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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 | ==전문== |
− | 싸움, 간통, 살인, 도둑, 구걸, 징역,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는, 복녀의 부처는,(사농공상의 제 이 위에 드는) 농민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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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었다. 이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하나,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서 자라난 복녀는 물론 다른 집 처녀들같이 여름에는 벌거벗고 개울에서 멱감고, 바짓바람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예사로 알기는 알았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저품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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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열 다섯 살 나는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이라는 것을 갔다. 그의 새서방(영감이라는 편이 적당할까)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이십 년이나 위로서, 원래 아버지의 시대에는 상당한 농민으로서 밭도 몇 마지기가 있었으나, 그의 대로 내려오면서는 하나 둘 줄기 시작하여서, 마지막에 복녀를 산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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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극도로 게으른 사람이었었다. 동네 노인의 주선으로 소작 밭깨나 얻어주면, 종자나 뿌려둔 뒤에는 후치질도 안하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버려두었다가는, 가을에 가서는 되는 대로 거두어서 ‘금년은 흉년이네’하고 전주집에는 가져도 안가고 자기 혼자 먹어버리고 하였다. 그러니까 그는 한밭을 이태를 연하여 붙여본 일이 없었다. 이리하여 몇 해를 지내는 동안 그는 그 동네에서는 밭을 못 얻으리만큼 인심과 신용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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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가 시집을 온 뒤, 한 삼사 년은 장인의 덕으로 이렁저렁 지내갔으나, 이전 선비의 꼬리인 장인도 차차 사위를 밉게 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처가에까지 신용을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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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 부처는 여러 가지로 의논하다가 하릴없이 평양 성 안으로 막벌이로 들어왔다. 그러나 게으른 그에게는 막벌이나마 역시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지게를 지고 연광정에 가서 대동강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어찌 막벌이인들 될까. 한 서너 달 막벌이를 하다가, 그들은 요행 어떤 집 막간(행랑)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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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그 집에서도 얼마 안 하여 쫓겨나왔다. 복녀는 부지런히 주인 집 일을 보았지만, 남편의 게으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복녀는 눈에 칼을 세워가지고 남편을 채근하였지만, 그의 게으른 버릇은 개를 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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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벳섬 좀 치워달라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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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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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치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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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십 년이나 밥 처먹구 그걸 못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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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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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년,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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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한 싸움이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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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어디로 가나? 그들은 하릴없이 칠성문 밖 빈민굴로 밀리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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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러지요, 부업으로는 도둑질과 '자기네끼리의' 매음, 그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었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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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열 아홉 살의 한창 좋은 나이의 여편네에게 누가 밥인들 잘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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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거이 거랑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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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여러 가지 말로, 남편이 병으로 죽어가거니 어쩌거니 핑계는 대었지만, 그런 핑계에는 단련된 평양 시민의 동정은 역시 살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칠성문 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가운데 드는 편이었었다. 그 가운데서 잘 수입되는 사람은 하루에 오리짜리 돈 뿐으로 일원 칠팔십 전의 현금을 쥐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극단으로 나가서는 밤에 돈벌이 나갔던 사람은 그날 밤 사 백 여 원을 벌어 가지고 와서 그 근처에서 담배장사를 시작한 사람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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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열 아홉 살이었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네 여인들의 보통 하는 일을 본받아서, 그도 돈벌이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찾아가면, 매일 오륙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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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 부처는 역시 가난하게 지냈다. 굶는 일도 흔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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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끓었다. 그때, 평양 '부'에서는 그 송충이를 잡는데(은혜를 베푸는 뜻으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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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민굴 여인들은 모두 다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뽑힌 것은 겨우 오십 명쯤이었었다. 복녀도 그 뽑힌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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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열심으로 송충이를 잡았다. 소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는, 송충이를 집게로 집어서 약물에 잡아넣고, 또 그렇게 하고, 그의 통은 잠깐 사이에 차고 하였다. 하루에 삼십이 전 씩의 품삯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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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대엿새 하는 동안에 그는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젊은 여인부 한 여나믄 사람은 언제나 송충이는 안 잡고, 아래서 지절거리며 웃고 날뛰기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놀고 있는 인부의 품삯은, 일하는 사람의 삯전보다 팔 전이나 더 많이 내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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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은 한 사람뿐이었는데 감독도 그들의 놀고 있는 것을 묵인할 뿐 아니라, 때때로는 자기까지 섞여서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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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날 송충이를 잡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나무에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가려 할 때에 감독이 그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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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네! 얘 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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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그릅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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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약통과 집게를 놓고 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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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오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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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말없이 감독 앞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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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 너, 음… 데 뒤 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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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뭘 하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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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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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디요. -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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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돌아서면서 인부들 모여 있는 데로 고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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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님두 갑세다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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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싫다 얘. 둘이서 재미나게 가는데, 내가 무슨 맛에 가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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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감독에게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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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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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은 저편으로 갔다. 복녀는 머리를 수그리고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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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네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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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에서 이러한 조롱 소리가 들렸다. 복녀의 숙인 얼굴은 더욱 발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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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부터 복녀도 '일 안하고 품삯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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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때부터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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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아직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짓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을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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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할 일이 아니었었다. 게다가 일 안하고도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일본말로 하자면 '삼 박자(拍子)' 같은 좋은 일은 이것뿐이었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이 된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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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는 조금씩 분도 바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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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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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처세의 비결은 더욱 더 순탄히 진척되었다. 그의 부처는 이제는 그리 궁하게 지내지는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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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남편은 이것이 결국 좋은 일이라는 듯이 아랫목에 누워서 벌신벌신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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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의 얼굴은 더욱 이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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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 아즈바니. 오늘은 얼마나 벌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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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돈 좀 많이 벌은 듯한 거지를 보면 이렇게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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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많이 못 벌었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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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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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무지 열 서너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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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벌었쉐다가레. 