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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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및 소개

<지주회시(鼅鼄會豕)>는 이상이 『중앙』1936년 6월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카페 여급인 아내와 무능력한 남편의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지주’란 거미를 의미하며 원래 ‘지주(蜘蛛)’로 표기해도 될 것을 이상은 굳이 ‘지주(鼅鼄)’로 표기한다. 그것은 일종의 현학 취미라기보다는 낯설게 하기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문장 표기상에 있어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회시(會豕)’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거미와 돼지가 만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소설 속에서는 ‘오’군이 돼지 같은 존재로 묘사되며, ‘나’의 아내는 거미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오’군과 ‘나’의 아내, 그리고 마유미 사이에 벌어지는 희극적인 삶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김윤식은 이런 피상적인 의미 외에 삐쩍 마른 ‘나’와 아내, 양돼지 같이 뚱뚱한 주인과 ‘오’군 사이에 얼키고 설킨 여러 이야기들을 꿰뚫는 기본선을 ‘층계에서 굴러떨어짐’이라는 이미지에서 찾는다. 요컨대 층계에서 굴러 떨어진다는 것은, 김윤식의 견해에 의하면 ‘지주회시’의 ‘시(豕)’자가 ‘축(豖)’자와 관련되며, 이는 ‘발 얽은 돼지걸음’이라는 의미를 띤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표제를 중시하는 경우, ‘거미가 발 얽은 돼지걸음을 걷는다’라는 의미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전문

