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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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1930년 『대중공론(大衆公論)』에 발표되었다. 또한 1931년 동지사(同志社)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한 그의 첫 단편집에 「도시와 유령」·「기우(奇遇)」·「행진곡」·「추억」·「상륙」·「북국사신(北國私信)」·「북국점경(北國點景)」 등의 단편과 함께 수록되었다.「노령근해」는 그의 초기 소설의 특징으로 불리는 동반작가(同伴作家)라는 명성과 결부되는, 하나의 대명사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상륙」과 「북국사신」과 함께 연작 형식을 취한 것으로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거론 된다. 이 작품의 서술은 3인칭 전지적 시점(全知的視點)에 의하여, 마지막 항구를 떠나 연해주(沿海州)에 있는 소비에트 러시아로 향하는 국제여객선을 배경으로 하여 각양각색의 인생축도를 조명한다.

해석

일본 제국주의의 압정, 착취와 가난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고국을 뒤로한 채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행 국제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일제의 손이 미치지 않는 땅,노동자의 천국,부자도 가난한 자도 없는 다 같이 살기 좋은 나라 소비에트 러시아.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여객선 역시 부조리한 이 세상의 축소판이다. 노령근해 3부작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러시아행 국제여객선에 숨어든 청년의 이야기로 살롱에서 벌어지는 사치스런 연회와 배 밑바닥 보일러실과 석탄창고의 풍경을 통해 빈부,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소설 '노령근해'에서는 동반자적 경향을 띄는 당시의 이효석이 세상을 보는 시선과 날카로운 안목을 볼 수 있다.

특징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등장인물이 없으며, 마땅한 사건도 없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고 '서술자'의 눈으로 선상의 상황과 바다를 표현하고 있다.

전문

노령근해 蘆嶺近海


동해안의 마지막 항구를 떠나 북으로 북으로! 밤을 새우고 날을 지나니 바다는 더욱 푸르다. 하늘은 차고 수평선은 멀고. 뱃전을 물어뜯는 파도의 흰 이빨을 차면서 배는 비장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마스트 위에 깃발이 높이 날리고 연기가 찬바람에 가리가리 찢겨 날린다. 두만강 넓은 하구를 건너 국경선을 넘어서니 노령연해의 연봉이 바라보인다.――하얗게 눈을 쓰고 북극 석양에 우뚝우뚝 빛나는 금자색 연봉이.

저물어가는 갑판 위는 고요하다. 살롱에서 술타령하는 일등 선객들의 웃음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올 뿐이요 그 외에는 인기척조차 없다. 배꼬리 살롱 뒤 갑판 은은한 뱃전에 의지하여 무언지 의론하는 두 사람의 선객이 있다――한 사람은 대모테 쓴 청년이요 한사람은 코 높은 '마우자'[1]이다. 낙타빛 가죽 샤쓰 위에 띤 검은 에나멜 혁대이며 온 세상을 구를만한 굵은 발소리를 생각게 하는 툽툽한 구두가 창 빠른 모자와 아울러 그를 한층 영웅적으로 보이게 한다. 연해주의 각지를 위시하여 넬진스크 치타 방면을 끊임없이 휘돌아치느니만큼 그들에게는 슬라브족다운 큼직한, 호활한 풍모가 떠돈다. ‘마우자’는 대모테 청년과 조선말 아닌 말로 은은히 지껄인다. 냄새 잘 맡는……는 빨빨거리며 어디든지 안 좇아오는 곳이 없다. 정신없이 의론하다가도 그들은 가끔 말을 그치고 살롱 쪽을 흘끗흘끗 돌아본다. ――거기에는 확실히 ……에서 좇아오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푸른 바다는 안개 속으로 저물어 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흰 갈매기 두어 마리 끽끽 소리치며 배 앞을 건너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갈매기 소리 사라지니 갑판 위는 더한층 고요하다.