한 댓 냥 꿰주소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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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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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고 어쩌고 하면, 복녀는 곧 뛰어가서 그의 팔에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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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테 들킨 댐에는 뀌구야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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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원 이 아즈마니 만나믄 야단이더라. 자 꿰주디 그대신 응? 알아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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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몰라요. 해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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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르믄, 안 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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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쎄, 알았대두 그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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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의 성격은 이만큼까지 진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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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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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칠성문 밖에 있는 중국인의 채마 밭에 감자(고구마)며 배추를 도둑질하러, 밤에 바구니를 가지고 간다. 복녀도 감잣개나 잘 도둑질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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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날 밤, 그는 고구마를 한 바구니 잘 도둑질하여가지고, 이젠 돌아오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꺼먼 그림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주인인 중국인 왕 서방이었었다. 복녀는 말도 못하고 멀찐멀찐 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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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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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 서방은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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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재믄 가디. 훤, 것두 못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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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엉덩이를 한번 홱 두른 뒤에, 머리를 젖기고 바구니를 저으면서 왕 서방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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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시간쯤 뒤에 그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나왔다. 그가 밭고랑에서 길로 들어서려 할 때에, 문득 뒤에서 누가 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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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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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홱 돌아서보았다. 거기는 자기 곁집 여편네가 바구니를 끼고, 어두운 밭고랑을 더듬더듬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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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님이댔쉐까? 형님두 들어갔댔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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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님자두 들어갔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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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님은 뉘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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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눅(陸) 서방네 집에. 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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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왕 서방네…. 형님 얼마 받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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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눅 서방네 그 깍쟁이 놈, 배추 세 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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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삼원 받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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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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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 분쯤 뒤에 그는 자기 남편과, 그 앞에 돈 삼원을 내어놓은 뒤에, 아까 그 왕 서방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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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뒤부터 왕 서방은 무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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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참 왕 서방이 눈만 멀찐멀찐 앉아 있으면, 복녀의 남편은 눈치를 채고 밖으로 나간다. 왕 서방이 돌아간 뒤에는 그들 부처는, 일원 혹은 이원을 가운데 놓고 기뻐하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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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차차 동네 거지들한테 애교를 파는 것을 중지하였다. 왕 서방이 분주하여 못 올 때가 있으면 복녀는 스스로 왕 서방의 집까지 찾아갈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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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의 부처는 이제 이 빈민굴의 한 부자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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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겨울도 가고 봄이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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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왕 서방은 돈 백원으로 어떤 처녀를 하나 마누라로 사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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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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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다만 코웃음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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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 강짜하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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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여편네들이 이런 말을 하면, 복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웃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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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강짜를 해? 그는 늘 힘있게 부인하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생기는 검은 그림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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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놈 왕 서방. 네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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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 서방이 색시를 데려오는 날이 가까왔다. 왕 서방은 아직껏 자랑하던 길다란 머리를 깎았다. 동시에 그것은 새색시의 의견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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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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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역시 코웃음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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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침내 색시가 오는 날이 이르렀다. 칠보단장에 사인교를 탄 색시가, 칠성문 밖 채마 밭 가운데 있는 왕 서방의 집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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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도록, 왕 서방의 집에는 중국인들이 모여서 별한 악기를 뜯으며 별한 곡조로 노래하며 야단하였다. 복녀는 집 모퉁이에 숨어 서서 눈에 살기를 띠고 방안의 동정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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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중국인들은 새벽 두시쯤 하여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복녀는 왕 서방의 집 안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분이 하얗게 발리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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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랑 신부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무서운 눈으로 흘겨보면서, 그는 왕 서방에게 가서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이상한 웃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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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우리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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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 서방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눈만 정처 없이 두룩두룩 하였다. 복녀는 다시 한번 왕 서방을 흔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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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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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오늘 밤 일이 있어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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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은 밤중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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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두, 우리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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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의 입에 아직껏 떠돌던 이상한 웃음은 문득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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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까짓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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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발을 들어서 치장한 신부의 머리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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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가자우, 가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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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 서방은 와들와들 떨었다. 왕 서방은 복녀의 손을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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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는 쓰러졌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섰다. 그가 다시 일어설 때는, 그의 손에는 얼른얼른 하는 낫이 한 자루 들리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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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되놈, 죽에라. 이놈, 나 때렸디! 이놈아, 아이구 사람 죽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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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목을 놓고 처울면서 낫을 휘둘렀다. 칠성문 밖 외따른 밭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왕 서방의 집에서는 일장의 활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활극도 곧 잠잠하게 되었다. 복녀의 손에 들리어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면서 그 자리에 고꾸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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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 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 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사이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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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중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 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 의사 - 왕 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 의사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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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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