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대가리

북어대가리

작품명	북어대가리
저자	이강백
창작년도	1993

북어대가리

개요

이강백의 ‘북어대가리’는 희곡으로 공연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창고지기 자앙과 기임을 통해 현대 산업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희곡으로, 두 창고지기를 통해 현대 산업 사회의 분업화되고 획일화된 삶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산업 사회라는 커다란 구조 속에서 부속품처럼 존재하는 현대인들은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자각 없이 ‘창고’와도 같은 삶의 공간에서 늘상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다. 창고 속에서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불안을 느끼는 자앙을 통해, 만약 창고 밖의 세상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창고 안에서의 성실과 정직함은 그러한 그릇된 세상을 위해 이바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이미 그 가치를 상실했으나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신념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자앙의 모습을 말라비틀어져 머리만 남은 ‘북어 대가리’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한 ‘북어 대가리’의 이미지는 그저 쓸쓸하고 허무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만 덜렁 남은 현대인의 모습을 의미를 상징한다.

'북어 대가리’는 생각이 너무 많은 자앙의 모습이자 방향성을 잃은 우리 사회 및 그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과 부재를 겪는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줄거리

등장인물

자앙 : 창고지기이자 노동자이다. 꼼꼼하고 성실한 태도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신념을 지켜 나가는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원칙주의자, 티격태격하면서도 기임을 따뜻하게 챙겨 준다.
기임 : 자앙과 마찬가지로 창고지기이자 노동자이다. 현실에 대한 회의와 불만으로 요령을 부리며 쾌락을 추구하는 인물로서, 믿을 것은 자기 배짱뿐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수 : 딸을 매개로 젊은 노동자들과 노름을 하여 이익을 얻는 등 세속적이며 현실적인 인물, 일의 특성상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한다.
다링 : 트럭 운전수의 딸이다. 쾌락을 추구하는 인물로 근처 모든 창고지기와 사귈 정도로 바람둥이, 처음에는 근처 창고지기들과 다른 자앙에게 관심을 갖지만 그의 태도에 실망하고 기임과 함께 떠난다.

줄거리

새벽마다 오는 트럭에 상자를 싣고 내리는 일을 하는 창고지기 자앙은 매사에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을 처리한다. 동료인 기임은 그런 자앙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다른 창고지기들처럼 아무렇게나 상자들을 처리하고 재미있게 놀기만 바란다. 트럭 운전수의 딸인 미스 다링을 만난 기임은 술에 잔뜩 취해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오고, 다링은 자앙을 유혹하지만 자앙은 그녀를 거부한다. 이후 자앙은 기임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면서도 북어로 해장국을 끓여 준다. 창고지기 생활에 염증이 난 기임은 다링의 제안으로 상자 하나를 고의로 바꿔 트럭에 실어 보낸 후 이를 자앙에게 이야기한다. 이에 불안해진 자앙은 상자 주인에게 편지를 써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기임은 자앙에게 창고를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트럭 운전수는 자신의 딸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기임과 다링의 결혼을 서두르면서 기임에게 함께 떠날 것을 권한다. 또한 바뀐 상자 때문에 편지를 보내려는 자앙에게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며 편지를 찢는다. 기임은 트럭 운전수, 다링과 함께 창고를 떠나며 북어 대가리 하나를 자앙에게 건네고, 창고에 혼자 남은 자앙은 북어대가리를 바라보며 지금까지와 같은 삶을 지속할 것임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