페인트 냄새 새로운 살롱에서는 육지 부럽지 않은 잔치가 열렸다. 국경선을 넘어서 외지에 한 걸음 들여놓았을 때에 꺼릴 것 없이 진탕으로 마시고 얼근히 취하는 것이 그들의 하는 상습이다. 흰 탁자 위에는 고기와 과일접시가 수없이 놓였고 술병과 유리잔이 쉴새없이 돌아다닌다. 대개가 상인인 만치 그들 사이에는 주권 이야기, 미두 이야기가 꽃피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유리한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싫도록 돈을 짜내볼까 하는 것이 대머리를 기름지게 번쩍이는 그들의 똑같은 공론이다. “서의 명령이니 좇아만 오면 그만이지 바득바득 애쓰며 직무를 다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의 친구도 한편 구석에서 은근히 어떻게 하면 배를 좀 불려 볼까 하는 생각에 똑같이 취하고 있다. 유쾌한 취흥과 ‘유쾌한’ 생각에 그들은 마음껏 즐겁다. 술병이 쉴새없이 거품을 쏟는다. 유리잔이 쉴새없이 기울어진다. 흰옷 입은 보이가 쉴새없이 휘돌아친다. “놈들 도야지[2]같이 처먹기도 한다.” 취사장에서 요리접시를 나르던 보이는 중얼거리며 윈치 옆을 돌아올 때에 남몰래 요리접시 두엇을 감쪽같이 빼서 윈치 뒤에 감춰 두었다. “놈들의 양을 줄여서 나의 동무를 살려야겠다.”

살롱 갑판에서 몇길 밑 쇠줄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곳에 기관실이 있다. 흰 식탁 위에 술이 있고 해가 비취고 페인트 냄새 새로운 선창에 푸른 바다가 보이고 간혹 달빛조차 비끼는 살롱이 선경이라면 초열과 암흑의 기관실은 온전히 지옥이다――육지의 이 그릇된 대조를 바다 위의 이 작은 집합 안에서도 역시 똑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있다. 어둡고 숨차고 ‘보일러’의 열로 찌는 듯한 이 지옥은 이브를 꼬이다가 아흐레[3] 동안이나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 사탄의 귀양간 불 비오는 지옥에야 스스로 비길 바가 아니겠지만 그러나 또한 이 시인의 환영으로 짜놓은 상상의 지옥이 이 세상의 간교로 짜놓은 현실의 지옥에야 어찌 비길바 되랴. 얼굴을 익혀가며 아궁 앞에서 불때는 화부들, 마치 지옥에서 불장난치는 악마들같이도 보이고 어둠 속에 웅크린 반나체의 그들은 마치 원시림 속에 웅크린 고릴라와도 흡사하다. 교체한지 몇 분이 못되어 살은 이그러지고 땀은 멋대로 쏟아진다. 폭이 두 간에 남지 않은 좁은데서 두 간에 남는 긴 화저로 아궁을 쑤시면 화기와 석탄재가 보얗게 화실을 덮는다. 다 탄 끄르터기를 바케쓰에 그뜩그뜩 담아내고 그 뒤에 삽으로 석탄을 퍼 던지면 널름거리는 독사의 혀끝 같은 불꽃이 확확 붙어 오른다. 둘째 아궁과 셋째 아궁마저 이렇게 조절하여 놓으면 기관실은 온전히 불붙는 지옥이다. 아궁 위의 여섯 개의 보일러는 백 파운드가 넘는 증기를 올리면서 용솟음친다. 불을 쑤시고 또 석탁을 넣고……. 땀은 쏟아지고 전신은 글자대로 발갛게 익는다. 양동이에 떠온 물이 세 사람의 화부 사이에서 볼 동안에 사라지고 만다. 사실 물이라도 안 마시면 잠시라도 견뎌 나갈 수가 없다. 북국의 바다 오히려 이러하니 적도 직하의 인도양을 넘을 때에야 오죽하랴. ――이렇게 하여 배는 움직이는 것이다. 살롱은 취흥을 돋우리만치 경쾌하게 흔들리는 것이다. 교체한지 반시간만 넘으면 화부의 체력은 낙지다리같이 느른해진다. 부삽 하나 쳐들 기맥조차 없어진다. 보일러의 파운드가 내리기 시작한다. 먼 브리지에서 항구의 계집을 몽상하던 선장은 전화통으로 소리친다. “기관에 주의!” “속력을 늘여라!” 역시 항구 계집의 젖가슴을 환상하던 기관장은 이 명령에 벌떡 일어나 화실로 좇아온다. “무엇들 하느냐!” 화부는 느릿느릿 아궁에 석탄을 집어 넣는다. “무엇해 일하지. 너이들같이 편한 줄 아니.” 그러나 이것이 입밖에 나오지는 않았다. 폭발은 마땅한 때를 얻어야 할 것이다. “부지런히 해라 이놈들아!” 기관장의 무서운 시선이 화부들의 등날을 재촉질한다. “부삽으로 쳐서 아궁 속에 태워 버릴까. 삼분이 못되어 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이 똑같은 생각이 세 사람의 머리 속에 똑같이 솟아올랐다.

