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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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만세전 표지.jpg

염상섭이 「신생활」과 「시대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연재될 당시에는 「묘지」라는 제목이었으나,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만세전」으로 제목이 고쳐졌다. 이 작품은 3․1운동 직전(만세 전) 1918년 겨울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며 도쿄 유학생인 주인공 이인화가 조선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는 동안 목격하게 되는 여러 현실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줄거리

만세전 그래프.png

  • 줄거리

조선에 ‘3·1운동(만세)’가 일어나긴 전해 겨울, 동경 W대학 문과에 재학중인 ‘나’는 기말시험 중도에 아내가 위독하다는 급전을 받고 급작스레 귀국한다. 동경을 떠나면서 재킷이며 선물도 사고, 이발도 하고, 바에 들러 여급들과 수작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동경역에서는 여급 정자와 이별을 하고 고베에서는 '을라'라는 여자 친구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아내에게 깊은 감정을 가지지 못한 '나'는 아내를 보러가는 길을 늦추려 계속해서 늑장을 부린다. 그 다음날 시모노세키에서 출항하여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면서부터 검색을 당하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감시를 받게 된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왠지 모를 불쾌함은 배 안 목욕탕에서도 이어진다. 이인화(나)는 조선인을 부려먹을 방법을 열띠게 논의하는 일본인의 대화를 엿듣고 미묘한 감정으로 자리를 뜬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수모를 겪으면서 대사회적인 의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김천에서 만난 형, 대전역에서 포승줄에 포박되어 '시체'같은 표정을 지은 조선인,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사소한 질병인데도 재래식 의술때문에 악화되어 죽어가는 아내같이 너무나도 사회에 무지한 조선 속 사람을 보고 '나'의 환멸은 최고조에 이른다. 스물 두셋 나이에 학문을 한다고 떠난 ‘나'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빠져있었다는 죄책감을 안게되고 실인생·실사회의 이면에 눈을 뜬다. 하지만 이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는 '나'에게 생기지 않는다. 아내가 죽자 슬퍼하지도 않고 도망치듯 동경으로 떠난다.


  • 해석

형사의 심문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부산에 도착한 ‘나’는 조선의 거리 구경을 나섰다가 식민지 도시의 일제에 의한 경제적 침탈, 조선인의 몰락과 이주를 목격한다. 이러한 상황은 김천의 형님과 주변 인물들의 몰락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또한 서울까지 가는 기차와 대전역에서 만난 군상들의 찌든 모습 속에서, 서울에서는 정치열과 명예욕에 들뜬 아버지와 이를 부추기는 김의관, 종손으로 무위도식하는 종형 등을 통하여 차례로 발견된다. 가족제도로 대표되는 봉건적 윤리 의식, 권력에 대한 열망과 굴종으로 나타나는 관료전제적 사고가 식민지 사회의 비리와 어울려 빚는 비극을 ‘무덤’으로 인식하면서 자전적인 성찰의 양상을 드러내게 된다. 아내가 죽자 냉연한 자신에게 가책하며 초상을 치른다. 그리고 아들 중기를 형님에게 맡긴 뒤, 정자에게는 마음을 정리하는 편지를 보내고 학업을 위하여 동경으로 떠난다.


이 작품의 원제는 '묘지'이다. 원제는 당시 조선의 참담한 현실을 상징한다. 이런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에 대응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연민과 분노를 느낀다. 즉 삶의 생기를 잃어버리고 죽은 듯 보이는 일제 강점하의 노예적 삶과 그러한 현실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처참한 의식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 바로 '무덤(묘지)'이다.