1

그날밤에그의아내가층계에서굴러떨어지고―--- 공연히내일일을글탄말라고 어느눈치빠른어른이 타일러놓셨다. 옳고말고다. 그는하루치씩만잔뜩산〔生〕다. 이런복음에곱신히그는 벙어리(속지말라)처럼말〔言〕이없다. 잔뜩산다. 아내에게무엇을물어보리요? 그러니까아내는대답할일이생기지않고 따라서부부는식물처럼조용하다. 그러나식물은아니다. 아닐뿐아니라여간동물이아니다. 그래서그런지그는이귤궤짝만한방안에무슨연줄로언제부터이렇게있게되었는지도무지기억에없다. 오늘다음에오늘이있는것. 내일조금전에오늘이있는것. 이런것은영따지지않기로하고 그저 얼마든지 오늘 오늘 오늘 오늘 하릴없이눈가린마차말의동강난視야다. 눈을뜬다. 이번에는생시가보인다. 꿈에는생시를꿈꾸고생시에는꿈을꿈꾸고 어느것이나재미있다. 오후네시. 옮겨앉은아침―---여기가아침이냐. 날마다다. 그러나물론그는한번씩한번씩이다. (어떤巨大한母체가나를여기다갖다버렸나)―--- 그저한없이게으른것―---사람노릇을하는체대체어디얼마나기껏게으를수있나좀해보자―---게으르자―---그저한없이게으르자―---시끄러워도그저모른체하고게으르기만하면다된다. 살고게으르고죽고―---가로대사는것이라면떡먹기다. 오후네시. 다른시간은다어디갔나. 대수냐. 하루가한시간도없는것이라기로서니무슨성화가생기나.또 거미. 아내는꼭거미. 라고그는믿는다. 저것이어서도로환투[1]를하여서거미형상을나타내었으면―---그러나거미를총으로쏘아죽였다는이야기는들은일이없다. 보통발로밟아죽이는데 신발신기커녕일어나기도싫다. 그러니까마찬가지다. 이방에 그외에또생각하여보면―---맥이뼈를디디는것이빤히보이고, 요밖으로내어놓는팔뚝이밴댕이처럼꼬스르하다―---이방이그냥거민게다. 그는거미속에가넓적하게드러누워있는게다. 거미냄새다. 이후덥지근한냄새는 아하 거미냄새다. 이방안이거미노릇을하느라고풍기는흉악한냄새에틀림없다. 그래도그는아내가거미인것을잘알고있다. 가만둔다. 그리고기껏게을러서아내―---人거미―---로하여금육체의자리―---(或, 틈)를주지않게한다.방밖에서아내는부시럭거린다. 내일아침보다는너무이르고그렇다고오늘아침보다는너무늦은아침밥을짓는다. 예이덧문을닫는다. (敏활하게)방안에색종이로바른반닫이가없어진다. 반닫이는참보기싫다. 대체세간이싫다. 세간은어떻게하라는것인가. 왜오늘은있나. 오늘이있어서 반닫이를보아야되느냐. 어둬졌다. 계속하여게으른다.오늘과반닫이가없어져라고. 그러나아내는깜짝놀란다. 덧문을닫는―---남편―---잠이나자는남편이덧문을닫았더니생각이많다. 오줌이마려운가―---가려운가―---아니저인물이왜잠을깨었나. 참신통한일은―---어쩌다가저렇게사〔生〕는지사는것이신통한일이라면또생각하여보면자는것은더신통한일이다. 어떻게저렇게자나? 저렇게도많이자나? 모든일이稀한한일이었다. 남편. 어디서부터어디까지가부부람―---남편―---아내가아니라도그만아내이고마는고야. 그러나남편은아내에게무엇을하였느냐―---담벼락이라고외풍이나가려주었더냐. 아내는생각하다보니까참무섭다는듯이―---또정말이지무서웠겠지만―---이닫은덧문을얼른열고 늘들어도처음듣는것같 은목소리로어디말을건네본다. 여보―---오늘은크리스마스요―---봄날같이따뜻(이것이원체틀린禍근이다)하니 수염좀깎소.도무지그의머리에서 그 거미의어렵디어려운발들이사라지지않는데 들은 크리스마스라는한마디말은참서늘하다. 그가어쩌다가그의아내와부부가되어버렸나. 아내가그를따라온것은사실이지만 왜따라왔나아니다. 와서왜가지않았나―---그것은분명하다. 왜가지않았나 이것이분명하였을때―---그들이부부노릇을한지 일년반쯤된때―---아내는갔다. 그는아내가왜갔나를알수없었다. 그까닭에도저히아내를찾을길이없었다. 그런데아내는왔다. 그는왜왔는지알았다. 지금그는아내가왜안가는지를알고있다. 이것은분명히왜갔는지모르게아내가가버릴징조에틀림없다. 