깊은 암흑. 이 세상과는 인연을 끊어 놓은 듯한 암흑의 공간. ――철벽으로 네모지게 이 세상을 막은 석탄고 속은 영원의 밤이다. 간단없는 동요, 기관소리가 어렴풋이 흘러올 따름. 이 죽음 속에 확실히 허부적거리는 동체가 있다. 허부적거릴 때마다 석탄덩이가 와르르 흩어진다. “으――” “아――” 이 원시적 모임의 발성은 구원을 부르는 소리라느니 보다는 자기의 목소리를 시험하려는, 즉 생명이 아직 남아 있나 없나를 시험하여 보려는 듯한 목소리이다. “으――” “아――” 기맥이 쇠진하여 그 자리에 쓰러졌는지 잠시 고용하다. 와르르 흩어지는 석탄더미 위에 성냥불이 켜졌다. 푸른 인광은 석탄더미 위에 네 활개를 펴고 엎드린 청년의 초췌한 얼굴을 비취인다. 허벅숭이 밑에 끄스른 얼굴은 푸른빛을 받아 처참하고 저 혼자 살아 있는 듯한 말똥한 눈동자에는 찬바람이 휙휙 돈다. “물!” 절망적으로 외치면서 다시 불을 그었다. 불빛에 조각조각 부서진 빵조각과 물병이 보인다. 흔드는 물병 속에는 한 방울의 물도 없다. 물병을 던지고 청년은 허둥지둥 일어서 또 외친다. “물!” “물!” “무――ㄽ!” 어둠 속에서 미친놈같이 그는 싸움의 대상도 없이 혼자 날뛴다. 아니 싸움의 대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요 기갈뿐이다. 석탄덩이가 어둠 속에서 날린다. 두 주먹으로 철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나 세상과 담쌓은 이 암흑의 공간에서 아무리 들볶아친다 하여도 그것은 결국 이 버림받은 공간에서의 헛된 노력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독에 빠진 쥐의 필사적 노력이 독 밖의 세상과는 아무 인연을 가지지 못한 것같이. “아――ㅅ!” “물 물 무――ㄽ!” 그는 몸을 철벽에 부딪히면서 마지막 힘을 내었다. 급한 걸음으로 쇠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발자취가 있다. 발자취소리는 석탄고 앞에서 그쳤다. 회중전등의 광선이 달덩이 같은 윤곽을 석탄고 문 위에 어지럽게 던진다. 광선은 칠 벗은 검붉은 페인트 위에 한 점을 노리더니 그곳이 마침 열쇠로 열렸다.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어둠이 앞을 협박한다. 회중전등의 광선이 석탄고 속을 어지럽게 비취더니 나중에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는 처참한 청년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물!” “물!” 두 팔을 내밀면서 그는 부르짖는다. 세상과 인연 끊겼던 이 암흑으 공간에 한 줄기의 광명을 인도한 사람은 살로의 보이였다. “미안하에.”하면서 그는 청년을 붙들고 그의 입에 물병을 기울인다. “술을 따러라 잔을 날러라 하면서 놈들이 잠시라도 놓아야지.” 보이는 사과하는 듯이 그를 위로한다. 정신없이 물을 켜던 청년은 입을 씻고 숨을 내쉬인다. “정신을 차리고 이것을 먹게!” 보이는 가져왔던 바스켓을 열고 가지가지의 먹을 것을 낸다. 고기, 빵, 과일, 그리고 금빛 레테르 붙은 이름모를 고급 양주――일등 선객의 요리를 감춘 것이니 범연할 리 없다. “그들의 한 때의 양을 줄이면 우리의 열 때의 양은 찰 걸세.” 고마운 권고에 청년은 신선한 식욕으로 빵조각을 뜯으면서 동무에게 묻는다. “대관절 몇 리나 남었나?” “눈 꾹 감고 하루만 더 참게.” “또 하루?” “하루만 참으면 목적한 곳에, 그리로 자네 일상 꿈꾸던 나라에 감쪽같이 내리게 되네.” “오―― 그 나라에!” 청년은 빵조각을 떨어트리고 비장한 미소를 띠우면서 꿈꾸는 듯이 잠시 명상을 잠겼다가 감동에 넘쳐 흘러내리는 한 줄기 눈물을 부끄러운 듯이 손등으로 씻는다. “그곳에 가면 나도 이 놈의 옷을 벗어버리고 이제까지의 생활을 버리겠네.” “아! 그곳에 가면 동무가 있다. 마우자와 같이 일하는 동무가 있다!” 울려오는 배의 동요에 석탄덩이가 굴러 내린다. 파도소리와 기관소리가 새롭게 을려 온다. “그럼 난 그만 가보겠네. 종일 동안만은 충실해야 하잖겠나.” 동무는 자리를 일어선다. “하루! 배나 든든히 채우고 하루만 꾹 참게. 틈나는 대로 그들의 눈을 피해 내 또 한번 오리.” 회중전등을 청년의 손에 쥐이고 입었던 속옷을 한 꺼풀 벗어 몸을 둘러주고는 그는 석탄고를 나갔다.