‘만세전’에서 주인공의 존재와 의식은 식민지 조국과 그 조국 가운데서도 가장 수탈되는 계층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만세전’에서 놀라운 점은 주인공 스스로가 규정하고 있는 의식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육안과 심안이 식민지 조국의 음화(陰畵)를 남김 없이 포착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하나의 사소한 정경을 통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 제시되어 있고 실생활에 가까운 디테일의 제시가 전형적인 상황과 관련을 맺고 있다. 주인 공의 다소간 유탕(遊蕩)적이고 개인적인 안목은 연락선 승선차 하관에 이르면서부터 자기가 발을 디디고 선 현실에 대한 자각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으로 변한다. 자아 중심적인 안목은 사회 속의 나를 자각하고 그것이 사회에 의해서 규제되어 있음을 의식하는 안목으로 바뀐다. 속에 잠자고 있던 민족의 연대 의식을 다시 느끼는 것이다. - 유종호,"‘만세전’과‘일대의 유업’의 거리' ,“세대”제3권 통권 27호(세대사, 1965)


‘나’는 주인공 스스로도 규정하고 있듯이 자신에게 직접적 으로 가해지는 위해가 없는 가운 데서 민족 관념을 느끼지 못하고 정신이 마비된 채 살아 온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목욕탕에서 직접 조선인을 무시하고 조선 노동자를 팔아넘기는 일을 하는 일본인의 말을 듣게 되면서 마음에 울분이 끓어오르지만 일본인에게 항의하지는 않는다. 일본인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유약한 지식인의 한계를 보이며 자신이 조선인임을 밝히지 못하고 그들에게 지닌 적개심과 울분을 그 자리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인공‘나’는 시대 상황에 좌절하고 고뇌하는 조선인 지식인으로, 당대 지식인의 전형이다. 작가는 이러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식민지 시기 조선인을 압박하는 일본인의 자세와 모습, 봉건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조선인들의 모습 등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면서 당시 조선의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염상섭은 그가 파악한 식민지 현실의 모습을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란, 상당히 과격한 말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제해 왔던 감정을 “에잇! 뒈져라! 움도 싹도 없이 스러져버려라! 망할 대로 망해 버려라!”라는 비명 같은 외침으로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염상섭의 외침 속에는 한편으로는 그의 초기 소설을 물들이고 있는, 암담한 현실로부터 오는 비관주의가 자리 잡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림하는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 함께 구태와 악습으로 살아가는 조선민족은 구제불능일지도 모른다는 탄식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젊은 날의 염상섭이 『만세전』에서 보여준 이러한 폭발적 감정은 『삼대』에 이르면 훨씬 부드러워지긴 합니다만 그런 감정의 상태였기 때문에 1920년대 초의 염상섭은 1930년대의 염상섭에 비해 좀 더 강력하게 신생에 대한 정서적 열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민족현실이 부정되고 새로운 민족현실이 전개되기를 바라는 그 열망을 염상섭은 『만세전』에서 “사태가 나든지 망해버리든지 양단간에 끝장이 나고 보면 그중에서도 혹은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나은 놈이 생길지도 모를 것이다. ……”란 말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홍정선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오늘 시대와 고전>에서, 2016

출판정보

《묘지(墓地)》라는 제목으로 <신생활>에 수록, 1922.7. ~ 1922.9.(잡지의 폐간으로 중단)

<시대일보(時代日報)>에 게재, 1924.4.6 ~ 1924.6.4

개작 후 단행본 간행, 1924.8.

수선사(首善社)에서 개작 후 단행본 간행, 1948.2.

총 4개의 판본을 지닌 작품

관련항목

Domain(A) Range(B) 설명 비고
만세전 염상섭 A는 B의 저서이다
만세전 3·1운동 A는 B 직전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만세전 현실인식 A는 B가 드러난다
만세전 『신생활』 A는 B의 게재됐다
만세전 『묘지』 A의 원제는 B다

관련연구

노연숙, "염상섭의 「만세전」연구 탈식민주의 시각에서 본 ‘나’의 자리 찾기와 ‘일본인의 표상’을 중심으로" 한국문화, 2008

최순열, "염상섭의 <만세전>과 리얼리즘" 한국문학연구, 1985

안지나, "「만세전」의 식민지적 근대성 연구"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2004

한만수, "나타난 감시와 검열" 한국문학연구, 2011

채호석, "염상섭 초기 소설론 :「만세전」과 '무덤'"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2001

관련콘텐츠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작성자 및 기여자

작성자: 김윤희18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