즉 경험에의하면그렇다. 그는그렇다고왜안가는지를일부러몰라버릴수도없다. 그냥 아내가설사또간다고하더라도왜안오는지를잘알고있는그에게로불쑥돌아와주었으면하고바라기나한다.수염을깎고 첩첩이닫아버린번지에서나섰다. 딴은크리스마스가봄날같이따뜻하였다. 태양이그동안에퍽자란가도싶었다. 눈이부시고―---또몸이까칫까칫도하고―---땅은힘이들고두꺼운벽이더덕더덕붙은빌딩들을쳐다보는것은보는것만으로도넉넉히숨이차다. 아내흰양말이고동색털양말로변한것―---계절은방속에서묵는그에게겨우제목만을전하였다. 겨울―---가을이가기도전에내닥친겨울에서 처음으로인사비슷이기침을하였다. 봄날같이따뜻한겨울날―---필시이런날이세상에흔히있는공일날이나아닌지―---그러나바람은뺨에도콧방울에도차다. 저렇게바쁘게씨근거리는 사람 무거운통 짐 구두 사냥개 야단치는소리 안열린들창 모든것이 견딜수없이답답하다. 숨이막힌다. 어디로가볼까. (A取引店)[2] (생각나는명함) (吳군)[3] (자랑마라) (二十四日날월급이든가) 동행이라도있는듯이그는팔짱을내저으며싹둑싹둑썰어붙인것같이얄팍한A취인점담벼락을뺑뺑싸고돌다가 이속에는무엇이있나. 공기? 사나운공기리라. 살을저미는―---과연보통공기가아니었다. 눈에핏줄―---새빨갛게달은전화―---그의허섭수룩한몸은금시에타죽을것같았다. 吳는어느회전의자에병마개모양으로명쳐있었다. 꿈과같은일이다. 吳는장부를뒤져 주소씨명을차곡차곡써내려가면서미남자인채로생동생동(살고)있었다. 調査部라는패가붙은방하나를독차지하고 방사벽에다가는빈틈없이方眼지에그린그림아닌그림을발라놓았다. “저런걸많이연구하면대강은짐작이나서렷다” “도통하면돈이돈같지않아지느니” “돈같지않으면그럼方眼지같은가” “方眼지” “그래도통은” “흐흠―---나는도로그림이그리고싶어지데” 그러나吳는야위지않고는배기기어려웠던가싶다. 술―---그럼 색? 吳는완전히吳자신을활활열어젖혀놓은모양이었다. 흡사 그가 吳앞에서나세상앞에서나그자신을첩첩이닫고있듯이. 오냐 왜그러니 나는거미다. 연필처럼야위어가는것―---피가지나가지않는혈관―---생각하지않고도없어지지않는머리―---칵막힌머리―---코없는생각―---거미거미속에서 안나오는것―---내다보지않는것―---취하는것―---정신없는것―---방―---버선처럼생긴房이었다. 아내였다. 거미라는탓이었다.吳는주소씨명을멈추고그에게담배를내밀었다. 그러자연기를가르면서문이열렸다.(퇴사시간)뚱뚱한사람이말처럼달려들었다. 뚱뚱한신사는吳와깨끗하게인사를한다.가느다란몸집을한吳는굵은목소리를굵은몸집을한신사는가느다란목소리로주고받고하는신선한회화다. “사장께서는나가셨나요” “네―참이백명이좀넘는데요” “넉넉합니다먼저오시겠지요” “한시간쯤미리가지요” “에―또에―또 에또 에또 그럼그렇게알고” “가시겠습니까”툭탁하고나더니뚱뚱한신사는곁에앉은그를흘깃보고 고개를돌리고그지나갈듯하다가다시흘깃본다. 그는―---내인사를하면어떻게되더라? 하고망싯망싯하다가그만얼떨결에꾸뻑인사를하여버렸다. 이무슨염치없는짓인가. 뚱뚱신사는인사를받더니받아가지고는그냥싱긋웃듯이나가버렸다. 이무슨모욕인가. 그의귀에는뚱뚱신사가대체누군가를생각해보는동안에도“어떠십니까”는그뚱뚱신사의손가락질같은말한마디가남아서웽웽한다.어떠냐니무엇이어떠냐누―---아니그게누군가―---옳아옳아. 뚱뚱신사는바로그의아내가다니고있는카페R회관주인이었다. 아내가또온건 서너달전이다. 와서그를먹여살리겠다는것이었다. 빚‘百圓’을얻어쓸때그는아내를앞세우고뚱뚱이보는데타원형도장을찍었다. 그때 유카다[4]입고내려다보던눈에서느낀굴욕을오늘이라고잊었을까. 그러나 그는 이게누군지도채생각나기전에어언간이뚱뚱이에게고개를수그리지않았나. 지금. 지금. 골수에스미고말았나보다. 칙칙한근성이―---모르고그랬다고하면말이될까? 더럽구나. 