두 층으로 된 삼등 선실은 층 위나 층 아래가 다 만원이다. 오래지 않은 항해이지만 동요와 괴롬에 지친 수많은 얼굴들이 생기를 잃고 떡잎같이 시들었다. 누덕 감발에 머리를 질끈 동이고 ‘돈 벌러’ 가는 사람이 있다. ――돈 벌기 좋다던 ‘부령 청진 가신 낭군’이 이제 또다시 ‘돈 벌기 좋은’ 북으로 가는 것이다. 미주 동부 사람들이 금 나는 서부 캘리포니아를 꿈꾸듯이 그는 막연히 ‘금덩이 구는’ 북국을 환상하고 있다.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고 다 같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막연히 찾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 중에는 ‘삼년 동안이나 한 잎 두 잎 모아 두었던 동전’으로 마지막 뱃삯을 삼아서 떠난 오십이 넘은 노인도 있다. ‘서울로 공부 간다고 집 떠난지 열세 해만에 아라사에 가서 객사한’ 아들의 뼈를 추리러 가는 불쌍한 어머니도 있다. 색달리 옷 입고 분 바른 젊은 여자는 역시 ‘돈 벌기 좋은 항구’를 찾아 가는 항구의 여자이다. ‘돈 많은 마우자는 빛깔 다른 조선계집을 유달리 좋아한다’니 ‘그런 나그네는 하룻밤에 둘만 겪어도 한달 먹을 것은 넉넉히 생긴다’는 ‘돈 많은 항구’를 찾아가는 여자이다. 이 여러 가지 층의 사람 숲에 섞여서 입으로 무엇인지 중얼중얼 외는 청년이 있다. 품에 지닌 만국지도 한 권과 손에 든 로서아어의 회화책 한 권이 그의 전 재산이다. 거개 배에 취하여 악취에 코를 박고 드러누운 그 가운데에서 그만은 말끔한 정신을 가지고 로서아어 단어를 한마디 한마디 외워간다. ‘가난한 노동자’ ―― ‘베드느이 라보――취이’ ‘역사’ ―― ‘이스트――리야’ ‘전쟁’ ―― ‘보이나’ 책을 덮고 눈을 감고 다시 한마디 한마디 속으로 외워간다. ‘깃발’ ―― ‘즈나――먀’ ‘아름다운 내일’ ―― ‘크라시브이 자브트라’ 창구멍같이 뽕 뚫린 선창에는 파도가 출렁출렁 들이친다. 흐린 유리창 밖으로 안개 깊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젊은 여자 그에게는 며칠 전 항구를 떠날 때의 생각이 가슴속에 떠오른다. ――윈치가 덜컥덜컥 닻 감는 소리 항구 안에 요란히 울렸다. 닻이 감기자 출범의 기적소리 뚜――하고 길게 울리며 배가 고요히 움직이기 시작하니 부두와 갑판에서 보내고 가는 사람 손 흔들며 소리 지르며 수건 날렸다. 어머니도 오빠도 이웃 사람도 자기를 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나 배와 부두의 거리가 멀어지자 그에게는 눈물이 푹 솟았다. 어쩐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것 같아서 배가 항구를 벗어나 산모롱이를 돌 때까지 정든 산천을 돌아보며 그는 눈물지었다. 눈물지었다! 눈물을 담뿍 뿜은 깊은 안개 선창 밖에 서리었고 개일 줄 모르는 애수 흐린 가슴속에 서리었다. 대모테와 ‘마우자’는 무언지 여전히 은근히 지껄이며 삼등선실 안으로 들어와 각각 자리로 간다. 로서아어에 정신없던 청년은 ‘마우자’를 보자 웃음을 띠우며 무언지 말하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 없는 듯하다. "루스키 하라쇼!"[4] "루스키 하라쇼!" 능치 못한 말로 되구말구 그는 이렇게 호의를 표한다. ‘마우자’ 역시 반가운 듯이 웃음을 띠우며 그에게로 손을 내민다.

