를 써서 첫 시집을 상재한다. 임정남, 정희성, 윤후명, 강은교 등이 참여한 시집으로써,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뽑히는 '자전' 연작시를 비롯한 초기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내용

 제목부터 "허무집"이듯 이 시집은 존재론적 고독과 허무를 집중적인 주제로 삼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허무의 시인'이라고 명명하게 되는 첫 출발점을 이룬다. 그의 초기 시편들을 두고 허무와 고독이 깊이 침윤된 존재 탐구의 세계로 해석하는 관행은 이 시집으로부터 발원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그 서문에서 "내 서투른 허무의 말들을" 읽어 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만큼 그는 이 시집에서 "허무"라는 개념에 풍부하고도 개성적인 시적 상상력을 부여하였고, 나아가 '고독'이나 '사랑'에 대해서도 신선하고 충격적인 시적 재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래서 이 시집은 허무와 생명 의식을 통해 삶의 근원적 존재 원리를 탐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작고 하찮은 사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태면 강은교 초기시를 설명하는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허무의 사물과 삶에 대한 인식이 심화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로 뇌종양 병고에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대표작 소개

자전

  • 자전

날이 저문다

먼 곳에서 빈 뜰이 넘어진다

무한천공 바람 겹겹이

사람은 혼자 펄럭이고

조금씩 파도치는 거리의 집들

끝까지 남아있는 햇빛 하나가

어딜까 어딜까 도시를 끌고 간다.


날이 저문다

날마다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여자들은 떨어져 쌓인다

잠 속에서도 빨리빨리 걸으며

침상 밖으로 흩어지는

모래는 끝없고

한 겹씩 벗겨지는 생사의

저 캄캄한 수세기를 향하여

아무도 자기의 살을 감출 수는 없다.


집이 흐느낀다

날이 저문다

바람에 같혀

일평생이 낙과처럼 흔들린다

높은 지붕마다 남몰래 하늘의 넓은 시계 소리를 걸어놓으며

광야에 쌓이는

아, 아름다운 모래의 여자들

부서지면서 우리는 가장 긴 그림자를 뒤에 남겼다.


자전 설명

참고 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