무슨구실로변명하여야되나. 에잇! 에잇! 아무것도차라리억울해하지말자―---이렇게맹세하자. 그러나그의뺨이화끈화끈달았다. 눈물이새금새금맺혀들어왔다. 거미―---분명히그자신이거미였다. 물부리처럼야위어들어가는아내를빨아먹는거미가 너 자신인것을깨달아라. 내가거미다. 비린내나는입이다.아니 아내는그럼그에게서아무것도안빨아먹느냐. 보렴―---이파랗게질린수염자국―---퀭한눈―---늘씬하게만연되나마나하는형용없는營養을―---보아라. 아내가거미다. 거미아닐수있으랴. 거미와거미거미와거미냐. 서로빨아먹느냐. 어디로가나. 마주야위는까닭은무엇인가. 어느날아침에나뼈가가죽을찢고내밀리려는지―---그손바닥만한아내의이마에는땀이흐른다. 아내의이마에손을얹고 그래도여전히그는 잔인하게 아내를밟았다. 밟히는아내는삼경이면쥐소리를지르며찌그러지곤한다. 내일아침에펴지는염낭처럼. 그러나아주까리같은사치한꽃이핀다. 방은밤마다홍수가나고 이튿날이면쓰레기가한삼태기씩이나났고―---아내는이묵직한쓰레기를담아가지고늦은아침―---오후네시―---뜰로내려가서그도代理하여두사람치의해를보고들어온다. 금긋듯이아내는작아들어갔다. 쇠와같이독한꽃―---독한거미―---문을닫자. 생명에뚜껑을덮었고 사람과사람이사귀는버릇을닫았고그자신을닫았다. 온갖벗에서―---온갖관계에서―---온갖희망에서―---온갖慾에서―---그리고온갖욕에서―---다만방안에서만그는활발하게발광할수있었다. 미역핥듯핥을수도있었다. 전등은그런숨결때문에곧잘꺼졌다. 밤마다이방은고달팠고 뒤집어엎었고 방안은기어병들어가면서도빠득빠득버티고있다. 방안은쓰러진다. 밖에와있는세상―---암만기다려도그는나가지않는다. 손바닥만한유리를통하여 꿋꿋이걸어가는세월을볼수있을따름이었다. 그러나밤이그유리조각마저도얼른얼른닫아주었다. 안된다고.그러자吳는그의무색해하는것을볼수없다는듯이들창셔터를내렸다. 자 나가세. 그는여기서나가지않고그냥그의방으로돌아가고싶었다. (六원짜리셋방) (방밖에없는방) (편한방) 그럴수는없나. “그뚱뚱이어떻게아나” “그저알지” “그저라니” “그저” “친헌가” “천만에―---대체그게누군가” “그거―---그건가부꾼[5]이지―---우리취인점허구는 돈만원거래나있지” “흠” “개천에서龍이나려니까” “흠”R카페는뚱뚱의부업인모양이었다. 내일밤은A취인점이고객을초대하는망년회가R카페삼층홀에서열릴터이고吳는그준비를맡았단다. 이따가느지막해서 吳는R회관에좀들른단다. 그들은찻점에서우선홍차를마셨다. 크리스마스트리곁에서축음기가깨끗이울렸다. 두루마기처럼기다란털외투―---기름바른머리―---금시계―---보석박힌넥타이핀―---이런모든吳의차림차림이한없이그의눈에거슬렸다. 어쩌다가저지경이되었을까. 아니내야말로어쩌다가이모양이되었을까. (돈이있다)사람을속였단다. 다털어먹은후에는볼품좋게여비를주어서쫓는것이었다. 三十까지百萬원. 주체할수없이달라붙는계집. 자네도공연히꾸물꾸물하지말고 청춘을이렇게대우하라는것이었다. (거침없는吳이야기) 어쩌다가아니―---어쩌다가나는이렇게훨씬물러앉고말았나를알수가없었다. 다만모든이런吳의저속한큰소리가맹탕거짓말같기도하였으나 또아니부러워할래야아니부러워할수없는 형언안되는것이확실히있는것도같았다.지난봄에吳는인천에있었다. 십년―---그들의깨끗한우정이꿈과같은그들의소년시대를그냥아름다운것으로남기게하였다. 아직싹트지않은이른봄 健강이없는그는吳와사직공원산기슭을같이걸으며 吳가긴히이야기해야겠다는이야기를듣고있었다. 너무나뜻밖의일은―---吳의아버지는백만의가산을날리고마지막경매가완전히끝난것이바로엊그제라는―---여러형제가운데이吳에게만단한줄기촉망을두는늙은期米[6]호걸의애끊는글을吳는속주머니에서꺼내보이고―---저버릴수없는마음이―---吳는운다―---우리일생의일로정하고있던畵필을요만일에버리지않으면안되겠느냐는―---전에도후에도한번밖에없는吳의淙淙한[7]고백이었다. 