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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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 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 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