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낚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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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낚시통신

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자신의 근원을 찾으려 하는 현대인의 염원을 다룬 작품이다. 199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일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존재의 시원을 찾아 강으로 회유하는 은어를 통해 진정한 삶을 발견하고자 했다.

핵심 정리

  • 성격 : 독백적, 자아 성찰적
  • 배경 : ① 시간 - 1990년대 ② 공간 - 서울(도시)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주제 :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존재의 근원으로 회귀하려는 현대인의 갈망
  • 특징: ① 현재의 시점에서 중간중간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 전개됨. ② ‘은어’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주제를 압축적으로 제시함.
  • 출판사:「문학 동네」
  • 출판일: 1994년

주제

은어 낚시 모임의 인물들이 모두 인간 본래의 모습을 잃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존재의 시원(始原)으로의 회귀’란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작가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나다운 삶인가’ 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는 현대인의 갈망을 드러내고 있다.[1]

줄거리

요약

발단 ‘나’가 은어 낚시와 관련된 유년의 기억을 회상한다. 도시의 일상적인 삶에 묻혀 살던 ‘나’는 ‘은어 낚시 모임’이라는 은밀한 지하 집단으로부터 초대장을 받는다.
전개 ‘나’는 초대장에 인쇄된 커티스의 사진을 보고 헤어진 연인 김청미를 떠올리게 된다. 김청미는 3년 전 만났던 배우 겸 광고 모델로, 광고를 찍으며 만난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미건조한 ‘나’와의 만남에 지쳐 떠났다.
위기 ‘나’는 은어 낚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단골 카페에서 기다리던 중 전화를 걸어온 여자를 만나게 되고, 모임 장소로 이동 중에 그 모임의 정체에 관해 듣게 된다. ‘은어 낚시 모임’에 참석하게 된 ‘나’는 그곳에서 헤어진 연인인 김청미와 재회한다.
절정 '나’는 김청미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 본래의 모습을 잃고 무미건조하고 외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존재의 시원으로 회귀하려 한다.
결말 ‘나’는 이후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 두 번째 ‘은어 낚시 통신’을 받는다.

줄거리

내가 태어나던 1964년 7월 12일. 아버진 울진 왕피천에서 은어낚시를 하고 계셨다. 여름이 되면 그는 여러 곳으로 계류낚시를 즐기러 가곤 했다. 내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나를 내려다보고 이놈이 크면 함께 은어낚시를 가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자라서 여름철이면 아버지를 따라 은어낚시를 다녔다. 은어가 봄이 되면 바다에서 돌아와 여름내 강물을 거슬러 오르듯이 나도 여름이 되면 그들을 따라 강으로 회유하곤 했다.

내가 첫 번째 통신을 받은 것은 수요일 늦은 밤이었다. 나는 우편함에서 <은어낚시통신>이라는 하늘색 봉투를 발견했다. 나는 저녁식사를 하고,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빌리 홀리데이를 듣고 계시는군요.」 그녀는 우편물을 받았느냐고 물으며, 은어낚시모임에 초대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봉투를 뜯어보았다. 거기엔 사진을 복제 인쇄해서 만든 한 장의 엽서가 있었는데, 뜻밖에도 커티스의 「호피인디언」이란 작품이었다. 오래 전『북아메리카 인디언』이란 사진집 중 한 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져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한 사진이었다. 나는 글을 읽으며 지명수배라도 당한 께름칙한 기분에 빠졌다.

글의 내용은 내가 수년 전 한 여자와 만나고 헤어진 일이 있다는 것을 이 엽서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그 여자를 만나고 싶다면 지정 장소로 나오라고 되어 있었다. 또한 그들은 익명의 지하집단이며, 은어는 그들이 사용하는 문장이고, 내가 쓴 기사를 읽고는 은어낚시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9월 셋째 주 토요일(18일) 18:00, 광화문 카페<텔레폰>이 때와 장소였다. 게다가 읽고 나서 태워달라고 되어 있었다.

