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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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균(1711198)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6월 24일 (수) 15:1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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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장편 『아우라지 가는 길』은 1998년 제3회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등단 이후 줄곧 김원일에 대한 평단의 비평에는 ‘분단 문학’ ‘실존과 역사’ ‘기억의 굴레’ ‘이데올로기’ 등의 수식어가 관용구처럼 따라붙었던 것이 사실인데, 그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1990년대의 세태를 직접적으로 그려내는 등 소재나 기법 면에서 변모된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일견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조직폭력 세계’와 ‘정선 아우라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졌으며, 그 사이사이에 드라마 「모래시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에 대한 묘사가 1990년대의 세태를 눈앞으로 끌어온다.

문학적 의미

『아우라지 가는 길』은 자폐 청년인 ‘마시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두루 다루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짧고 힘 있게 끊기며 이어지는 단문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러한 작가의 문체는 자폐아로 버림받아 헤매는 저 밑바닥 삶으로부터 마침내 오염된 모든 것을 일소하는 주인공 시우의 단순하면서도 빛나는 영혼을 여실히 드러낸다. 주인공 시우는 어쩔 수 없이 폭력과 암투, 인권 유린과 퇴폐적 일상으로 범벅된 뒷골목에 거주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정선 아우라지’를 그리며, 생태학자였지만 전교조 활동에 따른 좌절로 짧은 생을 마감했던 아버지의 말씀들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여실한 삶의 모습들은, 혼자서는 고향을 찾아갈 수조차 없는 자폐 청년의 머릿속을 감돌아 풀려지면서 씁쓸한 자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이 ‘계몽소설’이라기보다 ‘세태 고발 소설’로 읽히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가 선과 악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혼란한 세상이 되었으며, 그 오염된 구렁텅이에서 헤어날 의지조차 상실한 듯 보이는 우리의 양심을 향해 작가의 펜 끝이 겨누어져 있기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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