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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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노래 - 이상화


밤새도록 하늘의 꽃밭이 세상으로 옵시사 비는 입에서나,

날삯에 팔려 과년해진 몸을 모시는 흙마루에서나,

앓는 이의 조으는 숨결에서나, 다시는

모든 것을 시들프게 아는 늙은 마음 위에서나,

어디서, 언제일는지,

사람의 가슴에 뛰놀던 가락이 너무나 고달파지면,

‘목숨은 가엾은 부림군이라’ 곱게도 살찌게 쓰담아주려,

입으론 하품이 흐르더니 ─ 이는 신령의 풍류이어라.

몸에선 기지개가 켜이더니 ─ 이는 신령의 춤이어라.

이 풍류의 소리가 네 입에서 사라지기 전,

이 춤의 발자국이 네 몸에서 떠나기 전,


(그때는 가벼운 옴자리를 긁음보다도, 밤마다 꿈만 꾸던 두 입술이 비로소 맞붙는 그때일러라.)


그때의 네 눈엔 간악한 것이 없고, 죄로운 생각은 네 맘을 밟지 못하도다.

아, 만입을 내가 가진 듯, 거룩한 이 동안을 나는 기리노라.

때마다 흘겨 보고 꿈에도 싸우던 넋과 몸이 어울어지는 때다.

나는 무덤 속에 가서도 이같이 거룩한 때에 살고자 하려노라.


내가 앎이 적은가 모름이 많은가,

내가 너무 어리석은가 슬기로운가.


아무래도 내 하고저움은 미친 짓뿐이라

남의 꿀듣는 집을 무늘지 나도 모른다.


사람아, 미친 내 뒤를 따라만 오너라.

나는 미친 흥에 겨워 죽음도 뵈 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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