밤은 깊었다. 바다도 깊고 하늘도 깊고. 깊은 하늘 먼 한편에 별 하나 반짝반짝. 연해의 하늘에 굽이친 연봉도 깊은 잠 속에 그의 윤곽을 감추었다. 높은 마스트 위에 붉은 불 푸른 불이 잠자는 밤의 아련한 숨소리같이 날 뿐이요 갑판 위는 고요하다. 고요한 갑판 난간에 의지하여 얕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으니 대모테와 마우자이다. 인기척 없고 발자취소리 끊어진 갑판 위에서 그래도 그들은 가끔 뒤를 둘러보며 무언지 은근히 의론한다. 뱃전을 고요히 스치는 파도소리가 때때로 그들의 회화를 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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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및 기여자

그레이색이야조김선영

각주

  1. 마우자: 고려말로 '러시아인'을 뜻한다.
  2. 도야지: 돼지
  3. 아흐레: 아홉째 되는 날
  4. 루스키 하라쇼: '러시아(인) 좋아요!'라는 뜻이다.

출처

[기사]

안영옥, '도시 빈민층 현실·사회 부조리 고발', 강원도민일보, 2016.07.09

[작품]

노령근해,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검색일: 2022.06.03.

노령근해, 공유마당, 이효석, 만료 저작물 노령근해 해설, WIKID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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