그때그는봄과함께健강이오기만눈이빠지게고대하던차―---그도속으로畵필을던진지오래였고―---묵묵히멀지않아쪼개질축축한지면을굽어보았을뿐이었다. 그리고뒤미처태풍이왔다. 오너라―---내생활을좀보아라―---이런吳의부름을빙그레웃으며 그는인천의吳를들렀다. 四四―---벅적대는해안통―---K취인점사무실―---어디로갔는지모르는吳의형영깎은듯한吳의집무태도를그는여전히건강이없는눈으로어이없이들여다보고오는날을오는날을탄식하였다. 방은전화자리하나를남기고빽빽히방안지로메꿔져있었다. 낡기도전에갈리는방안지위에붉은선푸른선의높고낮은것―---吳의얼굴은일시일각이한결같지않았다. 밤이면吳를따라양철조각같은바로얼마든지쏘다닌다음―---(시키시마)[8]―---나날이축가는몸을다스릴수없었건만 이상스럽게吳는여섯시면깨었고깨어서는홰등잔같은눈알을이리굴리고저리굴리고 빨간뺨이까딱하지않고아홉시까지는해안통사무실에낙자없이[9]있었다. 피곤하지않는吳의몸이아마금강력과함께―---필연―---무슨道고도를통하였나보다. 낮이면吳의아버지는울적한심사를하나남은가야금에붙이고이따금자그마한수첩에믿는아들에게서걸리는전화를만족한듯이적는다. 미닫이를열면경인열차가가끔보인다. 그는吳의털외투를걸치고월미도뒤를돌아드문드문아직도덜진꽃나무사이잔디위에자리를잡고반듯이누워서봄이오고健강이아니온것을글탄하였다. 내다보이는바다―---개흙밭위로바다가한벌드나들더니날이저물고저물고하였다. 오후네시吳는휘파람을불며이날마다같은잔디로그를찾아온다. 천막친데서흔들리는포터블[10]을들으며차를마시고사슴을보고너무긴방죽중간에서좀선선한아이스크림을사먹고굴캐는것좀보고吳방에서신문과저녁이정답게끝난다. 이러한달―---五월―---그는바로그잔디위에서어느덧배따라기를배웠다. 흉중에획책하던일이날마다한켜씩바다로흩어졌다. 인생에대한끝없는주저를잔뜩지니고 인천서돌아온그의방에서는아내의자취를찾을길이없었다.부모를배역한이런아들을아내는기어이이렇게잘뙹겨주는구나―---(문학) (시) 영구히인생을망설거리기위하여길아닌길을내디뎠다그러나또튀려는마음―---삐뚤어진젊음 (정치) 가끔그는투어리스트뷰로[11]에전화를걸었다. 원양항해의배는늘방안에서만기적도불고입항도하였다. 여름이그가땀흘리는동안에가고―---그러나그의등의땀이걷히기전에왕복엽서모양으로아내가초조히돌아왔다. 낡은잡지속에섞여서배고파하는그를먹여살리겠다는것이다. 왕복엽서―---없어진半―---눈을감고아내의살에서허다한指紋내음새를맡았다. 그는그의생활의술에귀찮은공을쳤다. 끝났다. 먹여라먹으마―---머리도잘라라―---머리지지는십전짜리인두―---속옷밖에필요치않은하루―---R카페―---뚱뚱한유카다앞에서얻은백원―---그러나그百원을그냥쥐고인천吳에게로달려가는그의귀에는지난五월吳가―---백원을가져오너라우선석달만에 백원내놓고오백원을주마―---는분간할수없지만너무든든한한마디말이쟁쟁하였던까닭이다. 그리고盜電하는그에게아내는제발이저려그랬겠지만잠자코있었다. 당하였다. 신문에서배시간표를더러보기도하였다. 吳는두서너번편지로그의그런생활태도를여간칭찬한것이아니다. 吳가경성으로왔다. 석달은한달전에끝이났는데―---吳는인천서吳에게버는족족털어바치던아내(라고吳는결코부르지않았지만)를벗어버리고―---그까짓것은하여간에吳의측량할수없는깊은우정은그넉달전의일도또한달전에으레있었어야할일도광풍제월같이잊어버린―---참반가운편지가요며칠전에 그의닫은생활을뚫고들어왔다. 그는가을과겨울을잤다. 계속하여자는중이었다. ―---예이그래이사람아한번파치[12]가된계집을또데리고살다니하는吳의필시그럴공연한쑤석질도싫었었고―---그러나크리스마스―---아니다. 어디그꿩구워먹은좋은얼굴을좀보아두자―---좋은얼굴―---전날의吳―---그런것이지―---주체할수없게되기전에여기다가동그라미를하나쳐두자―---물론아내는아무것도모른다.