글에 나와 있는 그의 기사란 <길 따라 물 따라>라는 글이었다. 낚시꾼들을 위해 유명 낚시터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교통편과 숙박시설을 소개하는 글로서, 예술사진으로 빛을 보지 못하다 만난 임시직에서 썼던 기사였다. 새벽 두 시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엽서를 들었다. 언젠가 커티스의 사진집을 그녀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그녀가 나를 불렀다.

벌써 삼 년 전이다. 그 해 가을에 그녀는 내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녀는 배우 겸 광고모델이었다.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스물 일곱, 같은 7월 생이었다. 그녀는 한물간 모델이었고, 광고회사 촬영 팀이었던 나는, 성산포에서 수영복 광고를 찍기 위해 온 그녀와 만났다. 이름은 김청미. 아직 찬 바닷물을 드나들며 같은 포즈를 수없이 찍고, 웃어야 했다. 작업팀 관계자들은 상스런 말도 거침없이 해댔고, 술시중까지 들게 했다.

삼박 사일 마지막 날 자정쯤, 바닷가로 나갔을 때 그녀가 있었다. 은근한 수모로 유독 힘들어하던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느끼해서 참을 수 없다며, 당신들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녀의 모습이 지친 마음을 짐작케 했다. 그녀는 날아가는 새떼를 보며 이것저것 물었고, 나는 대답해 주었다. 기러기는 철새일 것이며, 귀소성 동물은 아니라는 등. 또 그들의 대규모 이동은 태양 컴퍼스라 하여 태양의 위치와 이동을 목표로 행해진다는 것. 그녀는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느냐고 물었다. 은어낚시를 했다고 대답했다. 회유성 민물고기인 은어.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밀양강, 섬진강, 왕피천 등 두루 다녔다. 그녀는 왕피천을 알았다. 언젠가 우리는 비껴 지나갔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근사한 인연이라고 난 말했다.

갑작스럽게 텅 빈 상태가 된 나는 그녀와 서로 입술을 갖다댔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몸 위로 기어올랐고, 그냥, 여기서하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서울로 돌아와 일주일 후엔가 그녀를 만났다. 얼굴은 창백했고 위태로워 보였다. 자정쯤 쉬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여관으로 데려가 그녀의 옷을 벗기가 침대로 올랐다. 행위가 끝나고 그녀는 모든 게 무서워진다고 말했다. 그 후로 몇 달 그녀를 더 만나며 돈까스, 맥주, 섹스, 비프스테이크, 맥주, 섹스…… 이렇게 되풀이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어느 가을 한 극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갑자기 내게 말했다. 사막에서 사는 사람, 상처에 중독된 사람, 감정에 나약한 척하면서 사실은 무모하고 비정한 사람, 터미네이터. 무서운 사람. 그리고 숨죽여 울었다. 극장에서 나온 그녀는 언덕으로 열심히 걸어 올랐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 나는 광고에서 가끔 그녀를 보았을 뿐이고, 얼마 뒤엔 그나마도 사라졌다.

나는 기다렸다. 토요일 저녁 가을비를 보면서. 여섯 시 정각이 되자 초조해졌다. 그 때 카운터로 전화가 왔고, 낯익은 여자 목소리는 세종문화회관 뒤 주차장으로 오라고 했다. 빨간 색 스포츠 카 안에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있었다. 타세요, 하고 말했다. 그녀는 이 차에 냉동시체를 태운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빨간색 장의차에 타본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라고 나도 농담을 했다. 빛의 속도보다 빨리 달리면 회귀하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내가 육십 사년 칠월 십 이일 생이며, 서울 태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솔직히 말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얘기를 어떻게 꺼낼까 궁리하는 것 같더니 아르누프 라이너, 보디페인팅이란 말을 꺼내며 이 차안에 지금 삶을 거역하다 파면된 것들, 상처받아 불구가 된 것들, 혹은 사실된 욕망 따위들이 실려있다고 하면서 그들에게도 헌법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제 1조 1항 엘뤼아르의 시 자유, 2항 슈바이거의 책 깨어나 슬픔을 보라, 3항 짐 자무시의 영화 천국보다 낯선, 4항 모차르트, 5항 고흐와 뭉크,

제 2조 1항 마리화나, 2항 카메라와 프리섹스, 3항 우주비행선, 4항 인도와 티베트…….

