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읍울(悒o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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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읍울(悒o鬱) - 이상화


─ 어촌 애경(哀景)


방랑성을 품은 에메랄드 널판의 바다가 말없이 대였음이

뫼 머리에서 늦여름의 한낮 숲을 보는 듯 ─ 조으는 얼굴일러라.

짜증나게도 늘어진 봄날 ─ 오후의 하늘이야 희기도 하여라.

게선 이따금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어린애 숨결이 날려 오도다.

사선(斜線) 언덕 위로 쭈그리고 앉은 두어 집 울타리마다

걸어 둔 그물에 틈틈이 끼인 조개 껍질은 머어ㄹ리서 웃는 이빨일러라.

마을 앞으로 엎디어 있는 모래 길에는 아무도 없고나.

지난밤 밤 낚기에 나른하여 ─ 낮잠의 단술을 마심인가 보다.

다만 두서넛 젊은 아낙네들이 붉은 치마 입은 허리에 광주리를 달고

바다의 꿈 같은 미역을 거두며 여울목에서 여울목으로 건너만 간다.

잠결에 듣는 뻐꾸기의 부드럽고도 구슬픈 울음 소리에

늙은 삽사리 목을 뻗고 살피다간 다시 눈감고 조을더라.

나의 가슴엔 갈매기 떼와 함께 수평선 밖으로 넘어가는 마음과

넋 잃은 시선 ─ 어느 것 보이지도 보려도 않는 물 같은 생각의 구름만 쌓일 뿐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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