2

그날밤에아내는멋없이층계에서굴러떨어졌다. 못났다.도저히알아볼수없는이긴가민가한吳와그는어디서술을먹었다. 분명히아내가다니고있는R회관은아닌그러나역시그는그의아내와조금도틀린곳을찾을수없는너무많은그의아내들을보고소름이끼쳤다. 별의별세상이다. 저렇게해놓으면어떤것이어떤것인지―---오―---가는것을보면알겠군―---두시에는남편노릇하는사람들이일일이영접하러오는그들여급의신기한생활을그는들어알고있다. 아내는마중오지않는그를애정을구실로몇번이나책망하였으나 들키면어떻게하려느냐―---누구에게―---즉―---상대는보기싫은넓적하게생긴세상이다. 그는이왔다갔다하는똑같이생긴화장품―---사실화장품의高하가그들을구별시키는외에는표난데라고는영없었다―---얼숭덜숭한아내들을두리번두리번돌아보았다. 헤헤―---모두그렇겠지―---가서는방에서―---(참당신은너무닮았구려)―---그러나내아내는화장품을잘사용하지않으니까―---아내의파리한바탕주근깨―---코보다작은코―---입보다얇은입―---(화장한당신이화장안한아내를닮았다면―---“용서하오”―---그러나내아내만은 왜그렇게야위나. 무엇때문에(네罪) (네가모르느냐) (알지) 그러나이여자를좀보아라. 얼마나이글이글하게살이알르냐 잘쪘다. 곁에와앉기만하는데도후끈후끈하는구나. 吳의귓속말이다. “이게마유미야이뚱뚱보가―---하릴없이양돼진데좋아좋단말이야―---金알낳는게사니[13]이야기알지(알지)즉화수분이야―---하룻저녁에三원四원五원―---잡힐물건이없는데돈주는전당국이야(정말아―---나의사랑하는마유미거든” 지금쯤은아내도저짓을하렷다. 아프다. 그의찌푸린얼굴을얼른吳가껄껄웃는다. 흥―---고약하지―---하지만들어보게―---소바[14]에계집은절대금물이다. 그러나살을저며먹이려고달려드는것을어쩌느냐(옳다옳다)계집이란무엇이냐돈없이계집은무의미다―---아니, 계집없는돈이야말로무의미다. (옳다옳다)吳야어서다음을계속하여라. 따면따는대로금시계를산다몇개든지, 또보석, 털외투를산다, 얼마든지비싼것으로. 잃으면그놈을끄린다옳다.(옳다옳다) 그러나이짓은좀안타까운걸. 어떻게하는고하니계집을하나찰짜로골라가지고 쓱 시계보석을사주었다가도로빼앗아다가끄리고 또사주었다가또빼앗아다가끄리고―---그러니까사주기는사주었는데그놈이평생가야제것이아니고내것이거든―---쓱얼마를그런다음에는―---그러니까꼭여급이라야만쓰거든―---하룻저녁에아따얼마를벌든지버는대로털거든―---살을저며먹이려드는데하루에아三四원털기쯤―---보석은또여전히사주니까남는것은없어도여러번사준폭되고내가거미지, 거민줄알면서도―---아니야, 나는또제요구를안들어주는것은아니니까―---그렇지만셋방하나얻어가지고 같이살자는데는학질이야―---여보게거기까지만가면三十까지百만원꿈은세봉[15]이지. (옳다옳다?) 소바란놈이따가부자되는수효보다는지금거지되는수효가훨씬더많으니까, 다, 저런것이하나있어야든든하지. 즉背수진을쳐놓자는것이다.


RDF 및 네트워크 그래프

RDF

주어(S) 목적어(O) S는 O를 ~하다 비고
지주회시 이상 창작했다
지주회시 1936년 발표했다
지주회시 중앙 실렸다
지주회시 단편소설 속한다

네트워크 그래프

출처

"지주회시",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22.06.14

"지주회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2.06.14

각주

  1. 환퇴(幻退)의 오식(오탈자)인 것으로 보인다. 환퇴는 형상을 바꾸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환생과 같은 말이다.
  2. 取引店 : 취인점, 상점, 거래소.
  3. 吳군 : 이상과 18세부터 친구로 지낸 문종혁(文鍾爀)이라고 본인이 증언한 바 있다.
  4. 유카다 : 일본인들이 목욕을 한 뒤 또는 여름철에 입는 무명 홑옷.
  5. 가부꾼 : 부자.
  6. 期米 : 정기미(定期米). 양곡거래소에서 정기 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쌀. 여기서는 그 장사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7. 종종한 : 물이 흐르는 소리나 모양 또는 금석(金石)의 소리.
  8. 시키시마 : 대화국(大和國). 일본의 다른 이름. 여기서는 카페의 이름으로 추정된다.
  9. 낙자없이 : 영락없이
  10. 포터블(portable) : 휴대용 라디오.
  11. 투어리스트 뷰로(tourist bureau) : 여행사.
  12. 파치 : 파손되어서 못쓰게 된 물건.
  13. 게사니 : 거위의 사투리.
  14. 소바 : 상장(相場)의 일본식 발음. 여기서는 미두(米豆)를 가리킨다.
  15. 세봉 : 좋지 않은 일. 큰 탈이 날 일.

기여자

4222장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