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것이 이 차 어디에 실려 있는지 물었다.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한판승, 하고 말하고는 차에 그림을 그리고, 빨간 색으로 덧칠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윽고 차를 세웠다. 그리고 당신은 천구백육십사년 칠월로 돌아온 것이며 내일 아침까지는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여기에 있는지 물었고, 확실히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들은 이 년 전 봄, 이 모임을 시작했다고 했다. 잡지사 기자, 대학 강사, 화가 등. 몇몇은 삶으로부터 거부된 사람들이었고 공통의 것을 찾으며 모임을 키웠고 육십사년 칠월생으로 동일성을 확보했으며, 이 곳에서 거듭나기 연습을 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방금 떠나온 세상을 떠올리며 어디에 내가 존재하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길들을 지나 어느 문을 두드렸다. 나는 두려웠다. 그 때 사내가 문을 열었다. 시큼한 냄새가 났고, 두런거림이 귀에 와 닿았다. 실내엔 둥글게 원을 형성하는 수십 개의 촛불이 있었다. 어둑한 실내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술잔을 들고 누워 있거나 반라가 되어 껴안고 있거나 기타를 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세계는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져 있고, 당신은 저쪽으로 왔다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포도주를 주었고 기다리라고 했다. 사람들은 원을 그리며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피스(Peace)라고 뇌까리며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한참 뒤 누군가 내 손을 끌어 장식장 뒤의 문을 통해 낯선 장소로 데려갔다.

그 때부터 나는 회유하고 있었죠, 그녀는 말했다. 창백해 보였다. 이제 당신도 돌아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당신은 지금까지 너무 먼 곳에 가 있었어요. 나는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허위와 속임수와 껍데기뿐인 욕망과 불면의 나이를 벗어버리겠다고. 그녀는 더 거슬러와야 한다고 했다. 그럴수록 난 뼈아픈 마음이 되었다. 울진 왕피천이라고 했다. 좀 더오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녀가 나를 만날 때 나에게서 상처를 입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산란 중인 은어처럼 입을 벌리고 떨다가 흐느꼈다. 먼 존재의 시원으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밤과 낮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찬 손을 거머쥐었다. 아침이 오기까지 그녀의 손을 잡고 나는 원래 존재했던 장소로 지느러미를 끌며 올라갔다.

931122. 서울에 첫눈이 내린 그날 밤. 난 그들이 보낸 두 번째 통신을 수신했다. [2]


'은어'의 상징적 의미

은어낚시통신은어.jpg

인물 소개

  • ‘나’ : 외롭고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있음.
  • 김청미 : 인간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받음.
  • 은어 낚시 모임 회원 : 삶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함.

은어낚시통신인물.jpg

RDF 및 온톨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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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F

Domain Relation Range 설명
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창작되다 A는 B에 의해 창작되다
은어낚시통신 독백적 띈다 A는 B성격을 띈다
은어낚시통신 자아성찰적 띈다 A는 B성격을 띈다
은어낚시통신 1990년대 배경이다 A는 B가 배경이다
은어낚시통신 서울 배경이다 A는 B가 배경이다
은어낚시통신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A는 B의 시점이다
은어낚시통신 '나' 등장한다 A에 B가 등장한다
은어낚시통신 김청미 등장한다 A에 B가 등장한다
은어낚시통신 은어 낚시 모임 회원 등장한다 A에 B가 등장한다

온톨로지

은어낚시통신온톨로지.jpg

작성자 및 기여자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